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쿠나 마타타 쌍둥이네 탄자니아 이야기

 

국제선교대회가 한창이던 지난 2013, 각국에 흩어져 있던 PMM 선교사들이 제주도로 속속 귀국할 때 즈음 저희도 한국행 비행기를 탔습니다. 대회 이튿날쯤 되었을까요. 마침 선교대회 참석차 제주도에 와 계셨던 친정어머니께서 뜬금없이 이런 말씀을 하셨더랬지요. “송화야, 책을 한번 써봐제가요? 이제 겨우 1년 남짓, 탄자니아라는 낯선 나라에서 허우적 허우적 겨우 적응해 가고 있던 시시하고 보잘 것 없는 저 같은 선교사가 글을 쓴다니요, 그건 정말 어림도 없는 말씀이셨습니다.

 

한국 방문을 마치고 탄자니아로 돌아왔더니 이번엔 탄자니아 연합회장이신 레쿤다요(Lekundayo) 목사님께서 마치 기다리셨다는 듯 광야에서 원시부족들과 함께 사역한 일들을 꼭 글로 기록하라고, 반드시 책으로 남겼으면 좋겠다고 진심어린 당부를 건네셨습니다. ‘, 연합회장님~.’ 가녀린 신음이 목구멍 밖으로 나올 뻔 했지만 잠자코 듣기만 했습니다. 바로 다음 해인 2014년엔 이재룡 지회장님, 연합회 강순기 목사님, 그리고 김재호 호남합회장님께서 탄자니아를 방문하셨는데요. 이런 이야기를 조심스레 꺼내자마자 마치 모두 입을 맞추신 것처럼 꼭 책을 내십시오.”라는 말씀뿐이었습니다.

 

아무리 선교지의 이야기라지만 아직 미숙하고 경험이 적은 선교사 가족의 삶과 생각이 글 가운데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을 터. 읽는 분들에게 과연 하나님만을 증거 할 수 있을지, 그것이 가장 두렵고 주저할 수밖에 없는 이유였습니다. 그러나 작년 9, “사랑의 하나님, 졸필로나마 탄자니아에서 경험한 이야기들을 펴내는 것이 주님의 뜻이라면 저의 소원은 단 하나, 이 글들이 주의 백성의 손에서 읽혀질 때 그분들의 마음을 온전히 아버지께로만 이끄는 작은 도구가 되어 하나님께만 영광을 돌리게 되길 간절히 원합니다.”라는 기도로 원고를 준비하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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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년간 꾸준히 써놓았던 선교 이야기들은 장 별로 정리하고, 스물다섯 편 가량의 원고는 새로 써나가기 시작했습니다. 은하와 은총이를 학교에 보내 놓고 나면 아침 8, 설거지를 끝내놓고 8시 반부터 자리에 앉아 12시가 넘도록 매일 세 네 시간씩 꼬박 꼬박 글을 쓰기 시작했습니다. 막상 컴퓨터를 켜고, 빈 화면을 바라보고 있노라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할지 정말 막막했습니다. 그러나 그 빈 화면 앞에서 늘 조용히 무릎을 꿇었습니다. ‘하나님, 이제 쓰려고 합니다. 하나님께서 원하시는 글만 쓸 수 있게 도와주세요.’

 

글을 쓰는 동안에는 늘 깨어서 하나님의 음성을 듣고, 그분이 원하시는 내용을 쓰는 것이 중요했기에 제 눈과 귀와 마음을 단속하는데 신경을 썼습니다. 함부로 인터넷을 검색하거나 세상적인 뉴스에 귀를 기울이지 않으려고, 또 늦게 자지 않으려고 부단히도 애를 썼습니다. 새벽기도를 놓치지 않기 위해 밤늦게까지 일을 하거나 피곤하지 않도록 일정도 조절했습니다. 그리고 매 안식일 아침이면 탄자니아 연합회 내에 있는 교회당을 찾아 기도했습니다. ‘아버지, 사실은 아직까지도 책을 쓴다는 것이 너무나 부끄럽고 두렵기만 합니다. 그러나 연장통에서 저를 들어 쓰신다 하시니 잠잠히 쓰임을 받도록 도와주세요.’

