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12월, 어느 안식일의 일기

 

예배 시간 내내 기분이 좋지 않았다. 무겁고 답답한 마음 뿐이었다 레마라 교회에서 주변 이웃들과 빅토리영어교실학부모 및 학생들을 대상으로 손님 초청 안식일의 문을 연 20141220일 안식일 아침. 평소 50~60명 모이는 교회지만 오늘은 제법 많은 사람들이 교회를 찾고 있었다. 안식일 학교가 마친 후 처음 방문한 손님들의 왼쪽 가슴에 꽃을 달아주는 시간인데 영어교실 아이들이나 그들의 부모님들은 한 명도 보이지 않는다.

 

2년 전, 사라와 로즈네 거실에서 8개월을 함께 했던 소중한 아이들을 레마라 교회와 연계한 후, 첫 해는 정말 예비등록명단까지 가지고 있을 정도로 교실 운영은 성공적이었다. 레마라 지역에 프로그램이 알려지면서 아이들 뿐만 아니라 성인들, 주변 교회 지도자들까지 영어를 배우겠노라고 교실 문을 두드릴 정도로 영어교실은 영혼들이 제 발로 교회를 찾는 황금어장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그러나 선교사와 외부 자금에 전적으로 의존하여 교실을 운영해 가다 보니 영어교실 자체는 운영이 되지만, 해가 바뀔수록 선교적 측면, 즉 이 구도자들을 교회의 잠재적 성도들로 여기고 방문하고 성경교수를 하는 부분에 있어서는 교회가 책임을 지려하는 모습을 찾기 보기가 점점 어려워졌다. 교실 운영이 선교사들에게 달려있다고 보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보니 다수 교인들의 책임의식이 분산되면서 아이들을 처음 교회와 연계한 목적이 희미해지고 있었다.

 

2014년 초, 이 부분에 대한 염려를 교회 지도자들과 나누자 장로님들 역시 같은 의견을 피력하셨다. 우리 모두는 이에 대해 방법을 강구하지 않으면 안 됨을 인식하고 두 가지 제안을 놓고 기도하였다. 하나는 전적으로 교회가 운영을 하는 방법이고 또 하나는 선교사와 교회가 반반씩 운영에 관여하는 방식이었다. 교회에서는 교사관리와 교재 및 필요한 물품 구입에 대한 운영을 교회가 전적으로 해보겠다며 선교적으로도 모든 교인들이 마음을 모아보시겠다며 결론을 내려주셨다.

 

그런데 결과는 대 실망이었다. 어찌된 일인지 가장 중요한 교사관리가 전혀 되고 있지 않았다. 개인적인 사정이 생기면 교사는 몇 주건 그냥 교실을 비웠고, 대체 교사도 바로 세워지지 않았다. 교회가 운영을 책임지기로 한 만큼 매번 얼굴을 내밀고 간섭하는 것도 방해가 될 까 싶어 두어 달에 한번 씩 방문해 보면 그런 식이었다. 교사가 비어있는 수업에 나와 남편이 대체교사로 수업을 대신한 적도 있었다. 그것도 교회의 요청이 미리 있어서가 아니라 우연히 방문한 날, 교사 없이 우두커니 앉아 있던 아이들 때문이었다.

 

교실 아이들이 보이지 않는 손님 초청의 날안식일 아침. 난 이런저런 생각에 마음이 무거웠다. 교회에 적잖이 실망스러운 마음이 들고 몹시도 서운했다. 이 날 새벽, 연합회 안에 있는 교회를 찾아 하나님께 무릎을 꿇었다. ‘하나님. 어린 학생 하나도 끝까지 관리하고 찾아가지 못한 저의 불충함을 용서해 주소서. 영혼 한 명 한 명의 소중함과 그 가치를 깨닫게 도와주시고 이기적인 제 마음을 깨끗케 하사 주님께서 보시듯 영혼들을 볼 수 있게 도와주소서.’ 사실 교회 탓만 할 일도 아니었다. 나 역시 발만 동동 구를 뿐, 마땅한 책임을 다하지 못한 것이다하나님, 오늘과 내일. 레마라 교회를 찾으려 합니다. 저에게 하나님의 뜻을 알려주세요.’

