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랑이 선교지 방문을 간다. 가는 시간만 기차로 2박 3일 잠깐 선교지에서 선교사들을 만나고 돌아온다 해도 일주일은 거뜬히 걸리는 곳이다.
“여보 잘 다녀와요.”
기차를 놓칠까봐 급하게 나가는 그를 보며 난 마음이 가볍지 않다.
사실 그가 출장을 가는 날이면 꼭 무슨 일들이 생겼다. 아마 나의 징크스라고 할 수 도 있다. 둘째 아이 현민가 천식으로 넘어가서 한밤중에 응급실로 갈 때도 선교사들이 말을 듣지 않고 불만을 토로할 때도 비자 문제로 한국으로 도망가야 했을 때도 꼭 날짜를 잡은 것처럼 신랑은 없었다. 그러다 보니 난 그가 출장을 갈 때면 그리 기쁘지 않다.
그를 보내고 평상시대로 나는 아이들을 돌보고 선교사 훈련에 참여 했다. 
여느 때처럼 9시가 넘자마자 잠이 들었다. 그런데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쿵쿵쿵쿵...누군가 우리 문을 두드리는 것만 같다.
꿈인가? 진짜인가? 잠에서 깨서 시간을 보니 이제 밤 11시 30분이다. 여전히 그 소리가 들린다. 쿵쿵쿵쿵...
난 간신히 일어나 문 가까이로 갔다. 한번도 보지 못했던 남학생 두 명이 손에 성경을 들고 나를 부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누구세요? ”
“네 저희는 여기 남기숙사에 사는 학생들인데요 배목사님을 모시러 왔어요.”
“배목사님 지금 출장 갔는데요.”
“저희 기숙사에 학생 한명이 귀신이 들어서 저희가 기도하고 쫓아보려고 했지만 너무 강해서 되질 않아요. 도와주세요”
다급한 그들의 목소리를 듣고 나서야 그리고 그들이 이 학교에 다니는 학생이라는 것을 확인 한 후에야 닫혀있던 문을 열었다.
“그래요? 배목사님은 지금 없고 그럼 여기 훈련목사님들을 보낼게요.”
그렇게 훈련목사 두 분과 벵골리 지역교회 목사 그리고 학교 교감선생님 등 모두가 우리 집 앞에 모여서 남기숙사로 향했다.
귀신이 들렸다. 말로만 들었던 그 일이 지금 우리가 사는 캠퍼스에서 일어난 것인가.
모두가 남기숙사로 향하던 시간 나는 잠자고 있던 성민이 현민이 덕분에(?) 집에 남아있게 되었다. 기독교인이고 선교사이고 또 사모인 나 였지만 모두가 떠난 집 안에 혼자 있는 것이 조금은 두려웠다. 그래서 노래를 틀고 성경을 큰 소리로 읽기 시작했다. 예수님께서 귀신 들린 자들을 고쳐 주시는 귀신을 쫓아 내 주시는 이야기를 수십 번 읽었다. 특별히 누가복음 10장 17,18절에 있는 말씀은 나에게 큰 힘을 주었다.
“칠십인이 기뻐 돌아와 가로되 주여 주의 이름으로 귀신들도 우리에게 항복하더이다. 예수께서 이르시되 사단이 하늘로서 번개같이 떨어지는 것을 내가 보았노라.”
나는 이 말씀을 읽고 또 읽었다. 그리고 기도하고 또 기도했다. 그러는 사이 나의 두려웠던 마음이 사라지더니 이제 간절한 마음이 생겼다.
귀신이 빨리 나가기를....... 그리고 내가 준비 되기를......
기도 하면 할수록 나의 부족한 모습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선교사라고 훈련원장 사모라고 말하지만 남들이 모르는 나는 하나님과 세상 사이에서 흔들거리는 오뚜기 처럼 이리 갔다 저리 갔다 하는 삶을 살았다. 부족한 삶을 살았고 나태한 삶을 살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런 모습이 나만이 아는 그런 모습이 나를 괴롭혔다.
주님 용서해 주세요. 이 죄인을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내 눈에 뜨거운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그날처럼 나 자신을 제대로 돌아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렇게 두 시간이 지나서야 훈련목사가 돌아왔다. 새벽 2시 30분 지쳤지만 약간은 격양되어 있는 그의 모습에서 난 귀신이 나간 것을 짐작할 수 있었다.
“쉽지 않았어요. 나가는 듯 하면서도 다시 들어오더라구요. 그런데 마지막 우리 각자의 죄를 다 회개하는 기도를 드리고 귀신을 쫓자 그제서야 귀신이 나갔어요. 저에게도 정말 특별한 경험이었어요.”
그랬다. 모두에게 처음이었던 이 사건은 정말 특별한 메시지가 되어 우리에게 돌아왔다.
