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둥이 동생과 함께 강원도 철원 GOP 철책 부대에서 군 생활을 했다.
내게 군 생활은 그야말로 고통이었다. 운이 나빠 GOP에 배치됐다고 생각하니 마음속에 불만만 가득 찼다.
의욕도, 웃음도 깡그리 사라졌다.

GOP에서는 비가 오면 배수로 공사를 했는데, 우리 분대가 가장 힘든 일을 도맡아 하곤 했다.
그날로 화를 주체하지 못해 투덜거리며 배수로 공사를 하고 있는데,
동생이 속한 3분대가 고된 진지 공사를 하는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뜻밖이었다.
우리가 운 좋게도 가장 간단한 배수로 작업을 하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3분대는 그 힘든 진지 공사를 서로 웃고 떠들며, 마치 즐기듯이 하고 있는 게 아닌가.
그때 동생이 나를 보며 말했다.
"형, 일을 즐기면서 해봐. 힘든 일도 재미있다고 생각하면 즐거워져."

동생의 말을 듣고서야 깨달았다.
지난 시간 동안 내가 얼마나 불행한 삶을 살았는지,
나의 불평불만들이 다른 분대원들에게 어떤 영향을 끼치고 있었는지를...
동생은 진지 공사가 끝난 뒤, 모범 소대원으로 선정되었고, 나는 뒤에서 묵묵히 박수를 치며 동생을 지켜봤다.
그 뒤로 내 마음도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어떤한 상황이 오더라도 스스로를 괴롭히지 않으며 불만에 속지 말자고 다짐했다.
불만은 거짓말보다 교활하게 사람을 속이고, 불행에 빠뜨리고 만다는 사실을 동생을 통해 배운 것이다.
이후로는 어떤 일이 닥치건 억지로라고 웃으려 한다.

불만에 속지 말라. 무슨 일이든 즐기며 해 보자. 그러면 우리 인생은 더 이상 불행하지 않을 것이다.
정지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