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쉬케쉬(Eshkesh)- , 그리웠던 광야여!

 

듬성듬성 찌를 듯한 가시나무 사이를 헤치며 울퉁이는 자갈밭을 내려오니 저 멀리 그리웠던 광야가 펼쳐집니다. 본래 메말랐던 곳이지만 어쩜 눈 씻고 찾아보아도 가는 풀 한 포기 없습니다. 8시간 동안 마른 대지 위에서 온갖 모래바람을 뒤집어쓰고 달려온 저희들의 코는 깊은 속까지 다 말라버린 것 같습니다. 귀 속에서도 머리카락 속에서도 까칠 거리는 가는 흙들이 묻어나오는 것만 같습니다.

 

저 멀리 보이는 교회 지붕, 이 거대한 사막 위에 홀로 우뚝 서 있는 하나님의 성전.

Juu ya kali sana!(정말 뜨겁지요?) 인사하며 달려 나오는 가브리엘, 조셉 사역자와 부둥켜 안고 지나간 이야기들을 쏟아냅니다. 물이 너무 없어서 큰 일이라고 교회 건축도 평신도 사역자들 사택도 짓다가 물이 없어 중단되었다고, 20km 떨어진 다른 마을의 우물에서 가끔 깨끗한 물을 긷곤 했었는데 그 곳 역시 물이 메말라 우리 마을 마실 물도 없는데 왜 물을 떠 가느냐?’ 했다는 것입니다. 게다가 에쉬케쉬 사람들이 떠다 먹는 이 광야 곳곳의 녹색 빛 웅덩이 물조차 서로 소들이 마셔야 할 물이니 사람은 마시지 말자했다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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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이 광야에선 물이 제일 큰 문제입니다.

다음 달부터 우기가 시작된다니 하나님, 비를 많이 내려주시길 간절히 기도드려봅니다.

 

친정 엄마처럼 바리바리 싸 가지고 간 음식들을 풀어놓습니다. 텐트 3개가 여기 저기 흩어져 있는 교회 안 한 켠. 마실 물, , 라면, 망고, , 고구마, 한국에서 가져간 조그마한 선물들, 희망의 소리(VOP) 교재 30부까지. 주섬주섬 받아 챙기는 가브리엘 사역자의 얼굴에 알 듯 말 듯 미소가 번집니다.

 

사람들이 연신 찾아옵니다.

반가운 얼굴로 ‘Sei yu!(안녕하세요?) 인사하는 꼬맹이부터 밖에 세워둔 저희 차를 보고는 왠 아프다는 사람들이 갑자기 밀려들어옵니다.

 

이곳엔 아픈 사람들이 너무나 많습니다.

 

오줌에 피가 섞여 나오는 12살 소년 Olsen(올슨)은 주혈흡층에 걸렸습니다. 이번 한국 방문 때 마침 강기훈 내과 전문의께서 아드라 코리아를 통해 주혈흡층 약 500개를 후원해 주셔서 소중한 약을 잘 챙겨왔지요. 제일 먼저 올슨에게 이 약을 건넸습니다.

 

계란 한 움큼을 들고 교회 문을 들어선 한 할머니는 폐가 아프시다며 찾아오셨는데 깡마른 몸에 입술을 부르르 떨며 의자에 앉으시고는 너무나 아프다고, 폐가 아파 죽겠다고 하십니다. , 정말 이럴 때 얼마나 무력해 지는지요. 의사도 아니고 약사도 아닌 저희들은 사역자들 나눠 주려 가져간 숯파스 한 장을 가슴 부위에 붙이고 기도하는 수 밖에 없습니다. 비쩍 말라버린 팔을 쓰다듬으며 생식가루와 오이, 볶은 곡식 그리고 견과류 한 움큼을 건네며 이거라도 꼭 챙겨드시라고 손에 놓아 드리는 수 밖에는 별다른 도리가 없습니다.

 

물이 없고 먹을 것이 없고 작은 알약 하나가 없어 배고프고 병든 이 바라바이크 사람들.

당장 본인들이 마실 물 보다 소가 마실 물이 더 중요한 이 불쌍한 사람들.

 

목에 메이고 가슴이 터질 것만 같습니다.

 

하늘의 하나님.

이 광야 사람들을 굽어 살펴 주소서.

 

이집트의 나일강을 끼고 있는 사람들은 발로 물을 대면 자신의 땅을 일굴 수가 있었지만

옛 이스라엘의 광야 백성들은 하늘에서 비를 내려 주셔야만 살아 갈 수가 있었습니다.

 

여기, 아프리카 오지 바라바이크 부족들에게 물을 주시고

갈한 영혼들에게 하늘의 생수를 주셔서

영영히 하늘을 의지하고

빈 속과 빈 가슴을 채우게 하소서.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다음 사역지를 향하려는데 가브리엘이 팔을 붙잡고는 6명의 새로이 침례 받을 영혼들이 있으니 침례 날짜를 잡았으면 좋겠다고 합니다.

 

허허벌판.

이곳에서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저희는 모릅니다.

덩그러니 광야를 바라보며 사람들을 마주하고 앉아 있노라면 헛헛한 웃음만 흐릅니다.

 

이 광야에서 이들을 위해 과연 무엇을 할 수 있을까.

하고 있는 사역들이 정말 의미 있게 진행되고는 있는 걸까.

 

내가 이 영혼들을 사랑하노라.

 

오늘 너희가 가진 것을 주어라.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어라.

 

조용히 속삭이시는 주님이 계시기에

오시기 전 찾을 영혼들이 있으시기에

그 사랑에 반응하는 바라바이크 부족이 여기 있기에

 

에쉬케쉬 산 000번지

우체부 아저씨가 되어 거저 받은 사랑 나눠 주려 오늘도 광야로 달려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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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 양 날개에 건축 중인 평신도 사역자 사택들, 현재 물 부족으로 중단된 상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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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가 아픈 아주머니에게 붙여드린 숯파스 한 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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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혈흡층 약을 받아든 올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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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나귀야, 너희들도 쌍둥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