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의 일

 

선교사의 일은 당연히 선교하는 것이다. 선교한다는 것은 복음을 전하는 것이고 궁극적으로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사의 일은 영혼을 구원하는 것이다. 그런데 영혼구원을 위해 해야하는 선교사의 일이란 무엇일까? 러시아에서의 경험으로 보면 집집을 방문하고 성경을 가르치고 설교하는 일뿐아니라 이 일들을 위해 감당해야하는 매일의 선교사의 삶 자체가 선교사의 일이다. 선교사가 영혼을 구원하기 위해 하나님과 함께 행하는 모든 일들이 선교이며 선교사의 일인 것이다.

 

선교지에서 비자를 받는 일에서부터, 가족들이 건강하고 안전하게 살아가도록 돌보는 일까지 선교지 생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이런 일들 또한 선교사의 일이다. 선교지에서 먹고 살기 위해 감당해야 하는 일도 선교사의 몫이다. 선교지 사정과 현지인에 맞게 복음전도를 계획하고 준비하는 일도 선교사의 일이다. 어떤 이에게는 성경을 번역하는 것도 선교사의 일이고, 아프고 상한 영혼을 치료하고 위로하는 것도 선교사의 일이며, 복음을 위해 영어나 기술을 가르치는 것도 선교사의 일이다. 선교지에서 선교사를 돕는 것도 선교사의 일이다. 출발하기 전부터 도착하고 생활하며 선교하는 모든 일과 모교회로 돌아와 기도하며 후원하는 것까지 선교사의 일이다. 자신이 가진 재주와 믿음을 따라 이 지상에 천국복음을 땅끝까지 전하며 하나님의 왕국을 건설하는 모든 일들이 선교사의 일인 것이다.

 

오늘도 나는 교회당을 청소한다. 금요일이면 어김없이 교회 울타리 밖 길거리 쓰레기를 줍는다. 교회 밖 쓰레기 컨테이너가 수북이 쌓일 때마다 발로 눌러 밟는다. 그리고 여름에는 틈틈이 교회주변 풀을 베고 화단을 가꾸며 겨울에는 틈만 나면 눈을 치운다. 한글을 가르치고 교회차량을 운행한다. 러시아에 선교사로 오기전 꿈과 비젼에 부풀어 하고 싶었던 일이 아닌 많은 일들을 해야만하고 하고 있다. 오랜 시간 신학을 공부하고 선교사로 살면서 고작 이런 일을 하기 위해 이곳에 왔는가? 회의와 의문이 들 때도 있었다. 하지만 선교사의 일은 무엇을 하느냐도 중요하지만 무엇을 위하여 어떻게 하는냐가 더 중요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사도바울은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장막을 만드는 일을 했다(18:2-3). 장막을 만드는 일은 그의 생계를 위한 수단이기도 했지만 그의 선교여행의 일부분이었다. 선교사의 선교는 전하는 말씀이기도 하지만 그리스도 안에서 성육화된 선교사의 삶이다. 선교사의 일을 한정하지 말라. 선교사를 위해 따로 준비되어 구별된 특별한 시간과 장소와 순서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 선교사의 일이 선교라면 선교사에게 선교는 먹고 마시고 잠자는 모든 것이다. 그러므로 선교사의 삶이 그리스도를 말하게 하라. 사람들 앞에 보이는 것이 선교라지만 하나님이 보시는 것이 진짜 선교이다. 구원은 말씀과 순종의 총체적 삶을 통해 역사하는 성령의 역사이며 선교사는 그 구원의 통로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어디에 중심을 두는가에 있다. 먹고 살기 위하여 행하는 세상의 일들은 직업이라 하지만 복음을 전하기 위하여 생업을 갖는 자들은 자비량 선교사(tentmaker)라고 하지 않는가! 선교사의 일의 연속이 매일의 생활이며 그 생활이 곧 선교사의 삶이다. 그러므로 선교사에게 졸업이란 없다. 새로운 시작이 있을 뿐이다. 하나님을 위한 일들을 하나님의 영광을 위해 하나님과 함께 전심으로 하다보면 구원의 결실을 맺고 선교의 열매를 얻게 될 것이다. 사람들은 결실로 평가하지만 선교의 하나님은 그 동기와 과정과 결과를 살피시고 아신다.

 

그러므로 선교사의 일을 즐거운 사명감으로 감당하자. 선교사의 삶을 즐기며 선교하자. 선교사의 일이 힘들다면 더 노력하고, 잠시 참아보고, 한번 생각을 바꿔보고, 다시 일어나서, 새롭게 시작하자. 나는 이 땅에 하나님의 일을 대신하는 선교사니까. 아울러 비록 고난이 기다리는 선교사의 삶이지만 선교지에는 하나님과 나 그리고 영혼들, 때로 성령의 역사가 살아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는 사랑했고 사랑하기 위해 몸부림쳤고 끝내 살아남은 선교사다.라고 말할 수 있을 때까지. 오늘도 나는 선교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