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 가족이 두 주를 꼬박 앓았습니다.

 

은총이부터 시작된 열감기.

한 주일 동안 끙끙 앓는 아이를 보다 이제야 밤에 잠 좀 자겠다 싶었는데 멀쩡하던 은하 역시 아프기 시작했습니다.

동시에 남편까지 기침을 한나절 하더니 뜨끈뜨끈.

 

결국 세 식구 모두 밤이고 낮이고 물수건을 이마에 대고

미동도 못한채 누워있는 시간이 두 주나 계속되었습니다.

 

저도 그 와중에 화장실에서 갑자기 온몸을 쥐어짜는 통증을 느꼈습니다.

순식간에 온 몸은 땀으로 범벅이 되었고 더 이상 앉지도 서지도 눕지도 못한채

아픈 배를 움켜 쥐고 병원에 실려가기도 했습니다.

 

칙칙하고 어두웠던 보름의 시간이 지난 어느 날, 전화 한 통을 받았습니다.

"내년 1월에서 3월 사이, 탄자니아를 방문하려고 하는데 우물을 팔만 한 사역지를 하나 소개해줬으면 합니다."

한국의 한 은퇴목사님의 전화였습니다.

 

마침, 마사이니(Masaini)라는 지역을 가보려던 참이어서

그저께, 목요일 드디어 자리를 훌훌 털고 마사이니로 출발했습니다.

 

마사이니는 말 그대로 '마사이들이 사는 곳'이란 뜻입니다.

이곳은 민진구(Minjingu) 교회가 최근 개척한 분교로 나무 아래서 매 안식일 50여명의 마사이들이 예배를 드리고 있습니다.

 

과연 마사이들의 둥근 볏집 보마(Voma, 가옥)가 군데 군데 보이는 마을의 한 가운데

커다란 나무가 있었고 그 아래로 마사이 여자들과 아이들이 방문객을 맞아 하나 둘 씩 모여들기 시작했습니다.

 

마사이니의 족장도 부인과 함께 나무 아래를 찾아 함께 인사를 나누었습니다.

 

그곳엔 땅을 파서 빗물을 받을 수 있는 마을의 웅덩이만 하나 있을 뿐,

사실 그마저도 마가디(Magadi, 소금결정체)가 나올 만큼 염분이 높은 웅덩이라

식수로는 영 녹녹치 않다는 말씀을 주셨습니다.

 

그러면서 마을의 땅을 좀 줄테니 교회를 짓고 우물을 파면 좋겠다는 요청을 덧붙이셨지요.

 

나무 아래서 예배를 드리다 보니 앉을 자리가 마땅치 않아 현재는 마사이의 가장들은 오기가 힘들지만

교회가 세워지면 현재 교회에 출석하는 여성들의 남편들도 와서 함께 예배를 드릴 수 있을거라고

교회를 꼭 지었으면 좋겠다고 말씀을 하셨습니다.

 

기도를 마친 후 가져간 옷가지들과 설탕, 과자와 사탕을 나누어 주었습니다.

 

나무 아래 마사이 엄마들과 아이들이 우루루 몰려들어 옷들을 고르고 손을 뻗어 가져가고

서로 더 필요한 옷들을 교환하는 모습이며

3년 여를 이곳에 있으면서 부쩍 커버린 은하와 은총이의 작아진 옷들이

그곳 아이들에게 꼭 맞는 모습에 행복한 미소가 절로 나왔습니다.

 

아루샤로 돌아온 후, 한국의 목사님께 전화를 드렸습니다.

 

목사님께서는 '아, 잘되었네요. 꼭 필요한 마을에 우물을 팔 수 있게 되어 고맙습니다.

가능하다면 가져갈 후원금으로 교회도 지을 수 있다면 좋겠네요. 곧 항공권을 알아 보겠습니다.' 라며

흔쾌히 이 지역에 대한 도움을 약속해 주셨습니다.

 

몸이 아파 아무 일도 할 수 없었던 보름.

답답한 가슴에 어둑한 집 안에 앉아 시무룩해 있는 동안

하나님께서는 한국의 한 은퇴목사님의 마음을 두드리셔서 마사이니 지역의 필요를 예비하셨다는 것에

참으로 감사한 하루였습니다.

 

우물 서베이가 잘 마쳐지고, 에쉬케쉬처럼 물이 없는 땅이 아닌 솟구쳐 올라오는 샘물에

마사이니의 모든 마사이들이 생명수 되시는 예수님까지 벅찬 맘으로 만날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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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가족은 민진구 교회의 수석장로님, 가운데 붉은 슈카를 걸친 분과 옆 아이를 안고 있는 부부가 마사이니 족장 부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