 

그런데 대예배 시간이 시작될 무렵, 사라네 거실 시절부터 지금까지 3년을 가까이 함께 했던 6살배기 쌍둥이 형제 브라이언(Brian)과 브라이튼(Brighten)이 내 앞에 번쩍하고 나타났다. 검은색 꼬마신사용 양복 안에 초록색 ‘Victory English Class’가 적힌 티셔츠를 받쳐 입고, 각각 하늘색과 녹색 슬리퍼 차림으로 교회를 찾은 쌍둥이는 쪼르륵 우리 가족이 앉은 의자 앞으로 달려와 앉더니 고개를 돌려 씩 하고 웃어 보였다. , 저기 사라 동생들 제호바(Jehovah)와 에스더(Esther)도 보인다. 교회 맨 앞줄에 앉았던 제호바와 에스더는 뒤쪽에 앉아 있던 우리를 발견했는지 얼른 옆으로 뛰어와 앉는다. 옆으로 바로 뒤로 앞으로 옛날부터 함께 해온 영어교실 아이들이 어느새 꾸역꾸역 몰려들어와 앉기 시작한다.

 

, 갑자기 가슴 속에서 뭔가 뜨거운 게 솟아오른다. 눈물이 터져 나온다. 도저히 멈출 수가 없다. 너무나 낯익은 아이들의 검은 눈동자, 3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내게 먼저 다가와 와락 안기는 모습, 바싹 옆에 엉덩이를 들이 미는 그 친밀감. 흘러 내리는 눈물을 도저히 멈출 수가 없었다. 내 아이들이 커오는 동안 이 아이들도 이 만큼 자랐구나. 그런데도 여전히 나를 찾아 달려오는구나. 복받쳐 오르는 이 기쁨과 환희는 무엇일까. 수년 간 영어교실을 하면서 그토록 바랐던 건 그저 이렇게 교회를 찾는 아이들의 모습을 보는 것, 그거 하나였는데 오늘 이렇게 아이들이 와준 것이다.

 

2015년 1월 11일 일요일 아침

 

새로운 마음과 다짐을 안고 올해로 4년째가 된 레마라 'Victory English Bible Class'의 문을 활짝 열었습니다.

부푼 가슴과 열의를 가지고 시작했던 2012년 영어교실 때와는 달리 많이 침체된 현재의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지난 한 달 간, 레마라의 지도자들과 서신으로 또는 만나서 수차례 회의를 거듭한 끝에 새로운 활력과 헌신으로 교실을 운영하기로 다시 한번 마음을 모았습니다.

 

세 명의 교사(Teacher Matiko, Sara, and Glady)를 선정하고, 아이들과 그들의 가정들을 특별 관리 및 방문할 '영어교실' 전담 사역자(Benjamin Kola)도 새로 채용했습니다. 특별히 이번 영어교실은 3년간 저희 교실을 다녀간 기존의 학생들 외에 새로운 신입생들의 등록을 받아 세 클래스로 나뉘어 문을 열었는데요. 유치반(Pre-class), Level 1, 그리고 Level 2에 각각 10~15명의 학생들을 받았습니다.

 

앞으로 벤자민 사역자는 '영어교실' 학생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그 이웃들을 방문하여 좋은 친구가 되어주며, 그들을 위해 성경을 펴고 함께 기도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입니다. 또한, 매주 금요일마다 모든 가정들을 방문하여 안식일 예배에 초청하고, 일요일에는 특별 배정된 교사와 교인 두 명이 가정을 방문하여 아이들의 수업 현황을 들려주며 좋은 관계를 맺고자 일할 것입니다.

 

현재 레마라 영어교실을 다녀간 학생들 가운데 어려운 몇 가정을 선정하여 학비를 지원하거나 소규모의 가게를 열 수 있도록(작은 식료품점 혹은 숯장사 등) 시도를 해왔습니다만 앞으로는 더욱 많은 가정들과 이웃들이 희망의 날개를 달 수 있도록 도울 예정입니다.

 

한 지역에서 한 프로그램을 운영한지 4년째가 되었습니다.

자칫하면 첫 열정과 헌신의 마음이 무뎌지고 안일해질 수 있는 시점입니다.

 

그러나 급속히 현대화, 자본주의 사회로 바뀌어 가고 있는 탄자니아 대도시 아루샤에서의 어린이들을 위한 사역은 너무나도 귀하고 중요하기에 다시 한번 마음을 모아 시작해보고자 합니다.  

 

영어교실 학생들과 부모님들, 그리고 그 이웃들이 이 프로그램을 통해 하나님께 인도함을 받을 수 있도록 여러분들의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영어교실을 위해 헌신하는 교사들과 사역자, 그리고 레마라 교회의 성도들을 위해서도 격려와 응원을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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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첫 등록일 풍경, 영어교실 교사들이 교과서를 들고 함께 사진을 찍다(좌로부터 마티코, 글라디, 그리고 사라 선생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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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업받는 아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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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어교실을 전담하게 될 벤자민 사역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