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쉬케쉬는 사막입니다.

60미터 아래로 아무리 파 내려가도 물 한 방울 나오지 않는 사막입니다.

 

도저히 씻을 수도 마실 수도 없는 연녹색의 이물질 가득한 웅덩이 물을 퍼 올리기 위해 바라바이크는 작열하는 태양 아래 사막 길을 3시간 이상 걷습니다. 그 물 때문에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는 주혈흡층으로 고통을 당하면서도 어쩔 도리가 없습니다. 그나마 건기 때는 가축에게 물을 먹이느라 사람은 물 한 방울 못 마시고 잠들 때도 많습니다.

 

얼마 전 우물 시추 결과, 에쉬케쉬가 소금 땅이란 사실을 확인하고는 너무나 실망이 컸습니다. 인간의 힘으로 아무것도 할 수 없다는 사실이 가슴 아팠습니다. 솟구쳐 오르는 물 속에 뛰어 들어 온 몸으로 환호할 바라바이크 부족들을 머리 속에 그리다가 막상 소금 섞인 모래만 바람에 날리는 결과가 나오자 한숨이 절로 나왔습니다.

 

그동안 살던 텐트 중앙에 구멍을 뚫어 빗물을 받으면서도, 웅덩이 물을 페트병 간이 정수기에 담아 마시면서도, 컵 하나로 양치하고 발을 씻으면서도 언젠가 우물을 파면 물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에 참고 기다렸는데 다 허사로 돌아간 것입니다.

 

그러나 우물을 파지 못했다고 마냥 실망 할 수는 없었습니다. 곧 시작될 11월의 우기를 맞아 천수답의 하나님을 의지하고 빗물을 저장할 수 있는 시설물을 설치하기로 마음을 다잡았습니다.

 

교회 지붕에 거터(Gutter)를 달고, 그 거터를 긴 파이프로 연결하여 물탱크로 빗물이 모아질 수 있는 형태의 시설물 말이지요. 지붕을 통해 들어오는 빗물의 이물질을 한번 거를 수 있도록 작은 물탱크(1,000리터)를 먼저 댄 후, 한번 걸러진 다소 깨끗한 물을 10,000리터 짜리 물탱크 두 통에 담을 수 있도록 간단한 스케치를 마쳤습니다.

 

문제는 1,000리터짜리 물탱크를 기본 2.5m 가량의 지붕 높이로 올리려면 쇠파이프를 이용한 받침 구조물이나 철근 콘크리트 구조물이 필요했습니다. 이 구조물을 구입하고 대도시로부터 옮겨 마무리 작업을 하려면 상당한 비용과 시간이 필요한 부분이었지요. 그런데 어느 날, 물탱크 설치를 놓고 고민하다 여러 건축과 관련된 인터넷 사이트를 둘러보게 되었는데 그곳에서 놀라운 기사를 하나 읽게 되었습니다. 부대 자루에 흙을 넣어 단돈 80만원에 집을 지은 한 부부의 이야기였습니다. 유레카! 올레! 이 구조물을 이런 방식으로 만들면 어떨까! 하나님께서 적절한 시점에 기가 막히게 훌륭하면서도 저렴한 방법을 알게 하신 것입니다.

 

든든한 기초 위, 부대 자루 180개에 일일이 흙을 가득 담고, 다시 자루를 눕힌 후 큰 돌로 내리쳐 편평하게 다진 다음 하나하나 쌓아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40도로 내리쬐는 한낮, 어마어마하게 무거운 흙자루를 만들어 올리는 과정이 결코 쉽지만은 않았지만 이런 아이디어를 알려주신 하나님께 참으로 감사했습니다.

 

난생 처음, 지붕에 매달려 배관 기술자 역할을 하려니 사다리 위에서 허리가 휘청이고, 오랜만에 손에 잡은 전동드릴에 손이 후달달 떨렸습니다. 파이프를 연결하기 위해 어두컴컴한 10,000리터짜리 탱크 안으로 들어갔을 때는 확 밀려오는 뜨거운 열기에 숨이 막힐 지경이었습니다. 교회 건물 옆에서 공동체 케어 센터를 짓고 있는 건축자 피델리스(Fidelis)까지 이건 기술자가 할 일이지, 전 못해요.’하며 손 사레를 쳤고, 바라바이크 부족들은 그 이름처럼 바라만 보았습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사역자들이 제게 푼디(Fundi)’라는 별명을 붙여주었습니다. 푼디는 이곳에서 몸 사리지 않고 닥치는 대로 일하는 사람이라는 뜻입니다.

 

어느덧 에쉬케쉬 도착 4일 째 아침, 빗물 저장소가 모두 완성되었습니다.

 

지금 에쉬케쉬는 간헐적으로 소량의 비가 내리고 있습니다. 선하신 하나님께서 우기가 시작되기 전 빗물을 받을 수 있는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인도해 주심을 감사드립니다. 본격적으로 우기가 시작되면 차량이 들어갈 수 없는 진흙탕이 되어 버리기 때문에 참으로 시기 적절한 때에 설치를 마쳤습니다.

 

이 계획에 100% 찬성해 주시고 필요한 자금을 즉시 보내주신 미국의 김종식 장로님과 도움을 주신 캐나다의 박창우 선생님께도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이번 우기에 물탱크를 가득 채울 큰 비를 매일같이 내려 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립니다.

 

물탱크설치끝.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