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늦게 일어난 직원이 허겁지겁 출근했더니 벌써 사장이 와 있었다.

깜짝 놀라 "사장님 언제 나오셨어요?" 묻자 사장은 이렇게 말했다.

"나? 62년 전에 나왔다." 이 한마디로 아침부터 서로 얼굴 붉히지 않고 웃었다고 한다.

이처럼 유머를 사용하면 언성 높이지 않고도 마음을 전할 수 있다.

나는 17년 동안 유머 강사로 일하다 보니 하루하루가 재밌다. 다른 사람 차에 타야 할 때 상대가 미안해하며

"어쩌죠? 차가 더러운데."라고 하면 나는 당연하다는 듯 말한다. "괜찮아요. 그럴 줄 알고 저도 목욕 안 했어요."

웃을 거리를 찾다 보니 내 눈에는 재미있는 것만 보인다. 어느 날 음식점에 갔는데 원산지 표시란에

"쇠고기는 호주산, 김치는 중국산, 쌀은 베트남산, 손님은 국내산!"이라고 쓰여 있었다. 나도 모르게 시원하게 웃고 말았다.

또 어떤 날은 구두 수선점을 지나는데 "구두 한 짝 무료로 닦아 드립니다."라고 쓰였길래 "나머지 한 짝은요?"라고 물으니

주인이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 "나머지 한 짝은 3천 원입니다." 덕분에 들어오는 사람마다 웃었다.

많은 사람이 "웃을 일이 있어야 웃지."라고 하지만 웃으려고 하면 웃을 일만 보인다.

한번은 아들과 월미도에서 엿장수 공연을 보는데 그가 말했다.

"여러분, 감사합니다. 은혜에 보답하려고 엿을 준비했는데 조금 부족합니다.

질문에 대답하는 사람에게 엿 팍팍 드리겠습니다. 자 ~ 문제! 엿장수가 가위질을 몇 번 할까요?"

여기저기서 "엿장수 맘대로요." 하는데 나만 "엿 다 팔릴 때까지요." 했더니

"맞습니다. 모두 박수! 아니 아줌마가 그걸 어찌 아셨어요?" 라면서 엿을 건넸다.

그러면서 "자고로 엿을 공짜로 먹는 사람치고 잘되는 사람을 못 봤다니까." 하길래 흔쾌히 2천 원을 주었더니

"죄송합니다. 대신 제가 검은색 가방을 선물로 드리겠습니다."라고 했다.

나는 속으로 '뭘 그걸 맞혔다고 가방까지...' 싶었다.

아뿔싸! 그가 잠시 뒤 들고 온 것은 검은색 비닐봉지였다. 모두 깔깔 웃는 데 이 남자 하는 말,

"여러분! 제가 엿장수를 하고 있지만 강남에 빌딩이 있고 통장에 2억이 있습니다."

긴가 민가 싶어 모두가 집중하는데 다음 말이 기가 막혔다.

"단, 남의 이름으로 돼 있어 그렇지." 그곳에 있던 우리는 다 배꼽 잡고 웃었다.

-좋은 생각 9월호, 박인옥(유머 플러스 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