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새 쿨쿨 잘 자는 사람인데도 요즘 부쩍 자다말고 정신이 번쩍 듭니다.

이제 곧 가겠구나...

 

인도에서 터키에서 영국에서 그리고 중국과 필리핀에서 여러 달 혹은 해를 보냈었지만 지금처럼 떨리는 때도 없던 것 같습니다.

 

정수용 알약, 백탄, 침낭, 헤드라이트용 손전등, 말라리아 디텍션 키트(증상유무 테스터), 빈대퇴치연고, 온갖 종류의 모기장과 벌레 기피제, 상비약, 비상용 식량, 여분의 안경, 아이들 예방접종카드와 읽을 책, 가족들의 사진 몇 장을 넣은 미니 사진첩, 탄자니아 친구들에게 나눠줄 기념품들과 몇 가지 선물, 해발 1,400미터 고지대를 고려한 긴 옷들과 한낮기온 38도를 고려한 짧은 소매의 옷들,  마사이와 탄자니아에 대한 파일 그리고 책 몇 권, 성경과 예언의 신 등등등...

 

어제 친정으로 옮길 이삿짐을 전부 싼후 하나 당 40kg에 육박하는 이민용 가방 3개분을 꽉꽉 채워 탄자니아 이사 꾸러미를 싸놨습니다. 거기에 여러 가지 물건으로 가득 찬 20kg짜리 박스 5개 를 만들어 놓았구요. 이 박스들은 저희가 떠난 후 열흘 뒤 항공편으로 저희 집에 올 꾸러미들입니다(탄자니아까지 선편으로 붙일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작년 6월 이후 전세계 선편으로 운송이 가능한 국가는 24개국 뿐이라고 합니다. 선편과 항공편의 가격차이, 정확히 5배 입니다-.-;;).

 

막상 온 집에 있던 가구와 전자제품들이 나가고, 안방에 커다란 이민용 가방만 3개 덩그러니 서 있는 모습을 보니 정말 출국이 코 앞에 왔다는 것을 실감하게 되네요.

 

탄자니아에 있는 동안 하나님께서 저희를 통하여 일하실 크고 광대하며 놀라운 일들에 대한 설레임과 기대, 흥분되는 마음이 들다가도 어느새 우리 가족 모두가 탄자니아에 흡수되어 그들 가운데 뒹굴고 뛰놀며 그들 가운데서 사는 것이 한국에서의 삶보다 더 행복해지는 날이 빨리 와야 할텐데... 그렇게 될 수 있을까? 하는 두려움, 낯선 곳에 대한 얼얼함 등이 시도때도 없이 교차합니다.  

 

피곤한데도 잠이 오지 않고, 배가 고픈데도 음식의 맛이 느껴지지 않는, 머리 속엔 온갖 복잡한 생각과 가기 전 해야할 일들로 가득한 하루하루입니다. 선교지에 대한 생각은 갑자기 오늘 가야할 곳, 만나야 할 사람, 가기전 꼭 사야할 물건으로 대치되는 일이 흔하네요.

 

아직 선교지에 도착하지도 않았는데, 사역을 훌륭히 마치고 돌아온 선배 PMM선교사들이 한편 부럽기도 합니다.

첫 적응이며 모든 사역을 무사히(?) 마친 마라토너들을 보며 부러운 마음을 갖게 되는 것도 사실입니다.

 

선교사는 누군가의 마음 속 하얀 도화지 위에 예수님에 대한 첫 밑그림을 그리는 사람이라지요.

누군가의 마음 속에 처음으로 그려질 밑그림이 그 사람이 만나는 첫 예수님에 대한 인상일텐데, 가기 전 더 많이 예수님과 동행하고 싶습니다.

 

선교지 뿐만이 아니라 출국을 앞두고 있는 모든 선교사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출국 직전에 해야 할 일들이 너무도 많네요.

가야할 곳,  정리해야 할 것 등등등...

'해야 할 모든 것' 때문에 시야에서 예수님을 놓치지 않도록 간절한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여러분 모두의 기도가 절실합니다.

 

예수님으로 인해 행복한 기대감으로 잘 준비하겠습니다.

다시 안식일이 오고 있음에 감사드리며...

편안한 저녁 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