다음날 아침 선교사들과 식사를 하는데 한 남 선교사가 이야기 한다.
“사모님! 어제 훈련목사님이 오시기 전에 저희 남 선교사들이 먼저 기도하고 귀신을 쫓으려고 했었거든요.(현재 우리 훈련원에 기숙사 건물이 없기 때문에 고등학교의 도움을 받아 학교 기숙사에서 생활하고 있다. 그래서 남선교사들이 먼저 이일을 알 수 있었으리라.)
우리가 다 모여 기도하고 말씀 읽고 하는데 귀신이 막 비웃는 거예요. 또 쟈스 선교사에게 손가락 질을 하면서 “너네는 나의 추종자들이야. 싸우기나 하고 서로 하나가 되지도 않으면서 선교사라고? 너희들은 겉보기만 선교사지 안은 다 내 편들이야. 너희는 죄인들이라고.” 라고 이야기 했어요. (사실 쟈스 선교사와 다른 선교사가 그 전날 밤 크게 다투었었기 때문에 귀신 들린 아이의 그 말은 모두에게 큰 충격이었을 것이다.)
그러고는 다시 몇몇의 선교사들과 저를 지적하며 세상적인 노래를 즐겨 듣고 부른다고 그러니 너희는 선교사가 아니라 나의 추종자들이라고 이야기 했어요. 정말 소름이 돋았어요.
쟈스가 그 귀신에게 물어봤죠. 너는 누구냐?
그랬더니 나는 루시퍼다. 난 이 세상에서 왔다고 이야기 했어요. 사모님 정말 모든 선교사들이 주저함 없이 이야기하는 그 악 영을 보면서 할 말을 잃었었어요.
하지만 그가 말 한게 다 사실이었어요. 저도 세상 음악을 아주 즐겨들었었거든요. 그래서 모든 선교사들이 함께 가지고 있던 핸드폰에 음악을 지우고 눈물로 회개 했어요.“
그의 이야기는 적지 않는 충격을 주었다. 그날 선교사들도 나도 마음이 뒤숭숭 했다.
선교사들은 자신들의 부족함을 깨달아서 아마 슬펐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나는 자신이 없었다. 귀신들린 자 앞에서 자신 있게 기도할 용기가 없었다.
나의 잘못을 저 많은 사람들 앞에서 지적한다면 기분이 어떨까?
숨기고 싶은 내 잘못들을 다 지적한 다면 난 뭐라고 대답해야 할까?
난 현실의 내 모습이 너무나 부족하다는 것을 알았다.
그날 저녁 난 훈련 목사와 선교사들에게 특별 기도회를 하기를 제안했다. 저녁 예배가 마치고 기타를 배우고 자율학습을 하는 시간 밤 8시가 되었다. 나도 성민이 현민이를 데리고 예배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 그때 다시 두 명의 다른 학생들이 우리를 찾아 왔다.
“다시 다른 아이에게 귀신이 들어왔어요. 도와주세요.”
기타 수업도 자율학습도 모두 멈추고 훈련원 목사들과 남선교사들은 빠르게 남기숙사로 향했다. 남아있던 여선교사들과 사모들은 울며 기도했다. 먼저 우리의 죄를 용서해 달라고......우리를 준비시켜 달라고 말이다.
오랜 만이다. 참 오랜만에 기도하며 울어 본다.
난 잔디밭 한 구석자리에 앉아 기도 하기 시작했다. 나의 잘못들. 나의 이기적인 모습들, 나의 믿음 없음을 용서해 달라고 그리고 믿음을 달라고 확신을 달라고 기도했다.
“하나님 저 진짜 모습은 하나님과 저만 알잖아요. 제가 지금 잘못한 것이 너무 많고 믿음 약하잖아요. 그래서 기도해요. 저의 잘못을 용서해 주세요. 그리고 새로운 마음을 주세요.
하나님께서 제 죄를 용서해 주셨다는 것을 확신할 수 있는 마음을 주세요.“
훈련원 원장 배목사도 없는 상황에서 원장의 부인으로써 그 영적인 전쟁터에 담대히 나아가야 했다. 그리고 모두가 그것을 기대하는 듯 했다. 그런데 난 그것이 두려웠다.
나의 숨겨진 죄 나의 부끄러운 죄들을 모두가 다 있는데서 지적하면 어떻하지? 나의 진짜 모습을 다른 이들이 다 알게 되면 어떻하지?
그 귀신들린 아이가 어떻게 되는 것은 두 번 째 일이었다. 난 그런 두려움에 휩싸여 있었다.
