늘 그저 지나가다 '어어어!!! 잭프룻(Jack Fruit)아니야?'

감히 사보지는 못하고 온 가족이 입만 쩍 벌리고 쳐다보던 잭프룻.

 

바라바이크 부족 지역에서 돌아와 열흘만에 찾은 소코쿠 중앙시장에서 '오늘은 한번 사보자'하고 4,000실링(우리돈 2,800원)에 하나를 구입했습니다.

 

나무에 달리는 열매 중에 세계 최강이라는 지름만 28cm, 크기는 제일 큰 게 무려 36kg이나 된다는 이 과일.

 

울퉁불퉁, 나무에 매달려 잠자는 조그마한 괴물(?)같은 이 과일은 파보면 파볼수록 신기하고 놀랍고 기괴하기까지 합니다. 노란색 천연 껌 같은 쫀득쫀득하고 달달한 열매 안에 커다란 씨앗이 오롯이 앉아있고, 중앙의 커다란 심 둘레로 이런 열매들이 알알이 깊숙한 곳까지 박혀있네요.

 

그런데 저희 부부의 눈과 손가락 20개를 사로잡은 건 이런 열매들이 아니라 그 열매를 둘러싼 슈퍼 울트라 막강 파워의 찐득거리는 유액입니다. 바다의 해파리같이 춤을 추는 듯한 흰색 너풀거리들과 구멍이 숭숭 나있는 벌집같은 껍질 내부에 덕지덕지 붙어 있는 강력한 뭔가가 열매 사이사이에서 저희들을 기다립니다.

 

'엄마, 아빠 또, 또' 하며 참새 새끼들 마냥 입을 벌리고 하나씩 받아가는 은하 은총이를 먹이고, 열매들을 추린 후 남은 것은 난리가 난 손가락 20개.

 

손가락, 손가락 사이사이, 손등, 손바닥, 심지어 입술에까지 뭍은 진득한 유액 제거 소동.

처음엔 비누, 식기용 세재를 사용했지만 역시, 꿈쩍도 않는 흰 찰거머리들 떼어내느라 세탁세재와 초록색 수세미로 온 손을 박박문지르고 그래도 안 떨어져 나가는 유액 잔챙이들은 박스테이프의 접착력을 이용해 떼어내는데 성공, 신기한 잭프룻 사다 칼로 반을 동강 내고 2시간 반이 지나서야 의자에 앉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런데 먹는 이를 이토록 고통(?)스럽게 만든 이 기기묘묘한 잭프룻을 통해 놀라운 하나님을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네요.

과일 하나도 이리 복잡하고 놀랍게 창조하신 하나님.

 

잭프룻은 뭐하나 버릴게 없다고 합니다. 커다란 과일을 매달고, 태풍에도 여간해선 넘어지지 않는 잭프룻 나무는 악기나 가구의 재료, 원산지인 인도에서는 힌두사원 사제들을 위한 의자로 쓰인다고 하네요. 알알이 박혀 있는 씨앗은 얇은 껍질만 벗겨내 삶으면 밤처럼 달고 콩 저리가라 할 정도의 영양가 덩어리라고 하고요. 그 진득한 유액의 정체, 그건 왜일까? 저희 부부는 아무래도 열대지방의 과일인만큼 수분을 빼앗기지 않도록 열매를 보호하려는 보호막이 아닐까 어림 짐작 해보았습니다.

 

껌 같은 쫄깃한 달콤함, 알알이 노란 열매, 독특한 내부구조, 울퉁이는 껍질, 엄청난 접착력. 모두 뭔가 그럴듯한 이유가 있을 법한 '지적 설계'의 증거가 아닐까요?

 

멋지신 창조주 하나님만의 독특한 '디자인과 설계'가 돋보이는 잭프룻입니다.

 

탄자니아 오심 잭프룻 한번 대접하겠습니다.

그때는 손에 식용유 바르고 단단히 준비해서 맛있게 한 접시 차릴께요.

Karibu sana, wakaribishw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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