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탄자니아에 도착한 지 열흘째 되던 날입니다. 차량이 없어 이것 저것을 알아보던 저희에게 탄자니아 연합회장님이신 마사이 출신의 Dr. Lekundayo목사님께서 마사이들은 친구가 소가 없어 끙끙대면 자신의 소를 내어 준다고 하시며 자신의 승용차를 빌려주셨습니다. 그래서 연합회장님의 차를 두 달 타고 다녔습니다.

 

그러나 하나님께서 영혼들의 필요에 눈을 뜨게 해주시고, 저희 사역에 지경을 점차 넓혀 주실 수록 광활한 탄자니아의 비포장 도로를 달리기에 적합한 선교용 차량이 절실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놀랍게도 탄자니아의 중고차 시세는 입을 딱 벌어지게 만들었습니다. 거의 전 물량이 일본에서 직수입된 중고차량이라고 하더라도 과언이 아닌 이곳에서 승용차는 보통 5,000~7,00달러, 승합차는 8,000~10,000달러, 그리고 선교 지역용 차량은 보통 15,000달러가 훌쩍 넘었습니다(이곳 탄자니아 역시 대부분의 도시는 이미 교회가 포화상태이기 때문에 외곽과 변두리 지역으로 선교의 폭을 넓히자면 비포장을 달릴 수 있는 4륜 구동이어야 함). 그리고 중고차 가격이 그리도 비싼 이유는 중고 차량 자체의 가격보다 거기에 붙는 각종 세금과 덤핑피(dumping fee) 때문에 거의 50%~100% 관세가 더해져 판매되고 있기 때문입니다.

 

PMM지원 직전 삼육대학교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바로 온 터라 수중에 그만한 자금이 없었던 저희는 백방으로 알아본 끝에 한국에서 차를 공수하기로 마음 먹었습니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거래를 시도한 회사는 해외 선적을 취급하는 한 유령회사였습니다. 차량 사진만 달랑 보내주고, 대금을 재촉하는 회사에게 순진하게도 전액을 다 이체한 후에야 차량에 대한 사고이력조회를 받게 되었는데 그 차는 이미 3번이나 큰 사고를 당한 차량이었습니다. 뒤늦게서야 환불을 요구하였지만 7개월이 지난 지금까지도 완불을 받지 못한 상태입니다.

 

지난 6, 곧 다가올 마사이 지역 키세리안에서의 전도회를 앞두고 차량 구입을 하지 않으면 안되는 시점에 이르러 간절한 기도 끝에 연합회 재무부장님과 상의를 하였습니다. 상의 후, 저희가 이곳 탄자니아에서 앞으로 받을 월급 4년 치를 가불 받기로 하였습니다. 아프리카의 모든 나라가 그렇겠지만, 탄자니아는 주도로를 벗어나 도움이 꼭 필요한 열악한 교회나 부족들이 거주하는 곳으로 가려면 날카로운 돌이 박혀 있는 비포장, 혹은 산길을 한없이 달려야 하기에, 저희는 클리어런스(쇽업)가 높고, 광폭타이어가 달린 4륜 구동 차량을 구입하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4륜 구동 중에서도 이런 강한 차량들은 대부분 25,000달러가 넘어 차마 엄두를 내지 못하고, 당시 9,000불짜리 4륜 구동인 승합차(Nissan Elgrand)를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구입한 차는 안타깝게도 4륜 구동이긴 하나 도시형 승합차이기에 가까운 키세리안의 비포장에서도 온 차가 사정없이 흔들리고, 지난 8, 원시부족인 망아티와 하자베 지역을 방문했을 때는 타이어가 2개나 펑크 나고, 고작 80km 구간을 거북이 걸음으로 지나느라 4시간이나 걸렸을 정도였기에 선교용으로는 적합지 않다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었습니다.

