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에쉬케쉬 마을에 쉐레헤(결혼 피로연: Sherehe)가 열리는 둘째날.

 

소가죽을 사선으로 겹쳐 간신히 가슴을 가리운 바라바이크 처녀들이

북소리에 맞춰 전진하는 바라바이크의 전사들을 마주보고 섰다.

 

서서히 몸을 출렁이다 발꿈치를 차올렸다 내리는 전사의 움직임.

그에 맞서 수줍은 듯 앞으로 한 발짝 나서는 소녀.

 

혀를 오로로로 말며 여인 주위를 빙글빙글 돌자

탄탄하고 검붉은 허벅지가 모두 드러날 정도로

하늘 높이 껑충 껑충  뛰어 오르기 시작하는 소녀의 모습이 가히 폭발적이다.

 

둥근 비즈 물결이 살랑살랑 너울대며 사그락 사그락 부비대는 광경.

양털로 한껏 늘어뜨린 멋진 장식이 검지 손가락 아래로 너풀거린다.

 

키부유(조롱박:Kibuyu)에 가득 담긴 웅가(전통음식에 쓰이는 고운 가루: Unga)며

설탕에 가득 재워놓은 카사바(고구마 같은 뿌리 음식: Kasava)

사탕수수로 발효시킨 전통술이

축제에 젖은 마당 한켠 가득하다.

 

마당 곁, 집안의 가장 안쪽.

이미 한 상 끝낸 마을의 장로들이 거나하게 취해 있고

소똥으로 발라놓은 집 안은 나이든 여자들 차지.

너른 마당엔 짝을 찾는 분주한 젊은이들로 소란스럽다.

 

에쉬케쉬.

 

그들이 주인인 이 땅에서

서양식 악수를 나누며

카메라 목에 걸고 기웃기웃 눈치만 살피는 이방인은

오늘 같은 날 중얼댄다.

 

나도 바라바이크 사람이고 싶다...

 

그들의 몸짓과 함께 뛰어올라 보는 하늘은 어떨까.

깔깔대는 그들 사이에서 그들의 웃음을 웃는다면.

아기 들쳐업고 우갈리(옥수수반죽: Ugali)를 휘휘젓는 마마의 삶, 그 깊은 속을 들여다 볼 수 있다면.

검은살 드러내고 총총걸음으로 무리지어 왔을 소녀들 속에서 그녀들의 흥분을 함께 느낄 수 있다면.

 

내 누런 피부가 유난히 희어 보이는 그들 사이에서

내심 부럽다.

 

바라바이크가 부럽다.

 

그들의 가슴과

그들의 노래와

그들의 몸짓과

하나되는 그 날.

그 날은 언제일까...

 

(쉐레헤 장면은 바라바이크 부족의 전통행사인 관계로 카메라에 담지 못했습니다만

젊은 전사들의 높이뛰기 사진이 있어 올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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