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목사님으로부터 받은 메일을 먼저 소개하고자 합니다.

 

‘'먼 타국에서 봉사하느라 고생이 많지. 건강하게 회복이 되어 다행이네. 그래도 선교지 현장에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가. 보낸 헌금은 우리 집사람 앞으로 드리는 헌금이네. 하나님의 사역을 다하지 못하고 간... 하나님의 사업을 위해 의미 있는 사역에 잘 사용해 주소.’

 

다음날 받았던 두 번째 메일입니다. 오늘 보낸 헌금도 교회 짓는데 더 보태고 필요한 사역에 사용해 주게. 그리고 교회 지을 때 우리 이름 넣는다니까 잠시 기뻤었네. 그런데 절대 이름은 넣어서 짓지 말아주게. 하나님이 영광 받아야 하는 것을 사람이 받을 수는 없네. 다 하나님의 것으로 한 것을 어찌 사람이 영광을 받을 수 있단 말인가.’

 

지난 가을, 이 목사님의 사모님이 돌아가셨습니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교통사고였습니다. 더더구나 저희가 탄자니아로 오기 직전까지 삼육대학 기숙사에 머무는 동안 세탁실을 중간에 놓고 함께 살았던 가정이었기에 부고 소식을 접하고는 충격을 금할 길이 없었습니다. 사모님의 가녀린 모습과 부드러운 미소가 어제 일처럼 생생한데 갑자기 돌아가시다니 아프리카에 있다는 것이 그렇게 야속하기는 처음이었습니다.

 

장례를 마친 후, 목사님과 그 가족들은 어떻게 지내고 계실까 늘 염려스럽고 가슴이 무거웠습니다. 그런데 사모님이 떠나신지 4개월이 지난 어느 날, 이렇게 소식을 받은 것입니다. 더욱 놀라운 건 메일을 받기 바로 전 날 일어났던 만남 때문이었습니다.

 

늦은 저녁, 레쿤다요(Lekundayo) 북탄자니아 연합회장님께서 집을 찾아오셨습니다. 한참이나 뜸을 들으시더니 어렵게 말씀을 꺼내셨습니다. 1974, 고등학교를 마치던 해 침례를 받으시고는 고향 땅을 40년간 떠나 있었는데 이제 그 고향에 복음을 전하고 싶으시다는 말씀이셨습니다. 마사이어로 작은 동물들이 사는 곳이라는 로시밍고리’(Losimingori). 이곳에 아직도 복음이 들어가지 못했는데 여전히 많은 가족들이 살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동안 유독 가족들에게는 복음을 전하지 못했는데 이제는 그 때가 된 것 같다며 만일 선교사 가정을 통해 사역자를 파송하고 교회를 세울 수만 있다면 아마도 준비된 많은 가족들이 예수님을 받아들이게 될 것이라며 저희의 대답을 조심스레 기다리셨습니다.

 

다른 곳도 아닌 목사님의 고향 땅을 말씀하시는 동안 마음속으로 기도를 드렸습니다. 그리고 바로 다음날, 모국 제 고향땅의 이 목사님으로부터 메일을 받게 된 것입니다. 짤막한 글을 읽으며 얼마나 울었는지 모릅니다. 아니 수십 번도 메일함을 열어 읽고 또 읽으며 읽을 때마다 눈물을 흘렸습니다.

 

한 알의 밀알. 어린 자식들과 사랑하는 교회를 두고 먼저 눈을 감아야 했던 사모님. 얼마나 아프셨을까. 얼마나 가슴이 찢어지셨을까. 예기치 못한 아내의 죽음으로 어마어마한 상실감과 슬픔을 겪어야 했던 목사님. 얼마나 힘드셨을까. 얼마나 앞이 어둑어둑하여 돌아서고만 싶으셨을까.

 

드디어 새해가 밝던 지난 118, 로시밍고리 지역에 마사이 출신 사무엘 메조올리(Samuel Mejooli)라는 사역자를 파송하였고, 메조올리 사역자는 조그만 방 한 칸을 얻은 후 자전거를 타고 집집을 방문하며 개척을 시작하였습니다. 그리고 바로 지난주 425일 안식일, 저희는 레쿤다요 연합회장님과 함께 로시밍고리를 방문하게 되었는데요.

 

전형적인 마사이 마을, 마사이 가옥만이 드문드문 보이는 드넓은 평야 위에 나뭇가지로 얼기설기 벽을 세운 로시밍고리 유일한 유치원이 현재 예배당으로 쓰이고 있었습니다. 개척을 시작한지 불과 4개월 남짓이지만 어느덧 40명의 어린이들과 30명 가량의 어른들이 모여 하나님의 말씀을 배우고 있었습니다.

 

갓난아기를 안은 마사이 엄마들과 아빠들은 의자도 변변치 않은 교회에 앉아 진지한 표정으로 말씀을 경청했고, 좁은 공간 탓에 어린이들은 교회 앞마당에 모여 말씀도 듣고 목청이 터져라 선창, 후창으로 이어지는 찬미를 부르는 모습이 얼마나 감동적이던지요. 레쿤다요 목사님께서도 레쿤다요패밀리가 곳곳에 앉아 예배드리는 모습을 보시며 감사와 기쁨을 감추지 못하셨습니다.

 

동행해 주신 음닌도(Mnyndo) 지역장 목사님의 말씀이 마친 후에는 가져간 선물을 나누는 시간을 가졌는데요. 연합회장님 가족이 준비한 선물인 설탕도 가정별로 나누어 주고, 읽을 수 있는 몇몇 마사이 교인들에게는 투마이니 쿠”(Tumaini Kuu, 각 시대 대쟁투)도 전달하고, 마지막으로 저희가 준비해간 중고 의류, 신발, 그리고 잼을 바른 100장에 달하는 샌드위치와 귤, 쥬스를 점심으로 나누어 드렸습니다.

 

앞으로 로시밍고리는 마을 엘더들이 교회 부지를 주시는 대로 교회 건축이 시작될 예정입니다. 또한 교인 가운데 7명의 구도자들이 침례를 받을 준비를 하고 있습니다. 오랜 시간 가족들을 위해 기도해 오신 레쿤다요 목사님의 기도가 있었던 만큼 또한 한국의 한 사모님의 밀알과도 같은 눈물의 씨앗이 심어진 만큼 로시밍고리의 수많은 영혼들이 하늘로 인도함을 받게 되리라 믿습니다.  

 

 

처절한 비극 앞에서도 하나님의 사역과 그분의 영광을 위해 슬픔을 거두고 기꺼이 아내의 이름으로 아프리카를 헤아리신 목사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하늘에서 사모님을 다시 만나는 그 날, 한 알의 밀알이 낳은 열매, 탄자니아 로시밍고리(Losimingori)의 많은 마사이 가족들을 함께 만나게 되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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