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오늘 무슨 날이에요?’

안식일

그럼 뽀로로 보면 안되요?’

물론, 안되지!’

속으로는 아이쿠, 또 이렇게 말해버렸네!’ 뜨끔 하면서도 그럼, 어떻게 말해야하나...’ 풀지 못한 문제 때문에 끙끙 거리는 아이처럼 안식일을 보내곤 했습니다. 올해 다섯 살이 된 쌍둥이 두 딸, 은하와 은총이는 이곳 탄자니아에 와서도 가끔 뽀롱뽀롱 뽀로로’, ‘꼬마버스 타요’, 그리고 로보카 폴리시청을 하곤 합니다. 늘 보던 재밌는 영상물도 안식일이라는 날은 볼 수 없기 때문에 안식일재미가 없는 날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두 꼬마 아이들의 생각을 어떻게 하면 바꿀 수 있을지가 저의 큰 숙제였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안식일이 평소에 하던 것을 중단해야 하는 날이 아닌 오히려 평소에 하지 못했던 기분 좋은 일을 하는 그런 날이 되면 좋겠다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더운 나라에 살고 있다 보니 가끔 한국에서는 먹이지 않았던 아이스크림을 사달라고 조르는 아이들에게 이제부터는 우리 집이 아이스크림 가게다하고 선언했습니다. 그리고 매주 금요일 오후, 우유와 설탕, 유화제로 범벅이 된 아이스크림 대신 과즙 100%의 망고, 파파야, 혹은 패션과 같은 천연과일음료수를 스스로 고르게 하고 냉동고에 넣어두도록 했습니다. ‘은하은총아! 우리 내일 교회 다녀와서 아이스크림 먹자!’ 아이들은 금요일 저녁 내내 아이스주스(?)’를 냉동고에서 냉장고로 옮기고 수백 번을 꺼내보며 기대에 부풀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한테 한마디 던지는 것이었습니다. ‘엄마, 안식일 언제 와요?’ 역시 통했습니다. 그렇게 몇 주를 지내자 아이들의 머리 속에 안식일은 평소에 먹지 못하는 아이스크림을 먹는 좋은 날이라는 인식이 잡혀 가는 듯 했습니다.

 

안식일 해가 질 무렵이면, 저희 가족은 연합회 뒤쪽에 있는 한 대학교의 캠퍼스를 산책한 후 간단한 기도로 일몰예배를 대신하곤 했습니다. 어느 안식일, 늘 생각지도 못한 기발한 말로 저희 부부를 미소 짓게 하는 은총이가 하나님, 사단도 하나님 잘 믿게 도와주세요.’라고 기도해 한바탕 웃기도 했지요. 저희 부부는 이 일몰예배를 은하은총이가 제일 좋아하는 뽀로로 스케치북을 이용하여 드리기로 마음을 먹었습니다. 바로 창세기 1장부터 요한계시록 22장까지 성경의 모든 내용을 그림으로 함께 그리며 예배를 드리는 것입니다.

 

시작한 날부터 반응이 대단했습니다. 엄마아빠까지 머리를 맞대고 천지창조와 인간의 타락, 그리고 가인과 아벨의 제사를 그림으로 그려가며 예배를 드리니 이처럼 신나고 재미있는 예배가 따로 없었습니다. 그림에는 유난히도 소질이 없는 엄마의 이상한 새 모양에 웃기도 하고, 아프리카에 와서 처음 알게 된 바오밥 나무도 에덴 동산 안에 등장 시키며, 엄마랑 두 딸이 그리기 어려워 하는 부분은 아빠의 손으로 척척 완성시켜 가는 이 모든 과정이 예배였습니다. 그리기 전에 항상 오늘 그릴 부분에 대해 먼저 이야기를 나누었는데 몇 주 전 안식일, 가인이 아벨에게 화가 난 장면부터는 은하가 울음보를 터뜨리기도 했습니다. 그리고는 순종하지 않을 때 그 결과가 어떠한지 모두가 생생히 느꼈습니다.

 

이제 해질 무렵이면 책장에서 뽀로로 스케치북과 갖가지 색연필 도구들을 올려놓고 식탁의 자리까지 배정해 주는 귀여운 딸들에게 안식일은 더 이상 재미없는 날이 아닙니다. 주중에도 몇 번이고 엄마, 오늘이 안식일이야?’하고 물어볼 정도로 기대되고 기다려지는 날이 되었지요. 아이들의 인식이 변화되고 그러한 안식일을 함께 준비하며 충만히 보내는 것만큼 축복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이러한 안식일이 저희의 삶 속에 진정한 축제로 자리매김 한 것은 그야말로 하나님의 큰 선물입니다.

 

아이들이 자라가면서 안식일의 기쁨을 더욱더 충만히 경험하게 되길 기도합니다. 그리고 저희 부부 역시 아프리카의 맑은 하늘과 태양, 나무 뼈대가 송송 드러나는 교회 안에서 들려오는 찬미소리, 그리고 사바토 제마!’(Sabato njema, 좋은 안식일이지요!) 말을 걸면, 늘 그렇듯 제마 사나'(Njema sana, 정말 좋아요.)하고 장단을 맞춰 주는 우리의 탄자니아 친구들로 인하여 더 많은 안식일의 축복을 경험하게 되길 기도합니다. Ibarikiwe Sana!!!(하나님의 축복이 함께 하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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