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요 엄마, '트릭 오어 트리팅('과자 안 주면 혼내줄 거에요!"라고 외치며 이웃집을 돌아다니는 할로윈 놀이) 하러 가야죠!"
내가 거실을 왔다 갔다 하는 동안, 딸 아이는 분홍색 공주님 의상을 차려 입고 문간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보통 때라면 나도 할로윈 날 딸아이를 데리고 나가는 것을 좋아했겠지만, 올해만은 완전히 절망 상태였다.
휴가 차 중국으로 간 어머니 때문에 심히 걱정되었다.
그날 오후 어머니가 호텔 대리석 복도에서 미끄러져 넘어지는 바람에 골반 뼈가 부러졌다는 전화를 받았다.
베이징에 있는 어느 병원으로 실려 간 어머니는, 읜사들의 말을 알아들을 수 없어 불안해했다.
'엄마를 위해 왔다 갔다 하며 기도하는 것 외에는 해드릴 게 없어.' 이런 생각이 들었다.

우리는 집을 나와 블록을 따라 걸어 내려갔다.
심란한 나머지, 주위에서 의상을 차려입고 돌아다니는 아이들도 전혀 눈에 들어오지 않았다.
딸아이가 봉지에 사탕을 빨리 채울수록, 그만큼 더 빨리 집으로 돌아가 왔다갔다거릴 수 있으리라.

깜빡이는 빨간 불빛 하나가 어둠을 뚫고 다가왔다.
내가 피아노 레슨을 해 준 적 있는 남자아이 아버지의 코트에 달린 호박모양 브로치에서 나오는 불빛이었다.
"안녕하세요." 내가 이렇게 말하며 그와 옆에 선 어린 카우보이에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그 아버지도 대답했다.
"즐거우셨어요?"
"그러려고 노력 중이예요." 내가 대답했다.
"왜요? 무슨 일 있어요?"
그의 물음에 나는 사연을 다 들려주었다.

"하지만 전 너무 멀리 있어서 해드릴게 없는 걸요!"
내 말에 그가 되물었다.
"베이징이라고요?"
내가 고개를 끄덕이자, 그가 잠시 입술을 오므리더니 미소지었다.
"제 여동생이 그곳 영어권 병원에서 의사로 있어요. 원하신다면, 당장이라도 전화해서 어머니를 옮겨드리도록 하죠."
며칠 후, 딸아이와 함께 거실 바닥에 앉아 있었다.
아이가 마지막 남은 사탕을 다 먹어치울 무렵이었다. 아이가 물었다.
"엄마, 중국 얼마나 멀어요?"
"생각만큼 그렇게 멀지도 않더라."
-바바라 마린/ 11월 가이드 포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