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에남는글 - 두 번째 글 -

 

유행과 동조 심리, 그리고 소속감

 

왜 사람들은 유행(流行)을 따르는가?

사람들이 유행을 따르는 심리를 살펴보면 보편적으로 두 가지 현상이 관련된다. 그 중 하나가 동조(同調, conformity) 현상이다. 동조란 남들이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하는 압력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자발적으로 남들의 행동을 모방(模倣)하는 현상을 말한다. 이러한 동조는 사람들이 같은 문화에서 살아갈 수 있도록 하는 순기능적인 역할을 하기도 한다. 동조에 의해 사람들은 같은 언어를 쓰고, 같은 생활양식(生活樣式)을 갖고 살아가는 것이다.

심리학자 애쉬(S. E. Asch)는 동조 실험을 한 것으로 유명하다. 사람들의 동조 경향을 알아보기 위해, 그는 몰래카메라와 같은 기법을 동원해 사람들의 행동을 관찰했다.

 

실험에서 피험자 4사람 중 3사람을 실험조수로 하고, 나머지 한 사람을 진짜 실험대상으로 해서 세 번째에 앉혔다. 그리고는 하나의 선분을 보여주고 비교 막대 중에서 같은 것을 고르라고 했다. 처음 몇 번은 조수들도 같은 것을 골랐고, 진짜 실험대상자도 쉽게 정답을 맞췄다. 실험대상자는 옆에 앉아 있는 사람들이 실험조수인 줄 전혀 모르고 있었다. 몇 차례 시행 후 첫 번째에 앉아 있는 실험조수가 크기가 다른 막대 A를 골랐다. 이때 실험 대상자는 조금 이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잠시 후 두 번째에 앉아 있던 실험조수도 A를 고르는 것이 아닌가? ‘어랍쇼! 이상한데’ 하면서, 당황한 실험 대상자는 머뭇거리다가는 자기 차례에서 ‘A요’라고 대답했다.

 

사람들은 왜 명확한 가치판단의 상황에서도 이렇게 속절없이 남을 따르는 것일까? 애쉬의 실험에서 아주 많은 사람들은 아니었지만 35%에 달하는 사람들이 분명한 가치판단의 상황에서도 남을 따랐다.

그 이유는 남들을 정보원(information source)으로서 신뢰(信賴)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 자신이 세상에 대한 모든 것을 알지는 못하며, 남들이 나보다 더 잘 알 수도 있다는 사실을 은연중에 인정하고 있다. 그래서 어떤 경우에는 남들의 얘기나 행동도 믿을만한 정보로 받아들이게 되는 것이다. 속절없이 타인을 동경(憧憬)하는 또다른 이유는 일탈자(逸脫者, deviance)가 되기 싫기 때문이다. 우리는 여러 사람이 모였을 때 혼자 두드러져서 미움받고, 입바른 소리 잘해 곤란을 겪는 사람들을 흔히 본다. 누가 사람들로부터 따돌림받고 소외당하고 싶겠는가? 결국 사람들은 일탈자가 되어 따돌림당하고 싶지 않기 때문에 무의식적으로 동조를 하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동조 현상은 그래도 사람들 사이에서 긍정적 역할을 하는 순기능적 동조(functional conformity)라고 할 수 있다.

유행을 따르는 또다른 심리적 이유는 사람들이 소속감 동기(belongness motive)를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심리학자인 매슬로우(Abraham H. Maslow)는 인간의 동기를 단계로 구분하면서, 생리적 동기와 안전의 동기가 충족되면 그 다음으로 사람과 소속감의 동기가 활성화 된다고 주장했다. 소속감의 동기는 사람들이 집단을 이루는 이유를 설명해주기도 하지만, 유행의 심리를 설명해주기도 한다.

사람들에게는 자기가 속하고자 하는 준거집단(準據集團)이 있다. 공부를 하는 사람들은 학회나 교수단체를 선망(羨望)하고, 돈을 버는 사람들은 경제단체나 경제인연합회와 같은 집단에 소속하기를 바란다. 이러한 집단들은 공식집단이지만, 공식적이지 않은 조직도 집단이 될 수 있다. 가령 청소년 계층, 히피족, 신세대, X세대 등도 그 구분은 명확하지 않지만, 하나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이러한 집단 속에서 자신의 존재를 느끼려고 하고, 따라서 특정 집단에 소속되면 ‘로마에 가면 로마법을 따르라’라는 말처럼, 그 집단의 규범과 행동양식을 따르게 되는 것이다. 결국 자기가 속하고 싶은 집단에서 소속감을 느끼려면, 그 집단의 문화와 가치관을 받아들여야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