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28인 - 위대한 실패, 어니스트 섀클턴 

 

세상은 성공한 사람만을 기억한다. 그러나 영국 탐험가 어니스트 섀클턴과 27명 대원의 남극 횡단 도전은 성공보다 더 값진 '위대한 실패'를 가르쳐 준다.

 

1914년 대탐험 시대가 막을 내리고 유럽 전역에 전운이 감돌 무렵, 섀클턴은 인듀어런스(Endurance, 인내) 호를 타고 남극 대륙 횡단에 도전한다. 그러나 바다 위를 떠다니는 부빙(얼음덩어리)에 부딪혀 배는 웨들해 한가운데서 난파된다.

 

목표점을 150 km 앞두고서였다. 이제 섀클턴의 목표는 남극횡단이 아닌 대원들의 무사생환이었다. 하지만 그는 실망하지 않았다. 죽지 않고 살아 있으면 언젠가는 또다시 기회가 찾아올 거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대원들에게 섀클턴 탐험대장은 용기를 불어 준다. “우리는 하나다. 살아도 같이 살고 죽어도 같이 죽는다.”

 

표류하던 섀클턴 일행은 500여 일 만에 엘리펀트섬에 이른다. 부족한 식량, 영하 70도를 오르내리는 강추위. 대원들의 인내력은 한계에 달했다. 결국 섀클턴은 몇 명의 대원과 함께 출발지였던 사우스 조지아 섬 기지에 구조요청을 하러 가기로 결심한다.

 

길이 6m에 불과한 구명보트를 타고 1,000km 이상이나 떨어진 곳에 간다는 것은 불가능해 보였다. 남은 스물두 명의 대원들은 섀클턴이 돌아올 때까지 펭귄을 잡아 허기를 달래고 참혹한 추위에 발이 썩어 들어가도록 버텼다. 대장이 반드시 돌아올 거라고 그들은 믿었다.

 

섀클턴 일행은 1,280km의 드레이크 해협을 통과하고 도끼 한 자루와 로프에 의지해 마지막 고비인 해발 3,000m에 달하는 얼음산을 넘어 간신히 기지에 도착한다. 조난당한지 634일째 되는 날, 칠레정부가 급파한 군함으로 새클턴은 섬에 남아있던 대원들을 단 한 명의 희생자없이 구조하는 데 성공한다.

 

"드디어 해냈소. 한 사람도 잃지 않고 우리는 지옥을 헤쳐 나왔소."  탐험을 끝낸 뒤 섀클턴이 아내에게 보낸 편지 내용이었다.

 

"얼음산을 넘을 때, 우리 일행은 분명 세 명인데 난 네 명처럼 느껴졌다. 이상하게 생각돼 동료들에게 물어보니 그들도 그렇게 느꼈다는 것이다. 힘들고 어려웠던 여행 내내 하나님이 우리와 동행하셨음을 나는 믿는다. "

 

필요한 물품을 나이 어린 후배 대원에게 먼저 주고 추위에 떠는 대원에게 자기 몫의 우유를 나누어 주면서도 아무도 모르게 했던 섀클턴. 처절한 시련을 겪은 인듀어런스호 대원들에게 유일한 축복이라면 그건 바로 섀클턴의 부하였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