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동차뿐만이 아니라 아프리카의 선교여행은 먹을 것이 없어 정말이지 힘듭니다. 특히 고기를 먹지 않는 저희로서는 우갈리(ugali, 옥수수가루로 만든 떡반죽 비슷한 음식으로 탄자니아인들의 주식)와 치차(chicha, 녹색의 나물 종류), 혹은 왈리(wali, 흰 쌀밥으로 기름에 볶은 것)와 마하라게(maharage, 붉은 콩을 삶아 소금간을 한 것)외에는 달리 선택할 메뉴가 없습니다. 그러나 이마저도 식당 사정에 따라 재료가 떨어졌다 혹은 음식이 벌써 동났다(동행한 교육부장님 말씀으론 도시에서 떨어진 곳들이다 보니 유통 상황이 열악하고, 재료도 적다보니 하루 요리양도 적다고 합니다)하면 그저 멀건 빵이나 씹을 수 밖에 없는 노릇입니다. 특히 선교 방문지의 식당들은 있는 것보다 없는 게 더 많아서 이번 망아티 부족 방문 동안에는 가져간 과자와 볶은 곡식, 그리고 빵으로 온 식구가 버티다시피 했지요.

 

그래도 망아티와 하자베의 거주지인 Yaida Valley는 조용한 감동을 자아낼 만큼 아름답고 신선했습니다. 저희차로는 도저히 갈 수가 없어 다시 친척분의 Land Cruiser를 빌려 타고 또 다시 온몸이 떨리도록 흔들리는 산길을 한참이나 올라갔습니다.

 

Valley입구에서 친척 분께 재미난 이야기를 하나 들었는데 Vodacom(보다컴)이라는 우리나라의 KTF같은 굴지의 통신회사가 이 지역에 기지국을 하나 세웠다고 합니다. 토속신앙이 만연한 망아티 부족은 기지국을 P8211726.JPG P8211733.JPG P8211738.JPG P8211746.JPG P8221786.JPG 보자마자 악신이 우리 지역에 들어왔다며 당장 치우라고 야단을 쳤다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그 다음날 어찌된 일인지 기지국이 완전히 파손되어 도저히 쓸 수 없는 상태로 망가져 버린 것입니다. Vodacom은 악신은 믿지 않지만 왠지 꺼림찍해 이 지역은 손을 놨다고 하네요. 악령이 망가뜨린 건 아니겠지만 망아티 부족 뜻대로 되어버린 기지국 얘기에 한바탕 웃었습니다.

 

꽤 높은 곳까지 올라왔을 때 갑자기 차 정면 너머로 엄청나게 광할한 Yaida Valley의 전경이 한눈에 들어왔습니다. 가시나무들, 모래언덕 사이로 펼쳐져 보이던 그 전경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경이로웠습니다. 마사이들이 사는 환경과는 사뭇 다른 나무 한 그루, 풀 한 포기도 찾아 볼 수 없는 그야말로 민머리와 같은 대평원이 끝도 없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평원 사이사이 사람의 키보다 작게 만들어진 망아티들의 가옥들. 마치 민속촌을 온 것과 같은 기분이 들 정도로 낮은 가옥들 사이로 망아티들이 살고 있었습니다.

 

망아티 부족은 한 남자에 기본 네 명의 아내를 둘 수 있기 때문에 네 명의 아내들과 아이들이 울타리 안에 여러 집을 지어놓고 함께 삽니다. 남자는 정해진 집이 없이 그날 그날 원하는 곳에 가서 잠을 자게 되구요. 저희가 그곳에서 처음 방문한 가정은 여성전도부장인 Mariam Samo의 어머니들의 집이었습니다(마리암 사모 부장은 첫 번째 부인의 딸이며 나머지 어머니들이 머무는 집을 방문함). 그 어머니들 가운데 가장 막내인 다섯 번째 아내는 저보다도 어려 보였습니다. 그들의 문화라 그렇겠지만 마리암 사모 부장이 여러 어머니들과 머리를 끌어 안으며 반가워 하는 모습을 보며 나라면, 내 아버지에게 이렇게 여러 여자들이 있다면 이런 상황을 과연 받아들일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잠시 해보았습니다.

 

가져간 옷가지와 사탕을 나눠주자 서로 대보기도 하고, 사탕을 뜯어 아이들을 먹이는 모습은 우리네와 별반 다르지 않았습니다.

 

4탄으로 이어집니다!

 

 

 

4탄으로 이어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