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의 기준

 

한 서양 남자가 남태평양의 아름다운 섬으로 여행을 떠났다.

그는 원주민에게 안내를 부탁했다.

서양인은 원주민과 다니며 서양 문화가 얼마나 편리하고 앞선 것인지 구구절절 설명했다.

어느 날 해변을 걷던 서양인은 원주민에게 시합을 제안했다.

"여기서부터 저쪽 나무까지 달리기 시합을 해 봐요. 일주일 뒤에 말이죠.

그동안 각자의 방식으로 연습하고요."

시합 날, 출발 신호가 울리자 서양인은 재빨리 앞으로 뛰어 나갔다.

그는 일그러진 표정으로 이를 악물고 땀을 뻘뻘 흘리며 결승선을 통과했다.

뒤돌아본 그의 얼굴에 득의만만한 미소가 흘렀다.

원주민은 이제 겨우 중간 지점을 통과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주민은 파도에 둥실둥실 떠내려가듯, 사뿐사뿐 춤추듯, 크고 느린 보폭으로 얼굴 가득 웃음을 머금고 달렸다.

이윽고 결승선을 통과한 원주민은 껑충껑충 뛰며 환호성을 질렀다.

그걸 본 서양인이 어처구니없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내가 이겼는데, 왜 그렇게 좋아하는 겁니까?"

그러자 원주민이 순박한 표정으로 되물었다.

"내가 이긴 것 아닙니까? 당신보다 훨씬 아름답게 달렸잖아요."

당신의 기준은 무엇인가. 늘 앞서는 것, 빠른 것만이 승부의 기준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