 

올해로 어학연수 기간이 끝나면 내년부터 본격적인 미전도종족인 망아티(Mang'ati)와 하자베(Hadzabe), 이 두 원시부족 지역 개척에 나서야 하는데 올 한해 계속 이어진 저희들의 간절한 기도는 언제쯤 응답이 이르러 올른지... 깊은 한숨이 이어질수록 저희들은 더 자주 더 많이 무릎으로 기도하였습니다.

 

내년에 저희가 개척하고자 하는 에쉬케쉬 평원(Yaida Valley라고도 함)은 하이돔(Haidom)이라는 소도시에서도 2시간을 인적이 드문 광야(깎아 지르는 듯한 급경사의 절벽 같은 곳을 한참 내려가야 광활한 평야가 펼쳐지고, 하자베-아직도 사냥을 하는 원시부족-가 있는 곳은 그나마 차가 달릴 수 있는 길조차 나있지 않습니다)로 달려야 들어갈 수 있는 곳입니다.

 

, 하나님. 저희의 앞길을 훤히 아시고 한번도 복음이 들어가지 않은 지도에도 나와 있지 않은 그 척박하고 광활한 지역에 흩어져 있는 부족들을 사랑하시는 아버지...

 

그런데 앞이 하나도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하나님의 도움은 여름날 어디선가 신선하게 불어와 목 끝을 스치는 고마운 바람처럼 저희에게 다가왔습니다.

 

평소 도로를 달리는 랜드크루져(TOYOTA Land Cruiser, 이곳 아프리카의 험한 지형과 비포장 도로를 거침없이 달릴 수 있어 모든 운전자가 매우 선호하는 차량)를 볼 때마다 , 저 꿈의 자동차. 우리에게도 저런 차량을 타볼 기회가 있을까?’ 부러워 하곤 했었지요. 그런데 얼마 전, 놀랍게도 이 차량이 12,500달러에 매물로 나온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대부분 최소 20,000달러가 넘는 시세로 알고 있었는데 1995년 연식인데다 아루샤 시내의 큰 여행사에서 다음 투어시즌을 위해 새 차량으로 변경하기 위해 이 차량을 저렴하게 내놓았다는 것입니다!

 

그날부터 전에 비해 두 배로 기도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올해 참으로 자주 저희 탄자니아 사역을 위해 몇 차례 큰 후원금을 보내주었던 조후선 후원자와 이곳 사역을 위해 물심양면으로 후원을 아끼지 않으시는 빛고을 교회의 고승석 장로님 두 분께 이메일로 사정을 알렸습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이메일을 보낸 지 30분 후, 저희가 필요한 자금의 2/3를 즉시 보내겠다는 조 후원자의 답변을 받게 되었습니다. 더 놀라운 것은, 요즘 안 그래도 한 차례 더 후원금을 보내야겠다고 생각하던 중 저희들의 사정을 듣게 되었다며 하나님의 뜻이라 여기고 바로 보내드리겠다는 것입니다. 이미 준비시켜 놓으신 하나님의 섭리에 눈물이 주르륵 흘렀습니다. 몇 일 후, 고승석 장로님과 빛고을 교회에서도 나머지 1/3의 자금을 모두 보내주셨습니다.

 

그 결과, 하나님의 큰 축복 속에서 바로 어제, 드디어 저희들이 꿈에 그리던 선교차량을 구입하게 되었습니다.

 

하나님께서 부족한 저희에게 아직도 가죽으로 하반신만을 가린채 Rainmaker에게 기우제를 드리고 사냥을 하며 애벌레를 잡아먹는 원시부족에게 달려갈 수 있도록 최고의 차량을 허락하여 주신 것을 인하여 너무나 감사합니다.

 

죽을 힘을 다하여 예수 그리스도의 보혈, 그 십자가의 사랑을 전하고 그 부족 가운데 첫 번째 재림교단 학교를 세움으로 인해 수 많은 꿈나무들을 그리스도의 군대로, 예수님의 제자로 육성하는데 최선을 다하고 싶습니다.

 

안전하게 신명나게 일할 수 있도록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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