므왈리무, 나옴바 쿠오나 와냐마 포리니”(Mwalimu, naomba kuona wanyama porini. 선생님, 저 동물 보러 가고 싶어요).

 

어느 날, 사라(Sarah)가 쭈뼛거리며 제 앞으로 오더니 개미처럼 기어 들어가는 목소리로 말했습니다.

 

웬 동물 부탁이냐구요?

광활한 국립공원에 자유롭게 서식하는 야생 코끼리, 원숭이, 기린, 버팔로 같은 진짜동물들을 보고 싶다는 말입니다.

 

탄자니아는 한국처럼 지하철만 타도 서울숲이며 어린이대공원입구에서 내려 공원을 활보할 수 있는 곳이 없습니다. 그런 곳이 있다 해도 하루살이 목구멍이 포도청인 이곳 사람들에게 소풍은 남의 나라 말일 뿐이지요. 탄자니아 전역에 그 유명한 세렝게티(Serengeti)며 국립공원이 즐비한데도 가보면 모두 딴 나라에서 온 여행자들 일색입니다. 아프리카 사바나(Savannah) 지역에서 서식하는 자기 나라 토종 동물들을 눈으로 직접 본 아이들이 극히도 드물다는 것은 참 아이러니한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눈에 넣어도 아프지 않은 집안의 막내가 조르면 제 아무리 철두철미한 부모라도 못이기는 척 그 청을 들어주듯 제게 사라는 그런 아이입니다. 탄자니아에 와서 처음 만난 아이, 그리고 지난 3년간 매주 일요일 빅토리영어성경교실에서 계속 만나고 있는 사라는 올해로 14살이 되었습니다. 얼마나 눈치가 빠르고 똑똑한지 자기 앞에선 이 무중구(외국인)도 꼼짝을 못한다는 것을 잘 압니다.

 

드디어 지난 46, 사라 덕에 소풍을 가게 된 41명의 빅토리 아이들, 10명의 레마라(Lemara)교회 교사들과 교인들, 1명의 가이드(렝기자베 영어교실 교사)와 함께 아루샤국립공원(Arusha National Park)'로 소풍을 떠났습니다.

 

오히려 예약했던 승합차(Coaster)와 아이들의 도시락 준비가 늦어져 진작 아침 7시부터 교회 마당에 모여 있던 아이들은 1시간 반이 넘도록 또 기다려야 했지만 이마저도 소풍날은 의례 그런 줄 알고 있는 듯 그저 신난 표정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큰 승합차에 올라탄 아이들은 갑자기 한 목소리로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습니다. ‘창 밖에 봄비가 내리네’(이 때 찍었던 동영상을 정말 보여드리고 싶군요!) 이 노래는 빅토리 아이들의 주제곡과도 같습니다. 기분이 좋으면 난데없이 튀어나오는 흥겨운 '빅토리'만의 주제곡이지요. 꼬맹이들의 카랑카랑한 목소리가 몇 곡을 연달아 메들리로 부르는 동안 차는 어느새 아루샤를 벗어나 공원이 위치한 우사리버(Usa River)로 들어섰습니다.

 

제일 먼저 공원 입구에 위치한 쪼끄마한 방 한 칸 크기의 박물관’(박제된 새, 나비 등을 전시해 놓은 곳)을 둘러본 후 동물투어를 나섰습니다. 드넓은 초원에서 우아하게 활보하는 목이 긴 기린과 차 바로 앞으로 걸어가는 어미 버팔로와 새끼 버팔로, 그리고 엉덩이가 정말 빠알간 바분 원숭이 떼를 보는 것은 정말이지 흥미로운 경험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눈앞에 진짜동물들이 출현할 때마다 ~~~’하고 함성을 질러 승합차 운전사 아저씨한테 몇 차례 혼나기도 했지만(사파리 중엔 소리를 지르거나 차에서 내릴 수 없습니다) 그래도 처음 보는 장면에 감탄과 흥분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곧 12시가 되어 분홍 플라밍고(Flamingo)새들의 서식지로 유명한 모멜라(Momella)호수가 내려다보이는 작은 정자에 자리를 잡고 점심을 먹었습니다. 교회 집사님들이 정성껏 준비해 주신 만다지(Mandazi, 탄자니아 도넛)와 감자튀김, 양배추 볶음, 그리고 로젤라(Rosella, 붉은 꽃차)로 아이들은 행복한 야외식사를 즐겼습니다.

 

오후에는 워킹 사파리’(Walking safari, 총을 든 레인져(ranger)와 함께 공원 일대를 직접 걸어보는 여행)를 통해 모두가 함께 숲속을 걸으며 졸졸졸 흐르는 시냇물도 보고, 버팔로 가족들이 쉬고 있는 곳을 숨죽여 지나도 보고, 어마어마한 굉음을 내며 쏟아져 내리는 기이한 폭포를 구경하기도 했습니다.

 

돌아오는 길, 꾸벅꾸벅 조는 아이들은 은하와 은총이 두 아이뿐이었습니다. 아이들은 레마라 교회 마당으로 차가 들어설 때까지 기쁨의 합창, ‘창밖에 봄비가 내리네로 시작하는 메들리를 끊이지 않았습니다.

 

차에서 내리는 사라를 보며 사라야, 오늘 행복했니?” 라고 묻자 사라는 다시 그 수줍은 미소를 띄며 고개를 끄덕이고는 제 손을 슬그머니 잡았습니다.

 

아름다운 자연 한 가운데서 평생 잊을 수 없는 첫 소풍날을 선물하신 좋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소풍을 위해 도와주신 윤민식 집사님과 이소연 집사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아이들이 자라 어엿한 성인이 되었을 때 이 날 보았던 푸르른 하늘과 평화로운 초원, 그리고 그 위에서 뛰놀던 동물들의 모습이 그 모든 것을 사람을 위해 창조하신 하나님을 경외케 하는 아름다운 추억으로 기억되길 기도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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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드디어 출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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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밖에서 먹는 밥이 최고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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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렇게 크고 높은 폭포는 처음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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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 감사합니다! 즐거운 첫 소풍날, 모두가 행복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