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루샤(Arusha) 시내에서 조금 벗어난 부르카(Burka)라는 곳에 우리 삼육초등학교가 있습니다. 카나안 삼육초등학교(Canaan Adventist Primary School). 지난 2001, 인근의 세 지역교회(부르카, 샴시 그리고 음바우다 교회)가 힘을 합쳐 세운 초등학교인데 정부의 공식인가는 받았지만 어찌된 일인지 현지 탄자니아연합회와 합회에서는 여전히 교회에 운영을 떠맡기고 있는 실정입니다. 교인자녀 127명과 비교인자녀 46명이 함께 공부하는 이곳엔 가난한 학생들이 많습니다. 외부 지원 없이 전적으로 학비에만 의존하는 학교는 학비가 밀린 학생들이 태반이다 보니 창고에 먹을 것이 떨어지거나 교사들이 월급을 못 받는 달이 부지기수입니다. 특히 학기가 끝날 무렵이면 학교는 극빈한 상황에 처하는데 20158월 현재, 카나안의 기숙사 학생들은 죽과 빵으로 간신히 끼니를 때우고, 교사들과 직원들은 지난달 월급을 한 푼도 타지 못했습니다.

   

카나안 학교 돕기.jpg 00000카나안 학교 돕기.jpg

 -카나안 학교 전경

 

이 학교의 졸업반인 7학년(Standard 7) 교실.

24명의 급우 중 12명이 학비를 내지 못했습니다. 그중 절반인 7명은 올해 초, 학교로부터 강제귀가조치를 당하고 학교에 나오지 못하고 있습니다. 적게는 한국 돈 10만원에서 많게는 50만원까지 올해 학비를 못 냈기 때문입니다. 그 중에 2명은 작년부터 학비를 못내 보통 서민 가정이 10개월 치 봉급을 꼬박 모아야 낼 수 있는 학비가 밀려 있는 상태입니다. 학교는 눈물을 머금고 아이들을 내보냈다며 어쩔 수 없이 행해진 조치라고 설명합니다. 7학년 아이들은 다음 달인 910일과 11일에 국가시험을 앞두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치러지는 이 중요한 학력평가에 패스해야만 졸업을 할 수 있습니다. 지난 6년간의 모든 학업이 물거품이 되고, 최소한의 초등학교 졸업장마저 받지 못할 위기에 처한 아이들. 인간의 안목으로는 처절한 절망으로밖에 설명이 안 되는 이 을씨년스러운 8(탄자니아는 현재 겨울입니다). 학교와 학생은 하늘을 바라보며 간신히 견뎌가고 있었습니다.

00001카나안 학교 돕기.jpg 00002카나안 학교 돕기.jpg 00004카나안 학교 돕기.jpg -시험 준비를 위해 나온 7학년 학생들이 학교에서 준 죽을 먹고 컵을 씻는 모습입니다.   

 

이틀 전, 저희 부부는 한국과 미국에서 보내오신 아동후원자금들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를 놓고 의논하다 두 학교를 떠올렸습니다. 부르카의 카나안 삼육초등학교와 카라오(Karao)의 마사이삼육초등학교. 먼저 카라오 시골마을에 위치한 마사이 학교 방문을 위해 사역자에게 전화를 걸었습니다만 현재, 마이로와(Mairowa)라는 지역에서 장막부흥회 참석중이라는 답변을 듣고는 부르카로 발길을 돌렸습니다. 당일 아침만 해도 학교의 형편을 전혀 알지 못했던 저희는 차에서 내리기 전 온 가족이 눈을 감고 하나님의 인도하심을 구했습니다. ‘하나님, 카라오 학교의 학생들이 더 열악합니다만 저희들을 부르카로 인도하신 분이 하나님이시라면 이 학교에 자금을 가장 필요로 하는 학생들을 만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길 간구합니다.’

