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에서 아파트에 살던 시절, 엘리베이터 벽에 붙은 관리사무소의 게시글 "00월 00일 00시~00시까지는 단수입니다."

허걱, 물이 안나오면 어떻게 사나? 1년에 한 두 차례, 그것도 하루 단 몇 시간 뿐인데도 괜시리 눈앞이 캄캄해지곤 했습니다.

 

이곳 아프리카 탄자니아는 현재 3년째 가뭄으로 온 땅이 쩍쩍 갈라지며 신음하고 있다보니 저희가 살고 있는 이 아루샤 도시도 물 걱정이 끊일 날이 없습니다. 전기는 물론이구요. 선교소식을 올리다가도 갑자기 전기가 툭 나가면 다음날 들어오기 일쑤고, 전기가 나가버리면 3km가 떨어진 곳에서 전력으로 물을 끌어와 물탱크(고작 1,000lL)에 공급하는 실정이기 때문에 당연히 물도 나오지 않지요. 열흘 동안이나 물이 안나온 때도 있었고, 전기와 물 없이 3일을 꼬박 태양이 작렬하여 머리 정수리를 태우는 듯한 아프리카의 더위를 이겨낸 적도 있습니다. 요즘은 다시 우기가 시작되다 보니 안그래도 열악한 전기가 직격탄을 맞아 하루에도 2~3번씩 전기가 길게 나갔다 짧게 들어오곤 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불편한 상황에서도 너무나 행복한 것은 이런 환경을 통해 배우는 것이 더 많기 때문입니다.

 

전기가 수시로 나가고 물도 자주 안나오다보니 저희집 식구의 새로운 버릇은 전기가 있나없나 물이 나오나 안나오나 수시로  확인해 보는 것입니다. 전기가 들어오면 이젠 은하은총이까지 '엄마, 아빠 전기 들어와요. 참 감사합니다, 하나님!" 하고, 물을 틀어봐서 물이 졸졸 흐르면 '와, 물 나와요!!! 아, 시원해"하고 연신 감사하는 것이 저희의 삶이 되었습니다. 글을 읽고, 메일을 쓸 수 있게 전기가 들어오는 것만으로도, 손을 씻고 채소들을 헹굴 물이 졸졸 나와주는 것만으로도 너무나 감사하고 살맛이 나는 순간순간들(공급이 잘 안되므로 그런 작은 순간들이 엄청난 기쁨으로 다가오는 생활의 면면 속에서)을 온 가족이 자주자주 경험하며 사는 것이지요.

 

아프리카에 살아서 이런 환희를(안 나오던 물이 나오므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이렇게 많다는 것을 처음 알았고, 전기가 갑자기 들어오므로 그리운 고국과 연락하고 선교소식을 나눌 수 있다는 것이 이렇게 행복한 일인 것을 처음 알았기에) 매번 매일 자주 느낄 수 있다는 게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요!!!

 

또한 전기가 들어올 때 그때그때 해야 할 일들을 미루지 않고 하는 좋은 습관도 생겼습니다. 전기가 마냥 공급된다면 곧 있을 연례행정위원회 저희 보고서를 제출하고, 이메일을 전송하고, 선교사역소식들을 알리고, 후원자들과 접촉하는 이 모든 일들을 조금은 미뤄두고 저희들 자신의 일을 더 돌볼 수도 있겠지만, 전기가 들어왔을 때 이 모든 일들을 빠짐없이 재빨리 해치워야 하므로 미루지 않고 즉각즉각 하는 좋은 습관이 생긴 것입니다.

 

아프리카라서 배울 수 있는 이 모든 것을 인하여 하나님께 감사드립니다.

 

은하은총이가 편리하고 편안하고 모든 것이 갖춰진 한국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지 아니하고 조금 불편하고 어려운 곳에서 살면서 하나님을 의지하고, 작은 것에 하나님께 감사하며 그들의 중요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사실에 참 감사합니다.

 

아프리카 선교사!

이 귀한 특권을 허락하신 하나님께 무한 감사드립니다.IMG_0238.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