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름한 간이 창구에서 캄팔라 행 표 한 장을 샀습니다. 2016 3 28. 조셉 사역자가 우간다에 있는 부게마 신학대학으로 떠나는 날이었지요. 점심을 먹으면서도 공책을 사러 들른 가게에서도 그의 얼굴엔 왠지 모를 흥분과 기대감이 역력했습니다. 나슈쿠르 사나 사나’(Nashukuru sana sana. 감사하고, 감사합니다)를 연발하며 믿을 수 없다는 표정을 짓던 사역자. 하나님의 온전하신 섭리로 출간되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온 <하쿠나 마타타 쌍둥이네 탄자니아 이야기>(한국판)의 수익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 저희 부부는 오랜 고민 끝에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오지의 평신도 사역자들의 학비를 후원하는 데 쓰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 첫 번째 수혜자로 조셉 사역자가 우간다로 떠나던 날. 오랫동안 신학공부를 꿈꿔왔던 것을 알기에 두근거리는 설레임으로 배웅하던 그 순간이 아직도 눈에 선합니다.

 

조셉 사역자가 섬긴 미개척지는 엔다게우라는 바라바이크 부족 지역입니다. 그곳에서의 사역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오순절 교회가 워낙 우세한 지역인지라 주변의 노골적인 반대가 심했었지요. 마을 사람들은 재림교회에 출석하는 사람들의 대소사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든지, 이유 없는 험담을 퍼트리는 식으로 어려움을 주었습니다. 그러나 가난한 이웃들을 나몰라라 하지 않고, 오히려 적극적으로 마을 일에 앞장서며 '희망의 소리 통신학교' 교재로 차근차근 영혼들을 가르친 결과, 마을 사람들의 마음문 역시 서서히 열리기 시작했습니다.

 

개척한지 1년이 지날 무렵이었을까요. 첫 전도회가 한창이었는데 4일째가 되던 날 저녁, 어머니의 손에 이끌린 한 소녀가 사역자들이 머물고 있던 숙소를 찾아왔습니다. 2년 전, 갑작스럽게 왼쪽 팔과 다리가 굳어진 후, 하루아침에 반신불수가 된 16세 소녀였는데요. 가까운 하이돔의 한 병원에서도 회복불능 진단을 받자, 상심한 소녀의 가족은 용하다는 주술사를 수소문하였고, 붙이기만 하면 낫는다는 부적 두 장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진짜 고통은 그때부터였습니다. 악한 영은 소녀를 자신의 거주지로 삼고 밤낮으로 그녀를 괴롭혔습니다. 거품을 입에 물고, 악을 쓰는 날이 다반사, 소녀의 삶은 점점 엉망진창이 되어갔습니다.

 

초췌한 얼굴의 소녀가 사역자들 앞에 섰습니다. 조셉 사역자가 성경을 폈습니다. 귀신을 내어 쫓고, 죽은 자를 살리셨던 예수님의 말씀을 읽었습니다. 하늘을 향해 간절히 기도한 후, 곧 불을 피우기 시작했습니다. 어머니가 조심스럽게 두 다리에서 부적을 떼어 냈습니다. , 그 부적을 이 불에 태우자.소녀는 한참을 망설이더니 안되요.”라고 대답했습니다. 부적을 떼어낸 것만으로도 말할 수 없는 용기와 결단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그때 소녀가 벌벌 떨기 시작했습니다. 부적을 움켜잡은 손을 펴려 했지만 꿈쩍도 하지 않았습니다. 악한 영이 그녀의 손에 자신의 힘을 싣고 놓아주질 않았습니다. 깜깜한 밤이 되도록 사역자들은 예수님의 이름을 부르며 소녀를 강권했습니다. 마지막으로 그 부적을 이 불 안에 넣으라는 간곡한 호소에 소녀가 결심한 듯, 부적 두 개를 불 속으로 던졌습니다. 순식간에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소녀의 왼쪽 팔과 어깨, 그리고 다리에 생명의 기운이 되살아 난 것입니다. 소녀는 조심스럽게 걷기 시작했습니다. 팔도 위 아래로 흔들어 보았습니다. 어머니는 회복된 딸의 모습에 겅중겅중 뛰며 오로로로”(부족 특유의 혀를 굴리며 내는 소리) 기쁨에 벅찬 소리를 질렀습니다.

