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렝기자베 영어교실을 찾았더니 마사이 슈카()를 곱게 두른 한 어머니가 자신의 아들을 데리고 곁으로 오셨다. 아이가 간질 증상이 있어 한번 발작이 시작되면 구토를 하면서 정신을 잃는다는 것이었다. 언뜻 봐도 나보다 작은 키에 비쩍 마른 몸, 그리고 붉게 충혈된 눈이 고통의 흔적을 고스란히 보여주고 있었다. 15, 라이스(Lais)라고 했다. 어머니가 스와힐리어를 거의 못하셔서 마사이어로 인사만 서로 주고받은 후 아무도 없는 교회 안으로 모시고 들어갔다. 엘리샤 사역자와 교우 몇 명, 남편이 아이를 가운데 세우고 모두 둥그렇게 모여 섰다. 기도가 시작된 후 잠시 바깥에 나왔던 나도 기도 소리에 맞추어 눈을 감았다. 집으로 돌아와서도 새벽에 기도를 쉬지 않았다.


 


1227, 2014년의 마지막 안식일 아침. 지난 2005, 렝기자베 지역에 교회가 개척 된 후 처음으로 치룬 전도회를 통해 16명의 새로운 영혼들을 얻었지만 어린 교회와 영혼들을 돌볼 일꾼이 없어 결국 수침자를 다 잃고 겨우 4명의 신자들이 남아 간신히 예배를 드려오던 곳이 바로 이곳 렝기자베 교회이다.


 


2012, 처음 이 곳을 방문했을 때 건축을 하다만 교회 건물이며 흙먼지가 날리는 내부, 삐뚤 빼뚤 놓여있는 나무 의자가 위태로운 교회 상태를 대변해 주고 있었다. 창문을 달지 못해뻥뻥 뚫린 교회 벽으로 찬바람은 또 어찌나 쌩쌩 불어오던지. ‘렝기자베라는 마사이어 뜻이 추운 곳이라는데 교회 안은 더 차갑고 추웠다. 썰렁한 교회 안엔 정말 여인 3, 청년 1명만이 앉아 예배를 드리고 있었다. 무중구(외국인)를 따라 교회 안으로 줄줄이 들어와 찬미도 배우고, 말씀도 듣던 아이들을 모아 영어교실을 시작한지 1년째가 되는 이 연말, 그동안 어렵게 뿌렸던 씨앗 가운데 4명의 귀한 침례자가 있어 교회를 찾은 것이다.


 


작은 예배당 안으로 사람들이 들어올 때마다 마치 한국에서 내 교회를 섬기던 마음으로 그분들을 안내했다. 늘 고정적인 적은 인원만 있던 교회인지라 몇 개의 의자들은 아예 쓰질 않아 흙먼지에 쌓여있었다. 손수 수건과 휴지로 의자를 닦으며 내가 마치 이 교회의 사모가 된 것처럼 먼지를 털어내고 교우들을 맞았다. 그래도 영어교실을 하면서 인근의 학생들과 그들의 부모, 교회를 알게 된 이웃들이 교회를 찾아 조금씩 교인수가 늘고 있었다.


 


,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라이스와 그의 어머니가 보였다. 그의 누나까지 합세하여 예배를 드리러 교회에 온 것이다. 더욱 놀라운 것은 라이스가 기도한 후로는 발작을 한 번도 하지 않았어요.’라는 그의 어머니의 말이었다. 아이들과의 교과 공부 시간. 난 너무도 기쁘고 감격스러운 나머지 아기를 달라고 간절히 기도했던 한나가 이스라엘의 가장 위대한 선지자 사무엘을 얻었던 것처럼 라이스를 위한 기도에 하나님께서 오늘날 같은 능력으로 응답하셨다고 같이 그 기쁨을 나누자고 말했다. 그리고는 라이스를 꼬옥 안아 주었다.


 


드디어 설교시간이 마치고, 침례를 결심한 분들을 앞으로 초청하는데 라이스가 앞으로 뚜벅뚜벅 걸어 나왔다. 순간 눈이 마주친 남편과 나는 서로 놀란 표정을 주고받았다. 라이스가 침례를 받겠다고 나온 것이다. 질기고도 고통스러운 병에서 고쳐주신 예수님 앞으로 라이스가 나온 것이다.


 


우린 모두 벅찬 마음으로 교회 앞, 전날 미리 파놓은 침례탕으로 성도들을 안내했다. 금요일 아침, 비닐 천을 들고 교회를 찾았는데 엘리샤 사역자가 마냥 구덩이를 파내려가고 있었다. 남편은 구덩이가 깊을수록 그만큼의 물을 길어와 담아야 한다는 말인데 이건 너무 깊다 설명하고는 삽을 잡았다. 침례 받을 분들이 밟고 내려갈 수 있도록 흙으로 경사를 다져 계단을 만들고 적당한 깊이의 구덩이를 다시 만들기 시작했다. 파놓았던 흙을 다시 퍼와 구덩이를 어느 정도 메꾼 후 가져온 천을 바닥에 덮었다. 천 위로 물을 담아 그 안에서 예식을 갖게 되는 것이다.


 


구덩이 안의 물을 들여다보니 정말이지 시커멨다. 구도자들도 선뜻 가까이 가지를 못하고 서성이고 있는데 남편이 덥석 차갑고 시커먼 탕 안에 발을 디뎠다. 들어서자마자 간절히 기도부터 드리는 남편의 모습. 마치 그 옛날 요단강을 건너기 직전, 콸콸 흘러가는 요단강 안으로 먼저 발을 디뎠던 제사장의 모습을 보는 듯했다. 기도가 끝나자 한 명 한 명 침례탕 안으로 들어가 침례를 받기 시작했다. 라이스 역시 함께 침례를 받았다.


 


아무도 관심을 갖지 않던 아루샤 외곽의 작은 마을, 추운 렝기자베. 이곳에 우리의 발걸음을 인도하시고 2014년 마지막 안식일, 귀한 영혼들을 드리게 하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린다. 개척사역. 뭐 하나 제대로 마련되어 있는 것이 없어서 하나부터 열까지 손이 가야 하고 마음이 가야 하고 시간과 내 자신을 드려야만 하는 사역. 그러나 그렇기에 이 사역지와 영혼들이 내 목숨보다 더 귀하다는 생각이 든다 사역에 동참케 하시는 하나님 은혜에 감사를 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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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탕을 준비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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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 교과 공부 시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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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를 찾은 성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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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 전 기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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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 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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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병에서 고침을 받고 침례를 받은 라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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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 받은 분들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