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8시, 한 남자가 자전거처럼 생긴 운동기기에 올라타 열심히 페달을 밟는다.
이렇게 매일 30분씩 운동한 덕분에 남자는 2년 만에 몸무게 13킬로그램을 감량했다.
그리고 또 하나, 전기요금을 한 푼도 내지 않게 됐다.
캘리포니아에 사는 평범한 회사원 데이비드 부처의 이야기다.

운동과 전기요금이 무슨 상관관계가 있을까. 해답은 데이비드가 만든 운동기구에 있다.
페달에 연결된 작은 발전기가 전기를 만드는 것.
이 전기는 배터리에 저장됐다가 전선을 따라 집으로 공급된다
TV와 컴퓨터, 면도기, 청소기, 휴대전화 충전에 등이 쓰이는 전기를 스스로 만들어 쓰다보니
전기요금이 '0원'일 수밖에.


이처럼 사람의 힘으로 만든 에너지가 가져온 변화는 놀랍다.
남아프리카공화국에는 '플레이 펌프'라는 놀이기구가 아이들에게 배움의 기회와 웃음을 되찾아 주었다.
아이들이 플레이 펌프를 빙빙 돌리면서 놀면 그곳에 연결된 펌프도 같이 돌아
지하 50미터 깊이의 지하수를 퍼 올린다.
아이들이 2시간만 놀아도 2,500리터의 물탱크를 채울 수 있으니
아이들의 위생 상태가 좋아졌고, 급식도 가능해졌다.
가장 큰 변화를 여학생 수가 늘어난 것,
집에서 멀리 떨어진 우물까지 물을 길러 다니느라
학교를 자주 빠지던 여아아이들은
이제 학교에서 공부한 뒤 물을 가지고 집에 돌아간다.

그렇다면 어른들이 만들어내는 에너지로는 더 많은 변화를 꿈꿀 수 있지 않을까.
실제로 성인 5명이 동시에 페달을 밟으면 1톤짜리 버스를 움직일 수 있고,
14
명이 페달을 돌려 작동시킨 스피커로는 4천명에게 소리를 전할 수 있다.
또한 발바닥이 땅에 닿을 때도 전구를 순간적으로 켤 수 있는 에너지가 발생하는데,
여러 사람의 발걸음 충격을 모으면 지하철 개찰구나 조명 등에 필요한 전기를 충당할 수 있다.
이미 일본 도쿄 역은 이 원리의 '발전 마루'를 설치했고, 네덜란드 로테르담에는
춤추는 젊은이들의 스텝에서 에너지를 얻는 '발전형 댄스클럽'도 문을 열었다.

사실 우리가 플러그만 꽂으면 쉽게 쓸 수 있는 전기는 석탄, 석유 등의 화석연료를 태워서 만든다.
이때 배출되는 이산화탄소 때문에 지구가 몸살을 앓는데,
만약 데이비드의 운동기구로 서울 시민 모두 1시간씩만 운동한다면
하루에 화력발전소 1기와 맞먹는 전기를 만들어 낼 수 있다.
사람의 힘이야말로 세상에서 가장 깨끗하고 아름다운 에너지인 것이다(인간동력, 당신이 에너지다), 김영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