 

소녀의 기적은 삽시간에 온 마을로 퍼졌고, 그 주에만 30명의 귀한 영혼들이 침례를 받았습니다. 교인 한 명 없던 오지 중의 오지, 엔다게우에서는 그 이후 최근까지 7년간, 101명의 영혼들이 침례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어엿한 중견 교회로 성장했습니다. 더욱 감사한 것은 조셉 사역자가 처음으로 침례를 베풀었던 제이콥 기사모라는 청년이 복음 전도자로 성장하여 현재 저희의 첫 원시부족 개척지인 에쉬케쉬의 사역자로서 활동 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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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 간 그렇게 사역과 공부를 병행해온 조셉 사역자는 신학학사의 전 과정을 우수한 성적으로 마쳤습니다. 그리고 이번 주 일요일(11 3), 드디어 졸업할 예정입니다. 마지막으로 함께 캄팔라 행 버스에 오르면 좋으련만, 여러 사정으로 인해 이번에도 조셉 사역자만 홀로 졸업식에 다녀올 예정입니다. 더 기쁜 소식은 졸업과 동시에 채용이 확정된 것입니다! 사실 지금은 채용 시기도 아니거니와 발령지로의 이동이 용이한 시점도 아닙니다. 적어도 내년 1월까지는 기다려야만 하는데다 그마저도 불투명한 상태에 있었습니다. 이곳도 한국처럼 신학과를 나왔다고 해서 누구나 채용이 되는 것은 아닌데요. 교회는 많지만 각 합회가 목회자를 채용할 수 있는 여력이 없기 때문입니다. 따라서 졸업을 했다 하더라도 무보수로 지역교회를 섬기며 1~2년 기다리는 것이 보통입니다.

 

학업을 마친 조셉 사역자가 집에 머물고 있다는 소식이 들리던 지난 9월 말. 저희는 생계에 조금이라도 도움을 주고자 저희 사무실에서 일해 주길 요청했습니다. 올해 말까지는 함께 일할 요량으로 연합회 근처에 사역자가 살 방도 구했습니다. 3개월 치 방세도 미리 내고, 집에 있는 나무 침대와 매트리스, 가스까지 모두 배달해 놓았지요. 없는 세간 살이지만 혹 도둑을 맞으면 어쩌나 하고, 집 창고 열쇠까지 떼다 달아 주었습니다.

 

그 즈음, 여느 때처럼 레쿤다요 연합회장님께서 집에 들르셨습니다. 오랜만에 이런 저런 이야기를 나누다가 함께 일하게 된 조셉 사역자에 대해서도 말씀을 드리게 되었지요. 저희와 일하는 모든 직원들은 연합회에 알리는 것이 의무이기도 하니까요. 그러자 연합회장님은 , 그 사역자에 대한 이야기 많이 들었습니다. 주변 목사님들로부터도 성실하다는 칭찬이 자자하더군요.”하시더니 별 말씀 없이 자리를 떠나셨습니다. 그리고는 2주가 지난 일요일 오후, 리브트 밸리 필드(Rift Valley Field)의 총무부장님께서 반가운 소식을 전해주셨습니다. 조셉 사역자, 아니 조셉 목사님을 채용하기로 하셨다구요! 싱기다에 있는 이쿤기(Ikungi) 지역으로 졸업과 동시에 11 4일자로 발령을 내신다는 말씀이셨습니다. 하나님의 기적과 같은 축복이었습니다.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남편의 채용을 기다리던 지난 2011. ‘꿈이야 생시야재림마을에 올라온 발령지를 뚫어져라 쳐다보던 제 모습이 주마등처럼 스쳤습니다. 배 안에 있던 쌍둥이와 함께 첫 목회지인 곡성교회 앞 마당에 발을 딛던 그 날, 제 마음은 벅찬 두려움과 터질듯한 감사로 가득했습니다. 생각지도 못했던 아프리카까지 와서 8년의 시간을 함께했던 조셉 목사님의 첫 발령 소식을 접한 저희 부부는 문득 새내기 시절을 돌아보며 하나님께 무한 감사를 외쳤습니다.