하지만 얼마나 지났을까? 내 마음에 담대함이 생겼다. 그래 혹시 나에게 죄인이라고 이야기 할지라도 난 그것을 인정하면 된다. 죄인의 모습이 바로 내 모습이니까. 그래 내가 하는 일이 아니니까. 하나님이 하신 일이니까. 그리고는 사탄을 직접 만나 이야기 하는 것처럼 큰 소리로 외쳤다. “그래! 맞다. 나 죄인이다. 그게 나다. 그런데 이런 나도 사랑하시고 이렇게 사용해 주시고 계신다. 그러니 난 두렵지 않다. 나에겐 든든한 하나님 백이 있다. 사단아 물러가라!”
 주위에서는 귀뚜라미 소리와 매미 소리 그리고 여 선교사들의 울음소리와 기도소리가 들린다. 모두들 자신들의 죄를 위해 그리고 귀신 들린 그 아이를 위해 기도하고 있었다.
기도를 먼저 마친 나는 훈련목사와 함께 남기숙사로 향했다. 어떤 모습을 보게 될까?
남기숙사 가까이 도착했을 때 이미 모여 있던 남학생들과 학교 선생님들이 보였다. 네모 모양으로 되어 있는 기숙사 안 뜰에서 괴음처럼 들리는 소리! 바로 귀신들린 아이가 비명을 지르는 소리이다. 그 주위를 둘러싼 친구들과 선후배들이 지속적으로 노래를 부르고 있다. 그리고 그 옆 그 아이가 잠을 자던 방에서 모여 기도하고 있는 우리 선교사들!
그곳에 내가 카메라를 들고 들어간 것은 아니었지만 난 그 모습을 내 두 눈으로 지속적으로 찍고 있었다. 치열한 영적 싸움이 일어나고 있는 이곳! 이 장면을 평생 잊지 않으리라 다짐하면서...... 난 눈물이 날 것 만 같았다.
귀신 들린 아이를 데리고 옆 건물인 교회로 갔다. 가지 않겠다고 소리를 지른다.
그 아이를 데리고 가면서 자스 선교사가 너 빨리 아이 몸에서 나가야 한다. 나가라 사탄아! 그러자 아이가 절규하며 이야기 한다. 싫어 난 너희들 모두를 데리고 갈거야!
그 소리를 듣고 나서 난 두려움이 느껴졌다. 귀신에 대한 두려움보다도 우리의 현재의 모습에 대한 두려움 말이다. 어쩌면 교인들도 선교사들도 그리고 나도 사탄이 보기에는 아무것도 아닌 그의 추종자들로만 보이는 것은 아니었을까? 어쩌면 우리가 모르는 사이 우리는 세상에 발 담그고 하나님께 발 담그고 사단 편에 살고 있는 것도 모른 채 우린 하나님 편이라고 확신하고 살고 있지는 않는지 두려워 졌다.
 귀신이 들린 아이를 교회로 데려간 후 선교사들과 몇몇의 학생들 그리고 선생님들 100명이 조금 안 되는 모두가 함께 손을 잡고 기도를 드렸다.
그런 간절한 기도를 드린 지가 얼마 만이었던 지. 선교사들도 나도 훈련목사도 그리고 학생들도 울며 기도했다. 그리고 귀신 들렸던 아이의 얼굴은 여전히 힘들어 보였지만 평안을 찾아가는 듯 했다. 그날 이후로 아이에게 있었던 귀신은 다시 아이를 괴롭히지 않았다.
인도는 사실 귀신들의 활동이 아주 많다. 3억 3천개나 되는 신들이 있다 보니 어디에나 신당과 함께 보기만 해도 섬뜩한 신상들을 볼 수 있다. 잡신이 많아서 그런지 더욱이 귀신들린 사람들 이야기를 많이 듣는다.
하지만 왜 그 아이에게 왜 우리들에게 이런 일을 허락하신 걸까?
내 머리 속에는 지속적으로 이 질문이 떠나질 않았다. 그리고 어느 순간 선교사들의 모습을 보면서 나의 모습을 보면서 그 답을 찾았다.
너무 안일하게 나태하게 약한 믿음을 가지고 있던 우리에게 어쩌면 이 일이 큰 충격으로 다가 왔고 또 우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좋은 기회 였다. 물론 이 일이 좋은 일이었다고는 말하지 않겠다. 그 순간은 두렵고 또 힘든 사건이었다. 하지만 이 일로 인해 나의 진짜 모습을 보게 되었고 또 잊고 살았던 영적싸움을 직접 눈으로 확인할 수 있었다.
그리고 기도한다.
주님 이제는 준비 되겠습니다. 어느 때든 부르실 때 사용될 수 있는 믿음을 가진 선교사로 준비 하겠습니다. 영적인 싸움이 지속되고 있다는 것을 각인하고 살아가겠습니다!
주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