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탄자니아에 도착한지 꼬옥 1년 되는 날입니다.

 

지난 2012년 2월 23일, 오후 2시.

케냐 나이로비에서 출발한 버스는 비가 추적추적 내리는 아루샤 임팔라 호텔 앞에 저희들을 내려 놓았지요.

 

전날 새벽,

나이로비 공항에서 경유비자를 받고 짐을 찾자마자

이제 동아프리카지회(ECD)를 어떻게 찾아가야 하나

케냐는 강도떼들이 도로 곳곳에 출몰한다는데

탄자니아까지는 고사하고 지회까지 무사히 갈 수 있을까

 

걱정도 잠시, 공항문을 나서자마자 인자한 한국 할아버지 한 분의 따뜻한 환영을 받았습니다. 

"오느라 힘들었지요? 은하, 은총아. 이리로 와라. 짐 들어줄께."

 

"누구신지..."

말끝을 흐리고 어리둥절 서 있는 저희들을 마중 나오신 분은 다름아닌

B.M.W(세계자전거선교회) 유재훈 장로님이셨습니다.

저희들의 입국 소식을 어떻게 아시고, 비행기 도착 시간 1시간 전부터 기다리고 계셨던 것이지요.

 

아프리카, 미지의 땅에서의 따뜻한 환영은 이것으로 끝이 아니었습니다.

지회 B.M.W 사택에서 미리 끓여 놓으신 된장찌개로 생각지도 못한 맛있는 한국식 아침을 대접받았고,

그날 늦은 오후엔 아내의 영국 유학 시절 교수님이었던 Osindo 목사님 가정으로 초대받아 케냐식 저녁을 먹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인 2월 23일.

자동차 대란으로 유명한 나이로비 시내길을 겨우 빠져나와 아침 8시 15분 경 나이로비-아루샤 간 국제버스에 올랐지요.

붉은 천을 두른 마사이들의 땅을 지나 제법 큰 국경 접경 도시 아루샤에 들어설 무렵 후두둑 비가 떨어졌습니다.

 

아, 드디어 아루샤란 곳에 왔구나.

과연 버스 터미널에 연합회 분들이 나와 계실까?

 

저희들이 앞으로 6년 간 머물게 된 곳은 탄자니아 연합회였기에

누군가 나와 계실지 내심 기대반, 걱정반을 하며

도착지인 임팔라호텔 주차장으로 들어섰습니다.

 

그 때 빗 속에서 버스 안의 누군가를 찾는 양복차림의 몇 분과 눈이 마주쳤습니다.

 

저희들은 그 순간 서로를 알아보고 반가움에 손을 흔들었지요.

탄자니아 연합회장인 Lekundayo목사님과 총무부장인 Fue목사님, 그리고 연합회 직원인 Mduma아저씨였습니다.

 

한 5분 달렸을까?

"Tanzania Union Mission of Seventh-Day Adventist" 간판이 달린 넓다란 연합회 캠퍼스 안으로 들어서자

정원이 아름답고 단아한 건물들이 눈에 띄었습니다.

 

커브를 돌아 연합회를 마주본 사택이 저희들을 위한 집이었지요.

 

집에 들어서자마자 또다시 놀라움으로 가득찼습니다.

 

방금 물청소를 마쳤는지 곳곳이 너무나도 깨끗했고,

침실은 마치 호텔처럼 포근한 이불과 시트가 침대 위에 가지런히 놓여있었습니다.

특별히 식탁 위에는 저희 가족만을 위한 따뜻한 점심식사와

5리터짜리 물 한병, 그리고 망고 주스가 올려져 있었지요.

 

미리 집에서 저희들을 기다리시던 연합회 Cafeteria 담당 매니져 Sakaya아주머니는

"오늘 도착했으니 식사를 해 먹기가 힘들거에요.

다음주 월요일까지 세 끼 식사는 연합회 식당에 와서 하도록 하세요." 하며

식사 시간과 다음날 아침 메뉴까지 친절하게 알려주었습니다.

 

그 후로도 연합회장님은 하루에도 몇 번 씩 저희 집에 들러

"불편한 건 없느냐, 싱크대 물은 잘 내려가느냐, 형광등은 문제가 없고? 아이들은 시차적응 잘 하는지?"

꼼꼼이 물어가시며 마치 아버지처럼 챙겨 주셨습니다.

 

마침 싱크대 물이 안내려가 말씀드리니 전화로 연합회 관리직원을 불러 그 자리에서 고쳐주기도 하셨지요.

 

분에 넘치는 연합회 식구들의 따뜻한 환대와 돌보심 속에

모국에 대한 그리움과 낯선 땅에서의 이질감도 하루가 다르게 서서히 녹아내렸습니다.

 

어느덧 탄자니아에서의 1년.

 

모든 것이 아름다운 감사와 잊을 수 없는 추억들, 그리고 기적과 같은 선교지에서의 축복들로 가득합니다.

 

그저 은혜, 하나님의 놀라운 은혜 외에 이 축복들을 설명할 단어가 떠오르지 않습니다.

 

모국에서 변함없는 사랑으로 어느때고 응원을 아끼지 않았던 모든 가족들

사역을 위해 어려운 중에도 도와주셨던 하늘이 준비하신 모든 고마운 분들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한 손에는 총보를 다른 한 손은 저희 손을 잡고 한 걸음 한 걸음 이끌어 주신 한 분.

하나님.

 

가슴 깊이 감사드립니다.

 

묵묵히

허락 하시는 하루 하루 동안

일보일보

가라고 하시면 가고

말하라고 하시면 말하고

주라 하시면 주고

멈추라 하시면 멈추는

 

그러나

강청하여 구하여

받아서

더욱 많이 주고

자아는 더욱 비워지고

새로이 빚어진 그릇은 성령으로 충만해지는

주의 작은 종이 되길 원합니다.

 

 “주님께서 우리를 인도해 오신 길과 우리의 과거 역사를 통하여 주신 그분의 가르침을 잊어버리는 것 외에는 미래를 위하여 두려워할 것이 전혀 없다” (자서, 196)”

 

(아래 사진 설명: 2012년 2월 23일, 연합회 입구 게시판에 붙어 있던 환영 문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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