 

방학 중인 학교엔 시험 준비를 위해 학교에 모인 4학년과 7학년 학생 일부, 그리고 교사 몇 명만이 자리를 지키고 있었습니다. 교장 선생님(Head teacher)도 자리를 비운 상황. 그러나 하나님께서 오늘 이곳을 방문하게 하신 분명한 이유가 있을 거라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방문 목적을 설명하니 7학년 담임선생님이 자신이 맡고 있는 학급 아이들의 상황을 들려주며 교실로 저희들을 안내했습니다. 군데군데 창문도 깨지고, 덩그러니 책상과 칠판만 있는 교실은 급우의 절반이 비어있는 현실을 대변한 듯 썰렁하기 그지없었습니다.

 

학비를 내지 못한 12명의 학생 이름과 학비 상황, 그리고 학교의 전반적인 실정에 대한 이야기를 전해 듣고는 선생님께 말씀드렸습니다. “선생님, 오늘 아침 하나님께서 왜 저희들을 부르카로 이끄셨는지 알겠습니다. 내일, 아이들이 그동안 밀린 학비 전부를 가져오겠습니다. 현재 강제귀가조치가 내려진 학생들에게 모두 연락하셔서 내일 학교로 다시 돌아오라고 말씀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선생님은 깜짝 놀라 믿기지 않는 표정에도 고개를 끄덕이며 학생들이 돌아올 수 있도록 연락을 취하겠다고 말했습니다.

 

저희는 그 길로 은행에 가 780만 실링을 인출했습니다. 돈다발이 7뭉치가 넘었습니다. 이곳 현지에서는 보통 서민이 한 푼도 쓰지 않고 4년을 넘게 월급을 모아야 만질 수 있는 돈, 승용차 한 대를 살 수 있는 이 큰돈이 졸업을 앞둔 12명의 어린이들을 위하여 쓰여지는 것입니다. 무엇보다도 의미 있는 것은 자신의 힘으로는 도저히 해결할 수 없는 학비 문제를 놓고 마음 졸이며 하늘의 도움만을 간절히 바랐을 해당 학부모들과 학생들에게는 얼마나 기적과 같은 선물이 될까요. “내가 산을 향하여 눈을 들리라 나의 도움이 어디서 올꼬 나의 도움이 천지를 지으신 여호와에게서 로다”(121:1-2) 이 시편 구절이 이제 그들의 노래요 그들의 간증이 될 것입니다.

 

다음날 아침, 하나님께서 한국과 미국의 성도들의 마음을 모으셔서 마련하신 귀한 자금을 들고 학교로 향하는 저희들의 발걸음은 이루 말할 수 없이 떨리고 설레었습니다. 많은 분들이 위탁한 후원금을 쓰는데 늘 부담이 많았는데 이번만큼 행복하고 만족스러운 지출은 없었습니다.

 

아이들 앞에서 저 역시 초등학교 시절, 서울 중계동의 한 사업가에게서 뜻하지 않은 장학금을 받았던 일, 등록금이 모자랐던 대학 시절, 추운 겨울 난방비를 아꼈다 건넨 한 약사분의 자금으로 공부를 마쳤던 일들을 이야기하며 하나님께서 공부를 이어가길 원하는 여러분의 기도에 넉넉히 응답해 주셨음을 함께 감사드렸습니다. 그리고는 혹시 여러분도 여러분만의 이야기가 있다면 들려주세요.’했더니 도움을 받게 된 아이들에게서 놀라운 이야기들이 쏟아져 나왔습니다.