 

책이 출간된 후, 전 하나님께서 저의 작은 기도에 놀랍도록 응답해 주셨음을 들을 수 있었습니다. 이곳저곳에서 많은 분들이 웃다가 울다가읽으셨다며 감동을 전해주셨고, 미국의 한 장로님께서는 집배원이 일부러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르며 우리 손에 들려주어 단숨에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었습니다. 두 분의 열심과 헌신과 고생과 황당함과 안타까움 그리고 현지인의 애환을 같이 체험할 수 있게 해 주심을 감사합니다. 사도행전의 속편을 읽는 것 같습니다. 하나님께서 어떻게 예비하시고, 어떻게 일꾼을 택하시고, 어떻게 당신의 일을 추진하시는지 모든 영예를 하나님께 돌리심을 읽으면서 아멘! 할렐루야! 하나님께 찬양! 으로 화답했습니다.”라는 후기를 보내주셨습니다.

 

올해 80세가 되신 한 할아버지 장로님께서는 꼭 한번 통화하고 싶었습니다. 여태껏 책을 읽으며 이렇게 많이 운적은 처음입니다. 그저 하나님께 감사합니다.’ 하시며 젖은 목소리로 전화를 끊으셨습니다. 강원도의 한 젊은 사모는 훌륭한 음식에는 신앙이 들어있다라는 내용을 읽고 나서 부끄럽게도 늘 아침 식사를 걸렀었는데 처음으로 아침밥을 차렸다며 신혼 때부터 가졌던 선교사의 꿈을 다시 펼치겠다고, 꼭 선교사의 길을 걷겠노라는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독일에 사는 한 친구는 며칠 전 제 마음이 뒤숭숭하고 답답할 때 책의 내용들을 떠올리며 용기를 얻고 제 생활에 적용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참 어떻게 그런 척박한 곳에서 하나님의 능력으로 그 어려움들을 이겨내고 살 수 있을까... 참 의아합니다. 하나님께서 정말 어떤 분이신지 궁금해요.”라는 메일을 보내왔습니다. 서울의 한 집사님께서는 그 책을 읽고 난후 저희 가족에게 이런 별명을 붙여주셨습니다. ‘바보 선교사가라면 가고, 멈추라면 멈추고, 하라면 하고, 오라면 오는 그런 바보 같은 사람들 같아 지어 주셨다고 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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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하쿠나 마타타 쌍둥이네 탄자니아 이야기 앞/뒤 표지


첫 수혜 신학생, 바라바이크 출신의 바라바이크 개척 선교사

 

잠깐 이야기를 돌려 엔다게우 사역지를 소개할까 합니다. 엔다게우는 바라바이크 개척지 가운데 하나로서 20131, 에쉬케쉬(Eshkesh)와 엔다게우(Endagew) 두 지역에 네 명의 평신도 사역자를 파송하면서 탄자니아에서도 손꼽히는 원시부족인 바라바이크 개척을 시작했었지요.

 

지난 118일부터 21일까지 열린 전도회를 통해 지난 주 안식일, 엔다게우의 30명의 귀한 바라바이크와 수쿠마(Sukuma, 엔다게우에 함께 사는 다른 부족) 사람들이 침례를 받게 되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지난 2년이 넘도록 마땅한 장소가 없어 한 가정에서 예배를 드려왔었는데 하나님의 은혜로 인근에 부지를 확보하여 올해 교회 건축까지 모두 마무리를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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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ndif]--> - 개척 초기 엔다게우의 가정 예배소로 쓰인 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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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새로 완공된 엔다게우 교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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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달리 오순절 교인이 많은 엔다게우에서의 사역은 처음부터 순탄치 않았습니다. 어렵게 침례를 받고 나면 오순절 교회 지도자들과 교인들의 핍박(대소사에 도움을 주지 않는다든지 동네에서 살지 못하도록 계속적으로 험담을 한다든지)이 이어져 다시 옛 생활로 돌아가는 교인들이 비일비재했었지요. 소식을 들을 때마다 정말 안타까운 마음으로 함께 기도하지 않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희망의 소리 통신학교' 교재로 차근차근 영혼들을 만나고, 어려운 이웃들을 도와주고, 날마다 성령의 도우심을 간구하며 가르친 결과 어려움 중에도 불구하고 구도자들의 수는 늘어 갔습니다. 개척 2년이 지난 올해 초, 엔다게우 교회에서 두 명의 하나님의 일꾼이 배출되었고(한 명인 제이콥 기다델루 기사모(Jacob Gidadelu Gisamo)22살의 바라바이크 청년인데 침례를 받은 후,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열렬한 꿈을 안고 현재, 엔다게우 옆의 미개척지인 도망가(Domanga)라는 곳에서 사역자로 교회 개척을 돕고 있습니다. 뿐만 아니라 24살의 사무엘 기사모(Samuel Gisamo)라는 젊은 청년 역시 지난 2월 초, 하이돔(Haydom) 모교회에서 집사로 안수를 받고 엔다가우의 젊은 집사로 봉사하고 있습니다.) 지난 주, 전도회 마지막 날 30명의 귀한 영혼들이 침례를 받게 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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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엔다게우 전도회 마지막 안식일 풍경과 침례식

