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 長壽人 많은 지역의 공통 특징

입력 : 2015.04.21 03:06

김철중 의학전문기자·의사


전 세계적으로 100세 이상 장수인이 유별나게 많이 사는 지역이 있다. 십여년 전 장수학자들이 세계 지도를 펼쳐 놓고 이런 장수촌(村)을 파란색으로 동그라미를 쳤다. 이른바 '블루 존(Blue Zone)'이다. 초고령인들이 비교적 건강하게 사는 곳으로 이탈리아의 사르데냐, 일본의 오키나와, 미국 캘리포니아의 로마 린다, 코스타리카의 니코야, 그리스의 이카리아 등이다.

수년 전 내셔널 지오그래픽은 장수학자들을 블루 존에 파견하여 장수(長壽)의 비결을 담은 리포트를 낸 바 있다. 불로(不老) 블루 존에는 현대인의 일상적·보편적 삶과 다른 특징들이 있다. 이 때문에 현재 미국에서는 이 지역들의 생활 지혜를 배우고 체험하는 '블루 존 프로젝트'가 확산하고 있다.

이탈리아 장수 마을 섬 사르데냐는 100세 이상 인구가 미국의 열 배다. 이곳에서는 102세 할아버지가 미니 오토바이를 타고 동네를 누비며 여전히 일을 한다. 절벽과 산악 지역을 왔다 갔다 다녀야 하는 지역 특성상 주민들은 온종일 저강도 운동을 해왔다. 전통적으로 재배하는 곡식과 이스트 없는 옥수수빵을 주식(主食)으로 먹는다. 여기서 생산되는 와인은 노화 방지 효과를 내는 폴리페놀 함유량이 일반 포도주의 3배인데, 이를 매일 적절히 마신다. 이곳 치즈는 심혈관질환 예방 효과가 있는 오메가3 농도가 유난히 풍부한 것으로 조사된다. 남성 100세인이 여성과 같은 1대1 정도로 많다는 것도 남다르다. 통상 100세인은 여성이 7배 많다. 이곳 남성들은 은퇴 없이 목장이나 농장 등에서 평생 일을 하는 문화를 갖고 있다.

일본 오키나와는 질병 없는 건강 수명이 미국보다 7년 길다. 유방암·대장암 발생률은 미국의 5분의 1이다. 다양한 채소와 해산물·해조류가 주식이며, 두부 섭취량이 미국인의 8배다. '하라하치부(腹八分)'라는 80% 식사법이 눈길을 끈다. 전체 포만감 중 8할이 찰 정도까지만 먹고 수저를 내려놓는 소식(小食)이 몸에 배어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있는 로마 린다 지역은 다양한 인종의 제7안식교인들이 모여 사는 곳이다. 이곳 여성의 기대여명(餘命)은 미국 평균 80세보다 9년이 길다. 남성(87세)은 11년이 더 길다. 104세 할머니가 자동차를 몰며 고속도로를 타고, 7개 단체에 자원봉사를 다닐 정도다. 87세 흉부외과 의사는 아직도 심장 수술을 한다. 97세 백만장자는 집 주변 울타리를 직접 시멘트 반죽을 하여 고친다. 이들은 아무리 바빠도 금요일 새벽부터 토요일 밤까지 24시간 휴식은 평생 지킨다. 일주일에 한 번은 무슨 일이 있어도 친구나 가족과 산책하러 다닌다. 성경의 창세기 구절에 따라 곡식과 채소 위주의 식사를 따르고, 견과류 섭취량이 많고, 두유를 자주 마신다.

[김철중의 생로병사] 초고령 長壽人 많은 지역의 공통 특징
/일러스트=김성규 기자
블루 존 장수촌의 핵심은 각자 방식으로 정서적 안정감과 강한 소속감을 느끼는 공동체적 삶을 꾸려간다는 점이다. 이탈리아 사르데냐는 대가족 제도를 유지하며, 할머니가 손자를 볼보고, 그 손자가 커서 할머니를 돌보는 삶을 살아간다. 이곳의 장수는 할머니의 지혜가 손자에게 전해지는 '할머니 효과'라는 것이다. 오키나와는 계모임 성격인 '모아이'를 통해 5~6명의 친구와 죽을 때까지 교제하며 가족같이 살아간다. 100세 안팎의 또래 노인들이 여전히 '모아이'를 통해 궂은일, 험한 일이 있을 때 서로 도우며 지낸다. 일본 오키나와에서는 '사는 보람'으로 해석되는 '이키가이(いきがい)'가 삶의 원칙이다. 가족을 위해 고기를 잡든, 손자를 볼보든, 가라테를 가르치든, 누구나 아침에 일어나는 이유가 있고 그것을 죽을 때까지 실천하며 산다. 노년의 여생이 외롭거나 적적할 시간이 없다. 캘리포니아 로마 린다의 제7안식교인들은 종교를 중심으로 공동체적 삶을 살아간다. 서로를 위해 기도하는 시간을 가지며, 어떻게 하면 일상의 삶을 활기차게 이어갈지 모여서 토론한다.

장수의학자들은 이처럼 가족과 친구, 이웃 간의 집단적 소속감과 깊고도 끈끈한 우애가 자연스럽게 블루 존의 장수 문화를 형성했다고 말한다. 그 원동력이 가족이건, 종교이건, 마을이건 말이다. 그것을 위해 일상에서 끊임없이 움직이고, 같이 움직여야 하는 목적도 뚜렷했다.

우리는 초고속 경제성장과 다원화 과정을 거치면서 가족 공동체적인 가치를 점차 잃고 있다. 아파트가 주거 방식의 대세가 되면서 이웃 간의 단절도 늘어나고, 마당과 같은 공동의 작업 공간도 잃었다. 고령사회로 급속히 이동하는 우리 사회가 블루 존 같은 건강한 장수 문화를 만들려면 가족·친구·이웃 간에 21세기형 두레와 같은 끈끈한 공동체적 생활을 만들어가야 한다. 건강하고 활기찬 진정한 장수를 위해서는 개인적으로 재테크와 신체 헬스테크도 중요하지만 서로 끈끈한 정을 나누는 정(情)테크가 또한 있어야 한다.
   

[출처] 본 기사는 프리미엄조선에서 작성된 기사 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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