  

00005카나안 학교 돕기.jpg

  

저희 아버지는 자급 사역자로 오래 일하셨는데 어느 날부턴가 정신이 오락가락해지셨어요. 생계를 이어갈 방도도 없고, 제 학비도 낼 수가 없는 처지가 되었지요. 그래도 아버진 하나님만은 잊지 않으셨어요. 학교에 못가는 저에게 하루에 4번씩 기도하라고 말씀하셨어요. 저는 그 말씀을 따라 올해 내내 하루에 4번씩 기도했어요. 아버지는 정신을 놓는 날도 제게 이 말만은 꼭 물어보셨어요. ‘너 오늘 기도 몇 번 했니?’ 어제 선생님이 아버지께 전화를 하셨어요. 누군가 학비를 내주니 내일 학교로 다시 오라고요. 아버지는 저를 꼭 안아주셨어요. 그리고는 말씀하셨어요. ‘하나님께서 네 기도에 응답하셨구나.’” -엘나 은구토(Elna Ngutto)-

 

00008카나안 학교 돕기.jpg -엘나 은구토

 

저는 오늘 올해 처음으로 학교에 나왔습니다. 8개월 동안 집에 있으면서 너무나 학교가 그리웠어요. 아버지는 탄자니아트(Tanzanite, 푸른 빛이 나는 탄자니아 광물) 중개상이신데 인도계 탄자니아인들이 광물을 다 파내서 이제 아버진 일감을 얻지 못하는 날이 더 많으세요. 그런데 어제 선생님의 전화를 받고 너무 놀랐어요. 다시 교복을 입고 학교에 나와 너무 기뻐요.” -잭슨 사무엘(Jackson Samuel)

 

00007카나안 학교 돕기.jpg -잭슨 사무엘

 

선생님이 학비를 내지 못하는 학생들은 집으로 돌아가야 한다면서 명단을 발표할 때 제 이름도 있었습니다(이때부터 존슨의 눈시울이 붉어졌습니다). 학교를 더 이상 다닐 수 없다는 사실이 너무나 슬펐어요. 부모님과 저는 매주 수요일이면 금식을 하며 기도했습니다. 산에 가서 장작으로 쓸 나무를 패 시장에 팔아서 학비를 마련해 보려고 했지만 그마저도 쉽지가 않았어요. 얼마 전엔 할머니마저 쓰러지셔서 병원에 실려 가셨어요. 아버지는 할머니 병원비 때문에 올해는 학교 다니는 게 쉽지 않겠다.’라고 말씀하셨어요. 그런데 어제가 수요일이었어요. 집에 있는데 전화를 받으신 아버지가 제게 달려오셨어요. ‘존슨, 오늘 기도하는 수요일이잖니. 하나님께서 기도에 응답하셨다. 누군가 학비를 내주었다는구나. 내일 학교로 돌아가렴.’ -존슨 레드먼(Johnson Ledman)-

 

00006카나안 학교 돕기.jpg -존슨 레드먼

 

가난한 어린 아이들의 오두막에서 드려진 기도에 완벽하게 응답하신 하나님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아이들의 울부짖음에 아프리카 반대편의 한국과 미국의 성도들의 마음을 움직이신 하나님, “빈약한 자를 권고하는 자가 복이 있음이여 재앙의 날에 여호와께서 저를 건지시리로다”(41:1) 가난한 자들의 눈물을 닦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어려운 날이 이를 때 하나님께서 방패가 되어 주실 것입니다.

 

다음달 13, 카나안 삼육초등학교 졸업식이 열리면  꼭 참석할 예정입니다. 아이들이 졸업시험을 무사히 마치고 학교 정문을 나갈 때 감사와 찬양이 충만할 것입니다. 상급학교로 진학하며 또 인생의 풍파를 지날 때 7학년 때 함께 하셨던 그 하나님이 여전히 살아계셔서 돕는 힘이 되실거라는 사실을 꼭 기억하게 되길 기도합니다.

 

아이들을 도와주신 미국의 유재훈 장로님(대추농사로 나온 자금을 어려운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보내셨습니다)과 한국의 한현숙 집사님과 함께 마음을 보태주신 어려 성도님들, 오남교회 Amazing fact 소그룹과 김수연 집사님, 김창준 집사님과 모퉁잇돌 교회 성도님들, 박윤환, 이형경 선생님 부부, 최옥남 집사님, 그리고 광주의 정경신 집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00010카나안 학교 돕기.jpg 00009카나안 학교 돕기.jpg

 -도움을 받은 아이들과 7학년 전체 학생들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