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탄자니아에서 두 번째로 맞는 안식일이었습니다.

 

예배만 마치고 집으로 올라 오는 길이 조금은 쓸쓸하고 외롭게 느껴졌지요.

 

선교지에 왔는데 무엇을 어떻게 해야할지,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답답하기도 하고, 그래서 좀 의기소침해진 오후였습니다.

 

간단히 점심을 먹고 아침에 읽은 시대의 소망 '9장 투쟁의 시절' 편을 아내와 함께 나누었습니다.

 

선교지에 오니 이제야 '홀로' 고난의 길을 가셨던 예수님의 쓸쓸한 생애에 대한 관심이 그리고 예수님의 심정에 공감이 갔습니다. 아무도 다가오는 이 없고, 누구도 이해해 주지 못한 그 유년, 청년, 장년의 긴 세월을 어떻게 사셨는지요. 삶의 생명력이 파쇄되어 나가는 순간순간마다, 아프고, 슬퍼지는 때마다, 죄의 무게가 가슴을 사무치게 짓누를 때마다 다시 홀로 들로, 계곡으로 나가 하나님을 명상하고 다시 '말씀'으로 다른 이들의 유익과 고통을 덜어주기 위하여 사셨던 예수님의 생애에 가슴이 저릿저릿해 왔습니다. 우리와는 비교도 안되는 그 쓸쓸한 삶을 사신 주님을 보며 뜨거운 눈물을 흘리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다시 마음을 다잡고 기도드렸습니다.

가까운 주변에 있는 영혼들에게 생명의 양식을 전할 수 있는 선교사가 되게 해달라고 말입니다.

 

해질 무렵 연합회 뒤쪽으로 나있는 산책로를 따라 걷다 어린 여자아이들이 장작더미를 머리에 이고 있는 모습을 보았습니다. 뜨문뜨문 안되는 스와힐리어로 아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이 아이들이 쾌카코루 Kwekakoru’라고 하는 지역에 산다는 것을 알게 되었죠. 여기저기 찢어진 남루한 옷차림에 신발도 제대로 신지 않은채, 그 나무더미를 이고 한 시간이 넘는 거리를 걸어 간다는 말을 어렵게 알아듣고는 너무나 마음이 아팠습니다. ‘내일 너희를 꼭 찾아가마.’약속하고 헤어졌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오전인 오늘 이 아이들을 찾아나서게 되었습니다.

이 아이들에 대한 단서는 단지 쾌카코루라는 마을에 산다는 것과 사라, 로즈라는 이름뿐이었습니다. 한 슈퍼에 들러 혹시 쾌카코루에 사는 사라와 로즈를 아느냐고 물었지요. 슈퍼 주인은 토끼눈을 뜨고 쳐다보며 서울에서 김서방을 찾으면 어떻하냐?’는 식으로 되물었습니다. ‘, 그렇지... 찾기가 어렵겠구나.’ 알고보니 쾌카코루는 대단히 넓은 지역이었습니다. , 그래도 여기서 포기할 수는 없었지요.

 

저희 온 식구는 마을 입구에서 간절히 기도를 드린 후 슈퍼 옆으로 난 길을 따라 하염없이 걷기 시작했습니다. 점점 마을 깊숙이 들어갔습니다. 은하와 은총이가 다리가 아프다며, 아직도 멀었냐고 투덜거렸지만, “하나님께서 반드시 사라와 로즈를 만나게 해주실거야.” 안심시키며 한 40분을 걸었습니다. 들어가는 길에 대 여섯 명의 사람들에게 사라와 로즈를 물었지만 누구도 아는이가 없었습니다. 그런데 과일을 파는 허름한 가판대에 이르렀을 때에 저희를 지켜보던 한 여자아이에게 혹시 사라와 로즈를 아느냐고 물어보자 그 아이가 자기를 따라오라는 겁니다. 과연 그곳에는 사라와 로즈, 그리고 어제 보았던 몇몇의 다른 친척 아이들이 있었습니다. 우리 가족은 모두 환호성을 질렀습니다. 하나님께서 저희 가족을 이 아이들 앞으로 이끌어 주신 것에 대해 너무나 감사했습니다. “사라! 로즈야!” 우리는 반가움에 서로 껴안으며 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전기도 안 들어오는 캄캄한 거실에는 너덜너덜해진 시트로 벌거숭이가 된 의자 몇 개와 흙바닥 위에 갸우뚱하게 놓여진 찬장이 불안하게 서있었습니다. 반가움 반 안타까움반 나오려는 눈물을 간신히 참으며 배낭 한가득 가져온 옷가지들과 쌀, 달걀, , 그리고 과자와 사탕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아이들은 해맑게 웃으며 무척이나 좋아했습니다. 적어도 1주일에 한번 씩 오마하고 약속한 뒤 아쉬운 작별을 하였습니다. 등줄기에는 땀이 흐르고, 너무 오랜만에 걸어(?) 다리도 좀 아팠지만 이제야 왠지 선교지에 와있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사라와 로즈, 이 아이들과 계속해서 교류를 하며 해외아동결연도 맺어주고, 영어를 전혀 못하는 아이들이기에 영어도 가르쳐 주고, 영어 성경 노래도 부르며 하나님을 소개해 주고 싶습니다. 이 중에 누군가는 저희와 같은 선교사가 되어 다른 친구들을 주님께 이끄는 귀한 일꾼이 되리라 믿습니다.

 

오늘 저희의 걸음을 인도하여 주신 하나님께, 그리고 우리의 도시락을 주께 드릴 수 있는 하루를 허락하신 그 은혜에 감사를 드립니다.P3040205.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