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에는 바나나가 여러 종류가 있다. 매우 작은 것부터 아주 큰 것 까지 가격도 차이가 많이 난다. 그중에 나는 제일 작으면서 제일 비싼 70루피 바나나를 좋아한다.

저렴한 것에 비하면 2배 이상이어서 약간의 부담은 있지만 그래도 70루피 바나나를 먹을 때 난 행복을 느낀다.

그날은 구루빠띠라는 마을에 교회를 건축하고 있었기 때문에 아이들과 함께 신랑을 따라 갔다. (구루빠띠는 작년에 선교사들이 있으면서 구도자들이 생기기 시작했고 지금은 매주 마다 주변 교회 청년들이 방문하여 예배를 이끌 고 있는 곳이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더욱 애정이 가는 마을이다.)

뜨거운 땡볕 아래서도 일꾼들과 봉사자들은 지칠 줄 모르고 땅을 파고 교회기초를 놓고 있었고 아이들 역시 뛰고 구르고 벌레들을 잡으며 오전을 보내고 있었다. 필요한 것이 있어 잠시 차에서 무얼 꺼내려고 하고 있는데 예배를 참석하시는 한 할머니가 오셨다. 사실 뜨거운 태양볕에 오래 서 있었더니 피곤하기도 했고 할머니 말씀은 잘 알아듣기가 힘들어서 반갑게 인사를 하고는 얼른 돌아섰다. 하지만 할머니는 나와 이야기 하는게 좋았는지 교회 짓는 것에 대해 한참 이야기 하시면서 자기는 시내에 장보러 가는 길이라며 자꾸 말을 건낸다. 난 사실 귀찮은 마음에 대충 웃으면서 답을 하고는 자리를 피했다.

점심을 먹고 잠시 시장에 나갈 일이 있어 바나나를 한송이 사왔다.

역시 내가 좋아하는 70루피 바나나! 인도 음식이 매워 점심을 잘 먹지 못한 두 아들에게 나눠주고서는 차 앞쪽에다가 두고서 오후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그런데 다시 할머니가 걸어오신다. 시장에 갔다 오셨는지 봉지에 무언가를 넣고는 천천히 걸어오시다가는 또 다시 내 앞에 서셨다. 할머니가 또 날 잡고 오랫동안 이야기 할까봐 약간은 부담스러운 마음으로 인사를 했다. 시장에 갔다 오셨다며 뭐라 뭐라 이야기 하시는데 순간 가난한 이 할머니에게 내가 좋아하는 70루피 바나나를 몇 개 드려야 하나 말아야 하나 하는 생각이 내 머릿속에 가득 찼다. ‘그래 이 더운 날씨에 바나나를 드려도 별로 안 좋아하실 거야하면서 할머니에게 바나나를 드릴 생각을 접고 있을 때 할머니가 들고 오신 작은 봉지에서 무언가를 꺼내신다. 아뿔사! 30루피 짜리 바나나 2. 시장에서 사 오신 거라고는 바나나 6개 뿐 인데 대뜸 아이들 주라면서 바나나 2개를 주신다. 이건 아니다 싶어서 할머니 괜찮아요. 안주셔도 되요 하고 거절해도 아이들 주라며 막무가내로 내미신다. 어쩔 수 없이 받기는 했지만 그 순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할머니가 차 앞쪽에 있는 70루피 짜리 바나나 한 송이를 보실 까봐....... ! 쥐구멍에라도 들어가고 싶다는 말이 이런 심정일까?

10년 전 필리핀에 선교사로 있을 때 몇 개 없던 한국 라면을 먹으려는데 선교지 아이들이 어떻게 냄새를 맡고 왔는지 우리 집에서 나가려고 하지 않을 때 모른 척 하며 냄비 뚜껑을 열지 않았던 욕심쟁이 어린 선교사. 이제는 성숙한 선교사라 자부하고 있었는데 30루피 바나나 2개로 모든 것이 무너졌다. 자기가 사온 것 이라곤 바나나 밖에 없는데 그 바나나 몇 개도 아끼지 않는 할머니와 많고 많은 것 중에 내가 좋아하는 바나나 하나 나눠먹지 못하는 나!

내가 사랑을 전하러 왔다고 생각했지만 난 사랑을 배우고 있었다.

아직 내가 배울 것들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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