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님 아직 세상이 조용합니다.
세상이 우리에게 말을 걸어오기 전에
주님의 음성을 먼저 듣고 싶습니다.
주님의 샘에서 물을 길어 깨끗하게 씻고 싶습니다.
그 달고 시원한 물을 두 손 가득 담아 마시고 싶습니다.

주님, 보세요.
제 아이예요.
주님께서 주신 제 아이,
제 영혼의 뼛속까지 비춰주는 거울입니다.
그동안 나를 속였던 거울은
나를 근사하게 포장해주었지만
주님꼐서 보내주신 이 거울은 있는 그대로를
다 보여줍니다.
내가 얼마나 욕심이 많은지,
내가 얼마나 사악할 수 있는지.

주님 그래서 이 아이가 귀합니다.
이 아이 덕분에 제가 제 모습을 고쳐갈 수 있습니다.
이 아이 덕분에 제가 사람이 되어갑니다.
이 고마운 존재를 제대로 사랑하고 싶습니다.
섬기며 헌신하며, 훈련하며 다스리며,
하나님의 그림자를 내게서 보도록
그렇게 크게 진하게 사랑하고 싶습니다.

매일 아침 주님의 샘으로 같이 가서
그 샘에서 얼굴을 씻기고 그 샘의 물을 마시우며,
그 샘에서 쉬고, 그 샘에서 힘을 얻고
그 샘에서 울고, 그 샘에서 참된 위로를 받는 것을
가르치겠습니다.

제가 만났던 것처럼 이 아이는
그 샘으로 갈 때마다 주님을 만날 것을 압니다.
얼굴을 씻을 힘도 없고, 손으로 먹을 힘도 없을 때
주님께서 씻겨주시고 먹여주시고 안아주셨던 것처럼
이 아이도 주님께서 그렇게 거두어주실 것을 압니다.

그래서 주님,
아침마다 주님의 샘으로 가겠습니다.
아이와 함께 가겠습니다.
세상이 우리를 부르기 전에.
세상이 우리에게 손짓하기 전에.

잠들기 전에

주님께서 불을 끄셨습니다.
이제는 쉬라고 이제는 자라고 불을 끄셨습니다.
너무 캄캄하면 갑자기 우는 아기, 달래기 어려우니
작은 별을 달고 동그란 달도 띄우셨습니다.
주님께서 주신 아늑한 어둠,
주님께서 주신 달콤한 고요.
참 감사합니다.
구태여 만들어 낸 억지 같은 가짜 빛 아래서
세상 사람들은 더 행복하려고 잠도 자지 못하지만
그들보다 더 누리지 못해도 행복할 자신 있는 우리는
이제 온 밤 내 주님 품 안에서 단잠을 자겠습니다.

주님.
기억하겠습니다.
마지막 날, 심판의 불을 기억하겠습니다.
우리가 오늘 하루 쌓은 것이 그 불 앞에서
살아남는 것인지 사라지는 것인지 고민하겠습니다.
살아남는 것이라면 영원의 불꽃을 피우겠습니다.
사라지는 것이라면 어둠 속에 내려놓겠습니다.
사라질 것을 붙잡고 어두컴컴한 불빛 아래에서
위선을 잡고 있지 않도록
주님, 도와주십시오.

내가 어떻게 어둠을 맞이하는지
아이들은 그대로 배울 것입니다.
내가 무슨 일로 밤을 새우는지
아이들은 날카롭게 볼 것입니다.
불꽃은 아이들의 손에서도 꺼지지 않아야 하겠고
어둠은 아이들의 밤에서도 존중되어야 하겠습니다.
하나님께서 창조하신 어둠을 사랑하고 또한 어둠을 극복하며
하나님의 영광을 영혼의 눈으로 뚜렷이 바라보는 자 되게
저와 아이들을 지켜주십시오.

언젠가 이 어둠의 장막을 걷고
영원토록 하나님의 영광의 빛 가운데 살게 되는 그날까지
우리 삶에 주신 안식의 불꽃과 평안의 어둠 사이에서
조용히 그러나 쉼 없이 찬양하고 싶습니다.
주님의 창조하신 빛과 어둠을,
주님의 보여주신 사랑과 영광을.

최에스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