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이 지나면
나무들이 화가 난 듯 푸르러진다.

꽃 시간의 아쉬움이 폭발한 듯
저마다 잎이 커지고 짙어진다.

그래, 나무들이여!
한번 살아 보라.

축축한 장마와 태풍을 만나 보라.
한여름 불볕더위를 어디 한 번 견뎌 보라.

잎마다 상처 입고, 가지가 부러지고, 쓰러져 우는
친구의 모습도 보라.

그러다 가을이 오면 말할 것이다.
조용히 살걸, 겸손히 살걸, 더 많이 감사하며 살걸. . .

그때는 버려도 아쉽지 않으리
다 떠나가도 울지 않으리
겨울이 와도 두렵지 않으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