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의 딜레마

 

선교사의 딜레마는 선교현장에서 경험하는 열병과도 같다. 수시로 갈등과 긴장을 일으키다가도 자고나면 대수롭지 않게 지나가기도 하는 선교지의 일상생활이다. 하지만 딜레마가 딜레마를 낳고 그 속에서 나름의 정당한 해결책을 찾지 못하면 마음의 홍역이 되기도 한다. 그럼에도 선교사는 딜레마를 솔직하게 표현하기가 쉽지 않다. 믿음 없고 사명감없이 비춰질까 두렵기 때문이다. 행여 못난 선교사라는 오명과 낙인이 염려되기 때문이다.

 

선교사의 딜레마는 먼저 선교지의 딜레마가 있다. 문화와 정치, 종교, 관습, 그리고 삶의 존재와 가치에 대한 세계관의 차이에서 오는 딜레마이다. 선교사는 성경의 원칙대로 의롭게 살면서 합법적으로 선교해야 하는데 선교사로 사는 것조차 불법인 선교지도 많으니 어떻게 합법적으로만 선교할 수 있단 말인가? 그래서 선교사는 선교지의 법과 하나님의 명령 사이에서 복음전도를 위해 위태롭게 줄타기하는 것처럼 보일 때가 있다. 자신들은 불법과 부조리 속에 살면서도 선교사의 조그만 실수도 용납하지 않는 죄인들까지 사랑해야하는 본분을 알면서도 사랑하지 못하는 내면의 본성을 깨달을 때에는 고민에 빠진다. 경시되던 것이 중요시되고 중요시되던 것이 경시되는 것이 다반사다. 선과 악, 진리와 구원에 대한 인식의 차이로 상황의 역전이 일어나기도 한다. 선교를 위한 정당한 수고와 노력이 오해되고 죄악시되기도 한다.

 

둘째로, 선교사명이라는 대의(大義)와 가족의 안녕이라는 소의(素意) 사이의 긴장에서 오는 딜레마가 있다. 사랑으로 생활에서 아낌없이 나눔을 실천하면서도 가정에는 궁핍함이 없어야한다. 교인들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해야함은 당연하게 생각하면서도 가족들을 내 몸과 같이 사랑하는 것에는 질투가 느껴질 때가 있다. 선교사의 교회를 위한 재정적인 헌신에 대해서는 칭찬하면서도 살기 위해 가족의 입맛에 맞는 야채와 양념을 구입하는 비용은 눈치를 준다. 자녀 교육에 지출하는 경비도 눈치를 살펴야할 때가 있다. 어린 영혼을 사랑하는 마음은 축복이라고 하면서 어린 자녀를 사랑하는 마음은 이기적인 애착으로 여겨진다. 집집마다 풍족하게 살아도 선교사는 약간의 물질적인 호사도 허물이 된다.

 

셋째로, 선교사를 향한 요구는 많은데 선교사의 필요에는 둔감한 현실에서 오는 딜레마가 있다. 영혼구원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한 교회의 의지와 선교사의 자발적 선교열정이 충돌하는데서 오는 딜레마도 있다. 선교지 교회와 모교회 사이에 서로 다른 선교방향과 자기 편의주의 선교정책 사이에서 방황할 때도 있다. 선교지 상황과 선교사의 헌신보다 결실에 더 관심을 보이며 산술적 잣대로 사역을 평가함으로 선교 자체가 무의미해보이기도 한다. 정해진 급료를 자신과 자신의 가족을 위해 사용하는 것을 삯군처럼 여기면서도 선교를 위해 개인 생활비가 지출되는 것은 무관심하다. 열심히 일하라고 하면서 도움이 필요한 선교사는 부담스러워한다.

 

넷째로, 하나님을 위한 삶과 개인적인 삶 사이에서 조화를 이루기 위한 딜레마가 있다. 선교현장에서 죽도록 충성하면서도 건강해야한다. 병이 나는 것도 죄악시하는 믿음의 형제자매들이 있기 때문이다. 건강기별에 따라 채식을 권하면서도 한국인으로서 오랜 식습관까지 고려해서 음식을 선택하다보면 먹고 사는 일에 어려움이 있다. 때가 얼마 남지 않아 선교할 시간도 많지 않는데 더 공부할 시간이 어디 있느냐고 할 때는 난감하다. 선교지에서 본국으로 돌아가는데 붙잡는 영혼들을 보면 버려두고 가는 것같은 죄책감이 들기도 한다.

 

딜레마는 현실과 이상의 괴리에서 오는 갈등이라고나 할까. 그리스도의 대사명에 순종하는 거룩한 소명은 높고 고상한데 선교사의 삶은 현실이다. 많이 다르고, 많이 배고프고, 많이 외로워 아프기까지하다. 아름다운 말과 고상한 믿음의 표준을 누구나 말하지만 선교지에서는 그림의 떡일 때가 있다. 차라리 거칠고 식은 떡 한 덩어리라도 선교지의 영적 배고픔을 채우고 난제들을 풀어갈 힘을 주는 살아있는 사랑이 절실하다. 선교사가 바로서야 선교도 살고 복음도 살고 영혼도 살기 때문이다.

 

선교사는 딜레마에 빠졌을 때에 성경의 가르침과 성령의 인도하심에 귀기울여야한다. 결정과 선택의 순간에 말씀에 순종하고 교회요람에 의지하자. 홀로 딜레마와 씨름하기보다 가족들과 의논하여 일심으로 함께 하는 결단을 내리자. 선교지 교회와 모 교회 지도자들과 충분한 상의를 거친 후 조언을 참고하여 자신이 책임질 수 있는 행동을 하자. 내 것을 하나님의 것과 구분하지 말고 복음을 위해 사용하면 더 많이 채워주시는 은혜와 기적을 경험한다. 하지만 무엇보다 사람의 눈으로 선교를 보지 말고 하나님의 마음으로 선교지와 영혼들을 바라보자.

 

그리고 결국 딜레마는 딜레마일뿐 목숨걸지 말자. 딜레마에 빠진 선교사의 소명과 비젼을 의심하지 말고 이해와 기도와 격려로 반씩 나누어갖자. 쉬운 길로 가지 말고 바른 길로 한걸음씩 나아가자. 임기응변은 반짝 빛나지만 감동의 영적 드라마는 없다. 진실과 진심은 반드시 드러나고 빛나기 때문이다. 문제가 있는 곳에 해답도 있다. 최선이 아니라면 차선이라도 있다. 단지 최고를 위한 최선의 노력만이 필요할 뿐이다. 적어도 주님은 모든 것을 아시니까.

 

선교사들이여! 하나님을 감동시키는 선교를 하자. 그러다보면 언젠가는 딜레마를 딛고 일어선 한 선교사의 눈물의 역사를 이해할 날이 올 것이다. 하지만 알아주지 않으면 어떠한가! 하늘에 가면 그만인 것을. 그리고 당신은 이 땅의 역사를 장식하는 선교사로 영원할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