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자니아에서 건축에 소요되는 비용은 언제나 우리의 상상을 훌쩍 뛰어넘습니다.

 

특히 도시에서 한참 떨어져 비포장길을 2~3시간 더 들어가야 하는 곳에 위치한 원시부족 사역지에 교회를 짓는 것은

도시에서 같은 크기의 교회를 짓는 것보다 두 배의 비용이 들어갑니다.

이유는 건축 자재비와 꼭같은 자재 운반비를 지불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벽돌 100장 값이 10만원이라면 벽돌을 건축현장까지 운반하는 비용으로 10만원이 더 붙습니다.

오지까지 여러 번 트럭이 오고가야 한다는 말이지요.

 

바라바이크 부족의 땅 에쉬케쉬 인근의 야이다치니(Yaida Chini)와 이 시대 마지막 사냥꾼 하자베(Hadzabe) 부족의 지역인 도망가(Domanga)에 개척을 시작한지 1년 반이 지났습니다. 여러 후원자들의 지원으로 미리 부지를 구입한 곳에 작년 말, 하나님의 은혜로 원데이 처치(One day Church; 교회가 없는 곳에 지붕과 뼈대를 세워주는 것)를 각각 세울 수 있었는데요.  얼마 전, 두 곳의 교회 건축을 마무리 짓기 위해 사역지 인근의 건축자를 통해 알아본 결과 이런, 한눈에 봐도 입이 쩍 벌어지는 말도 안되는 견적을 받게 되었습니다.  

 

수중에 있는 두 곳의 건축 후원금은 각각 200만원.

방법은 단 하나였습니다.

건축자를 통해 일하지 않고 자재를 구입하여 운반한 후 직접 공사를 하는 것.

한마디로 두 교회 다 발품을 팔아 직접 자재를 구입한 후, 랜드쿠르져 지붕에 싣고 가서 벽공사를 하는 것입니다.

모든 과정이 DIY-Do it yourself! "스스로 하기"인 셈이지요.

 

일단  미리 재어 온 교회의 크기(가로 11,500m / 세로 6,500m)를 염두에 둔 후, 철물점을 찾았습니다. 교회 벽은 지붕 마감재인 철판, 즉 마바티(Mabati)로 하고 나중에 교회 내벽을 벽돌로 올리기로 했습니다. 각 철물점마다 1미터 당 철판 가격이 천차만별이었습니다.  가장 비싼 곳이 13,500실링(8,000원). 결국 오전 내내 아루샤에 있는 철물점을 모두 뒤진 결과 9,500실링(5,000원)에 해주겠다는 곳을 발견하게 되었고 그곳에서 100미터를 구입했습니다. 중간 중간에 창문을 달아야 하기 때문에 각 파이프(2x1)도 40여개 구입한 후, 머리 속에 있는 설계 도면을 따라 일일이 치수에 맞게 잘랐습니다. 철판을 고정할 드릴피스 못 2,000개와 전동드릴을 구입한 후, 창문틀과 교회 문도 제작을 맡겼습니다.

 

짐을 싣는 데만 족히 하루가 걸릴만큼 교회 건축 자재의 수량과 무게는 대단했습니다. 창문틀은 철판 내부에 피스를 박아야 하기 때문에 그 모양을 미리 일러두었는데도 다른 틀이 계속 나오는 바람에 일주일 내내 여러번 찾아가 다시 뜯고 용접하는 일을 반복해야만 했습니다.

 

아루샤에서 자재를 모두 싣고 6시간을 달린 끝에 드디어 사역지에 도착했습니다.

우선 각파이프를 세우기 위해 엥글파이프를 땅에 박는 일부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창문이 들어갈 공간을 만든 후, 가지고 간 공구로 파이프를 하나하나 고정해 나갔습니다.

 

건물의 벽이 '벽돌'이 아닌 '철판'에 의해 순식간에 완성되어 나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야이다 치니와 도망가의 교인들, 지역 주민들은 깔끔하고 신속한 공정에 놀라움을 금치 못했습니다. 특히 그곳의 건축 기술자들은 그들이 알고 있는 건물의 벽이란 그저 벽돌을 한 장 한 장 쌓아 올리는 것인데 지붕에 올리던 지붕마감재가 벽이 될 줄은 한번도 생각해 본 적이 없다며 '신기술' 로 지어지는 교회 건축에 한마음으로 동참해 주었습니다.

 

이렇게 일주일만에 야이다 치니와 도망가 두 곳의 교회 벽이 완성되었습니다.

남은 바닥 미장은 인근의 건축자를 통해 마무리를 지을 예정입니다.

 

하나님은 건축자.

그분의 계획과 그분의 감독 하에 일꾼이 되어 일할 수 있었던 지난 일주일을 인해 감사를 드립니다.

어마무시한 태양이 작열하는 광야에서 건강하게 공사를 마무리 하게 하신 하나님.

건축이 진행되는 교회 안에서 텐트를 치고 자는 동안 안전하게 지켜 주신 하나님.

 

비록 쇠한 랜드크루져를 다시 몰고 오는 길 기어 조작기가 부러지고

겨드랑이에 일어난 새빨간 땀띠가 흐르는 땀줄기에 따끔거리고

뙤약볕에 그을린 모습이 영락없이 '설원의 고지대인 히말라야 원정'을 다녀온 사람 같지만

그래서 제 아내로부터 '꼭 이렇게까지 해야될까요? 비싸더라도 건축자를 시키면 될 일을...'이란 핀잔을 듣기도 했지만

 

부족한 저를 건축반장으로 삼으시고 필요한 자재와 차량과 건강을 주셔서

콧노래를 부르며 좋아하는 주의 일을 할 수 있어 행복하기만 했습니다.

 

야이다 치니와 도망가, 두 곳의 교회에 주님의 백성들이 가득 모여

하늘 높이 찬양을 올리고 귀한 말씀이 울려 퍼질 수만 있다면 이보다 더한 일도 감사한 마음으로 감당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두 미개척지에 평신도 사역자를 지원해 주신 노귀환 목사님과 건축을 위해 도움을 주신 호남합회 남원동산교회,  김중만 박사님, 그리고 건축 선배님이시자 든든한 지원군이신 강철 집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언제나 아름답게 일을 이루시는 하나님을 찬양합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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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야이다 치니와 도망가 교회 건축 현장 및 완성된 교회의 모습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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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녁이 되면 차에서 냄비며 라면을 꺼내 밥을 해먹곤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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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랜드크루져의 기어 조작기가 이렇게 댕강 부러져 버렸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