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작은 마을.

 

70여 가구 남편들이 모두 케냐로 돈 벌러 갔습니다.

배우지 못하고 변변한 기술도 없는 탄자니안 마사이들이 할 수 있는 일이란

나이로비 시내의 고급 주택이나 건물을 봐주는 경비원 혹은 운전사.

타지로 떠난 남편들은 아예 눌러 살 생각인지 케냐 여인을 만나 딴 살림을 차렸습니다.

그러고는 석 달에 한번 혹은 일년에 두어 번 꼴로 집에 찾아와 쥐꼬리만 한 돈을 던져주곤 다시 떠납니다.

 

저희들이 영어교실을 운영하고 있는 렝기자베(Lengijave)의 현주소입니다.

 

이제 이 마을엔 여자와 주렁주렁 어린 아이들만 가득 남았습니다.

 

그나마 마을을 지키던 마마 조엘(Mama Joel)의 남편 역시

얼마전 큰 트럭에 치여 함께 길을 건너던 7명의 행인과 함께 그 자리에서 목숨을 잃었습니다.

나이로비에 가기 위해 운전을 배우고 집으로 오던 길이었습니다.

 

다섯 아이와 오롯이 남은 마마 조엘을 방문하고는 할말을 잃었습니다.

가진 것이라곤 소 한 마리, 송아지 한 마리 그리고 당나귀 한 마리, 당나귀 새끼 한 마리 뿐이었습니다.

마사이 가정 치고는 너무나 빈약한 짐승, 고작 네 마리.

 

 

그런데 참, 신기하지요.

 

마침 저희 수중에 15만원이 있었습니다.

광주의 김승자집사님으로부터'필요한 가정에 가축을 선물해 달라'며 받은 특별후원금이었지요.

지난 2 년간 한번도 이런 독특한' 가축' 후원금을 받은 적이 없었는데 말입니다.

 

저희는 바로 행복한 고민에 빠졌습니다.

어떤 가축을 선물하는 것이 좋을까!

 

닭! 그래, 닭!

날마다 알을 낳으니 다섯 아이에게 양질의 단백질을 공급하고

시장에다도 비싼 값에 내다 팔 수 있으니 그야말로 일석이조!

 

마반지(Mabanzi, 목재소에서 처음 절단되 나오는 나무 껍질과 얇은 속피)와 강목을 내리자

시커먼 하늘 아래 아침 내내 부슬거리던 비마저 그치고

오랫만에 잡은 망치질도 가볍기만 합니다.

 

기분 좋은 마마 조엘 역시 흥얼흥얼 콧노래를 부르며 연기 피어오르는 부엌에 앉아 새참을 준비합니다.

갓따온 옥수수가 고국의 대학옥수수 마냥 찰지게 씹힙니다.

 

뚝딱뚝딱.

 

족제비나 뱀이 들어오지 못하게 구석구석 막고

11마리의 닭들이 날아 오를 2층 놀이터까지 배려합니다.

약간 비스듬하긴 하지만 경첩까지 야무지게 달고나니

제법 그럴듯한 쿠쿠하우스가 완성되었습니다.

 

집이 완성되는 동안 두 다리가 묶여 철퍼덕 바닥에 숨죽여 있던 닭들도

새 보금자리에서 푸드득거리며 날갯짓 하는 모습이 사랑스럽기만 하네요.

 

갑작스런 사고로 하루 아침에 남편을 잃고

고작 네 마리 짐승에게 여물을 먹이며 깊은 한숨을 내쉬었을 마마조엘의 고통에

'가축후원금'으로 위로해 주신 우리 하나님.

 

멋진 하나님께서 펼쳐 보이시는 계획은

언제나 우리의 상상을 능가합니다.

 

가난한 이에게 빵과 의복, 물과 집으로 복음을 표현해 주시는 우리의 하나님을

마마 조엘 가족 모두가 가슴으로 받아들일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00007마마조엘.jpg

마마조엘.jpg

00000마마조엘.jpg

00001마마조엘.jpg 00002마마조엘.jpg 00003마마조엘.jpg

00004마마조엘.jpg 00005마마조엘.jpg 00006마마조엘.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