 

이 모든 일은 하늘의 하나님을 굳게 붙잡고, 지난 3년간 묵묵히 사역지를 지켜온 조셉(Joseph) 사역자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사실 같은 바라바이크 개척지임에도 불구하고 황량한 사막인 에쉬케쉬를 돌보느라 엔다게우는 자주 가보지도 못했습니다. 개척 초기만 해도 소외받는 기분이 들었는지 때때로 지역장 목사님을 통해 소식을 전하던 조셉 사역자, 그러나 한결같은 모습으로 선교지에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늘 미안한 마음으로나마 주의 깊게 지켜보던 저희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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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셉 사역자 가족

 

하나님의 온전하신 섭리로 출간되어 많은 분들의 사랑을 받아온 하쿠나 마타타 쌍둥이네 탄자니아 이야기의 수익금을 어디에 쓸 것인가. 저희 부부는 오랜 고민 끝에 조셉 사역자와 같이 신학을 공부하여 목회자가 되고자 하는 오지의 평신도 사역자들의 학비를 후원하는 데 쓰자고 마음을 모았습니다.

 

그 첫 번째 수혜자로서 엔다게우의 조셉 사역자가 내년부터 우간다에 있는 부게마(Bugema) 대학에서 신학을 공부할 예정입니다. 탄자니아 아루샤(Arusha)에도 재림교단의 대학이 있긴 하지만, 신학학위를 따는 데만 6년이 소요되어 보다 짧은 시간(3)에 학위를 딸 수 있는 부게마에서 공부를 할 예정입니다. 더군다나 엔다게우 교회 같은 경우, 좀 더 튼튼한 교회로 자리를 잡고 성장할 때까지 사역자의 역할이 여전히 필요하기 때문에 부게마 대학이 제공하는 In-service(1년에 두 차례, 3개월씩 학교를 방문하여 공부하는 인텐시브 과정) 프로그램을 이용하여 사역과 공부를 병행하려고 합니다.

 

그동안 하쿠나 마타타출간을 위해 열과 성의를 다해 도와주신 북아태지회와 시조사 그리고 지금까지도 보급을 위해 애쓰고 계시는 호남합회와 서중한합회의 출판부 관계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부족한 책을 끝까지 읽어주시고, 선교사의 허덕이던 아픔의 시간들, 연약함으로 몸부림치던 고통의 순간들, 일을 이루어 가시는 하나님으로 인하여 감사와 기쁨이 터져 나오던 환희의 순간들이 담긴 매 페이지마다 함께 기뻐해 주시며 기도로 응원해 주신 모든 독자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

 

개척 초기부터 엔다게우 사역지를 후원해 주고 계신 이호상 목사님과 황경숙 사모님, 그리고 교회 건축을 위해 도움을 주신 이호상 목사님의 따님, 이유라 선생님 그리고 강철 집사님께도 감사를 드립니다.

 

3년 후, 목회자로 더 큰 지역에서 능력 있게 일할 수 있기까지 조셉 사역자가 하늘의 지혜로 학업을 감당할 수 있도록 앞으로도 많은 기도와 격려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