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람쥐는 참나무에게

빚진 것 없다고 말하지 않는다

빚지지 않으려 도토리를

식단에서 빼지도 않는다

빚은 도토리로 갚지도 않는다

참나무에게 갚는 것도 아니다

 

적당한 빚은 사는 이유가 된다

갚을수록 느는 빚

자식이란 이름의 사랑스런 빚처럼

 

다람쥐는

이 나무 저 나무에 빚지고도 잘 산다

 

빚지지 않고 살려는 것만큼

큰 빚을 지는 일이 없다는 걸

알고 있는 것 같다

-권정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