 

다 큰 사역자의 끼니를 살뜰히 챙겨주고, 출퇴근길에 타고 다니라며 말끔한 자전거도 구해주고, 졸업식에 갈 용돈까지 두둑이 건네고, 그것도 모자라 근처 치과의 원장님을 만나 조셉 목사님의 벌어진 치아 교정을 문의하던 남편을 보며 처음에는 뭐 그렇게까지 하나 싶었습니다. 그러나 그의 발령 소식에 뛸 듯이 기뻐하는 제 모습을 보며 깨달았습니다. , 동역자라는 말로는 모자란 나의 가족이었구나. 숱한 시간을 함께 해왔기에 내 식구처럼 기뻐할 수 있는 거로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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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주에는 그의 발령지인 이쿤기에도 함께 다녀왔습니다. 내년 새로이 개척할 지역을 찾고 있었는데 마침, 그 중의 한 곳이 조셉 목사님의 발령지였지요. 대부분의 탄자니아의 목회자들이 그러하듯 조셉 목사님 역시, 앞으로 10개의 교회가 산재해 있는 이쿤기 지역을 돌보게 됩니다. 저희가 앞으로 개척하게 될 곳은 무힌티리(Muhintiri)라는 곳인데요. 아직 부지도, 교회 건물도 없지만 3명의 신실한 교우들이 모여 예배를 드리고 있는 곳입니다. 이번 방문에는 감사하게도 리브트 밸리 필드(Rift Valley Field)의 합회장님이신 마르코 바나바 목사님이 동행해 주셨는데요. 덕분에 이쿤기의 현 담임 목사님, 주변 10개 교회의 수석 장로님들까지 모두 만나 뵐 수 있었습니다. 바나바 합회장님의 과분한 소개와 장로님들의 따뜻한 환대를 받는 조셉 목사님을 보며 하나님께서 그분의 귀한 종을 어떻게 선대하시는지를 볼 수 있었습니다. 조셉 목사님의 두 아들의 전학 문제도 이쿤기 지역 교육청에서 근무하는 한 교우의 도움으로 쉽게 해결하게 되었습니다. 보통 11월 말에 있는 기말시험을 치르고 이동해야 하지만 새 학교에서 문제 없이 시험을 치를 수 있도록 도와주신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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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왼쪽 합회장님께서 오른쪽에 서 있는 조셉 목사님을 소개하는 자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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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사 논문을 들고 찍은 가족 사진과 <하쿠나 마타타> 한국/영문판입니다


2013년 엔다게우 개척 초기부터 사역자의 생활비를 지원해 주신 이호상 목사님과 황경숙 사모님, 교회 건축을 도와주신 이유라 선생님과 강철 집사님. 부족한 선교 간증집 <하쿠나 마타타 쌍둥이네 탄자니아 이야기>를 읽어주시고 후원해 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이 시간을 빌어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또한 조셉 목사님의 학업 기간 동안 따뜻한 기도와 함께 도움을 주셨던 김민자 집사님께도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조셉 목사님은 마리암 사모 목사님(연합회 여성선교부장), 다니엘 기티양기 목사님(합회 교육부장)에 이어 세 번째 바라바이크 부족 출신 목회자가 되었습니다. 바라바이크 부족은 탄자니아에서도 손꼽히는 원시부족이기에 이처럼 교육의 기회를 얻고 목회자가 되는 것은 그리 쉬운 일이 아닙니다. 지구의 가장 열악한 땅에서 자란 조셉 목사님을 하늘의 가장 아름다운 성업을 섬길 수 있는 종으로 삼아주신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이 모든 일이 가능하도록 그동안 하나님의 협력자가 되어 주신 모든 후원자 분들께도 다시 한번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하쿠나 마타타> 두 번째 수혜자인 마사이 부족 출신의 호세아 필립포 사역자 역시, 현재 2년째 신학을 공부 중에 있습니다. ‘거룩이란 하나님의 관점에 열정적으로 집중하는 것을 의미한다.’ 오스왈드 챔버스의 글처럼 하나님의 눈으로 이 세상의 영혼들을 바라보며 오늘도 열렬히 쓰임 받길 간구하는 주님의 모든 종들을 위하여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