엔다가우(Endagaw)에 이미 가정예배소가 준비되어 있다니

 

평신도 사역자 파송식을 마친 다음날, 저희는 사역자들의 거처를 알아보기 위해 두 사역지 방문을 시작했습니다. 첫 번째로 간 곳이 엔다가우였는데요, 이곳은 하이돔 가기 직전에 위치한 작은 마을입니다. 사실 이곳은 바라바이크들의 주 거주지는 아닙니다. 다수의 이라크족(Iraq)이 살고 있지요. 그런데 이 마을을 사역지로 택한 이유는 이 마을에 바라바이크 출신의 유일한 여자 목사인 마리암 사모(Mariam Samo)의 부모님이 살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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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리암 사모 목사의 부모님과 함께-

 

이 곳은 극심한 식량부족에 시달려야 하는 건기 시즌에 에쉬케쉬(야이다 평원)으로부터 수많은 바라바이크들이 모여들어 식량을 얻고 가는 에쉬케쉬 밖의 바라바이크들의 센터와도 같은 곳입니다. 그렇기에 저희들은 사모 목사의 대가족들과 그 가족이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고 있는 바라바이크와 이라키 부족과 접촉하고자 이곳에 두 명의 평신도 사역자를 파송한 것입니다.

 

마리암 사모 목사를 잠시 소개하자면, 이분은 루터교단(하이돔에는 루터교단이 운영하는 대규모의 병원이 있고, 에쉬케쉬에는 이 병원의 flying doctor들이 이동진료를 위해 이용하는 활주로도 있음)의 후원으로 중고등학교를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다르에스살람(Dar es Salaam)의 한 의과대학으로부터 합격통지서까지 받았던 인재입니다. 그런데 중학교 재학 중, 같은 반 친구인 한 재림교인 학생의 인도를 따라 제칠일안식일예수재림교회에 입교하게 되었고, 그 사실을 루터교단에 알리자마자 모든 학비며 생활지원이 끊기고 말았습니다.

 

그녀의 집안에서는 부족 가운데 의사 한 사람 나올까 말까한데 그런 귀한 기회를 스스로 포기해버린 그녀를 내쫓다시피 하였고, 끔찍한 고독과 단절의 시간을 보내던 중, 우리 교단 목사님의 도움으로 아루샤삼육대학교 신학과 과정을 마쳤다고 합니다. 의사가 아닌 목사의 길을 선택한 마리암 사모에게 하나님께서는 그의 가족들에 접근할 수 있는 문들을 열어 주셨고, 특별히 돈이 생기는 대로 그의 부모님을 위하여 오랜 시간을 들여 벽돌식 집을 짓는 모습에 온 가족이 감동하여 서서히 마음문을 열었다고 합니다. 또한 몇해 전 소를 판 돈을 가지고 집으로 가던 중 에쉬케쉬 평원 한 가운데서 살해된 오빠, 그 오빠의 남은 자녀 중 조카 아이 한 명을 극진히 돌보며 학비를 지원하는 모습이 결정적으로 가족의 마음을 돌이켰다고 합니다. 그에게서 풍겨져 나오는 이러한 그리스도의 향기에 엔다가우 고향 마을의 루터교회의 교인들마저 의사의 길을 포기하도록 만든 그 진리가 무엇인지 우리에게도 좀 소개해다오라고 했다고 합니다.

 

마리암 사모의 노모는 목사인 딸의 교회에서 파송되는 두 명의 평신도 사역자를 기꺼이 자신의 집으로 맞아 들였고, 이 집에서 가장 넓은 거실은 마음 밭이 넉넉히 준비된 이 가정과 주변의 이웃들을 위해 가정예배소로 쓰일 수 있도록 허락해 주었습니다.

 

부모님을 사랑하는 마음으로 자신을 멸시하는 가족들의 마음을 얻고자 목사의 박봉을 쪼개 오랜 세월 벽돌 한 장 한 장을 올려 지었던 부모님의 집이 이제는 사역자들이 머물며 복음을 전하고, 믿는 이들의 찬양소리가 울려 퍼질 가정예배소로 쓰임을 받게 된 것입니다.

 

마리암 사모 목사는 이 날 눈물이 그렁그렁 맺혀 제게 이렇게 말했습니다.

난 이런 날이 올 줄 꿈에도 몰랐습니다. 내 부모님의 집이 개척 사역지 첫 예배소가 되다니! 주님의 은혜가 감격스럽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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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임시 교회와 사역자들의 거주지, 마리암 사모 목사의 부모님 집 앞에서-

 

저희는 아직도 건축이 끝나지 않은지라 크고 작은 돌들이 뒹구는 두 사역자의 방과 거실 바닥 공사부터 하기로 했습니다. 사역자들이 입주하기 전에 시멘트로 단단하면서도 편평한 바닥을 만들고, 접촉하게 될 구도자들이 앉아 편히 예배드릴 수 있도록 의자도 제작하기로 했습니다.

 

평신도 사역자들이 파송되기 훨씬 오래 전부터 마리암 사모라는 어린 소녀를 택하시고, 목사로 부르신 후 하나님의 교회로 사용될 집을 건축하게 하신 하나님. 저희보다 훨씬 앞서 가시며 모든 일을 준비해 놓으신 하나님의 섭리에 모두들 숙연해진 오후를 보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