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동네에는 누우와 원숭이, 임팔라, 그리고 얼룩말이 뛰어놉니다. 햇님이 반짝이고 이름 모를 풀벌레가 노래하는 곳. 떼 지어 날아가는 새들과 이슬에 젖은 푸른 잎사귀들이 한들거리는 아름다운 평야가 바로 우리 동네입니다.

 

무수한 별들처럼 네 자손을 허락하겠다하실 때 아브라함이 올려다봤을 법한 그 하늘이 바로 우리 동네 하늘일 것입니다. 내 얼굴로 금방이라도 쏟아져 내릴 듯한 밝다 못해 파란 별무리와 불꽃 놀이 하듯 허공을 가르는 별똥별들이 있는 곳.

 

이 동네에서 우리 가족은 널따란 평야 한 가운데 커다란 천막을 치고 삽니다. 그 천막 안에서 평신도 사역자 조셉, 그리고 가브리엘과 함께 살고 있지요. 우리끼리 이것을 아브라함의 장막혹은 이스라엘의 광야 생활이라고 부릅니다. 이스라엘 백성들이 40년간 광야에서 살 때도 이랬겠지. 그때 누군가는 곧 가나안으로 들어갈 수 있다는 소망을 통해 성장하고, 누군가는 천연계를 통해 하나님을 더욱 가까이하고, 또 누군가는 무료하고 건조하고 질릴 듯이 펼쳐진 끝없이 타는 듯한 광야의 삶을 못견디게 불평하며 살았겠지. 하루에도 오만 가지 생각이 다 드는 지금의 저처럼요.

 

잠자리에 들기 전 작은 컵에 물을 가득 채워 남편과 나의 이를 닦고, 세수를 합니다. 그리고 발까지 씻습니다. 하루에 단 한번 이렇게 씻습니다. 세상 반대편 사람들은 바라바이크 부족들이 한 번도 써보지 못한 깨끗하고도 엄청난 양의 물을 날마다 펑펑 쓰고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랍게 느껴집니다. 2년 전의 저도 똑같이 그렇게 살았는데 말이지요.

 

그런데 이상한건 4일 동안 머리를 못 감아도 떡지는 거 외에는 간지럽지가 않고(원래 이틀만 지나도 머리를 박박 긁는데), 주변에 복작거리는 아이들, 뭐가 없나 와서 살피는 청년들, 2시간이고 3시간이고 앉았다 가시는 어르신들과 하루 종일 말 상대 하느라 한 끼도 제대로 못 먹는데도 움직일 힘이 있어 살아가고(조금만 허기져도 밥밥밥 하던 내가), 잘 씻지 않는 손톱, 때가 꾸질 꾸질한 손으로 오렌지를 까 먹어도 장에 이상이 없고(조금만 잘못 먹어도 체기가 느껴지는 연약한 위장의 소유자가), 땀내가 쉰내로 바뀐 지 오래되어 밤에 누우면 이상한 냄새가 텐트 안을 진동시키는데도 머리만 대면 곧장 잠이 들고(이렇게 안 씻고 사는 건 처음), 어제 신어서 땀에 굳은 양말을 다시 펴 신어도 아무렇지도 않는 건(동네 수퍼만 다녀와도 양말을 갈아 신던 나인데) 이스라엘 백성이 40년의 광야 생활을 견딜 수 있었던 이유와 같습니다. 그건 바로 주님께서 저와 함께 우리 동네에 살고 계시기 때문이지요. 보내신 분께서 견딜 힘도 주고 계십니다.

 

모처럼 부족들도 집으로 돌아가고, 주변이 고요하고 사방이 붉은 빛으로 지는 해를 아쉬워 하는 저녁 무렵.

 

남편이 제게 물었습니다.

여보, 이곳에 살면서 뭐 필요한 건 없어?”

전 생각할 겨를도 없이 이렇게 답했습니다.

있는 게 없는 것 같지만 있을 건 다 있는 그래서 딱히 필요한 게 없는 곳이 바로 이곳이에요.”

 

우리 동네, 이 에쉬케쉬 광야는 없는 것에 대해 불평하면 한없이 불평할 수 있는 곳(/전기/인터넷/슈퍼/약국/양변기화장실 등등등)이지만 저희는 이곳에서 만족하며 하루 하루를 살아가는 법을 배우는 중입니다.

 

바라바이크 부족, 그리고 아름다운 대자연이 있는 이 곳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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