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지에 살고 있는 마사이(Maasai)나 바라바이크(Barabaiq) 부족들은 대게 웅덩이에 고인 물을 퍼다 씁니다. 매년 11월부터 4월 사이, 비가 내리는 우기 철에 받아지는 물이지요. 한해의 반은 비가 내리지 않기 때문에 온 땅에 열 아지랑이가 지글 지글 피어오르는 혹독한 건기가 되면 웅덩이는 메주덩어리처럼 말라버립니다. 그럼 플라스틱 양동이를 어깨에 멘 마사이 마마들은 물을 찾아 하루에 6~7km를 걷습니다. 이 일에 아이들까지 동원되어 학교를 미루는 일도 다반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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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쉬케쉬의 바라바이크 마마가 플라스틱 양동이에 물을 한가득 담고 교회 앞을 지나는 모습

 

웅덩이 물은 한눈에 들여다봐도 뿌연 연둣빛에 알 수 없는 뭔가가 둥둥 떠 있어 저 같은 외지인 앞에 마시라고 내놓는다면 과 같은 외마디 비명이 튀어 나올 정도로 절대사용불가입니다. 그런데 더 충격적인 것은 이 웅덩이를 사용하는 생명체가 사람만이 아니라는 것입니다. 유목민 삶에 빼놓을 수 없는 가축들도 즐겨 이 물을 찾곤 하지요. 마시고 난 후 배변은 당연한 일이구요. 널따랗게 만들어진 자연 웅덩이에는 근처 평원에 살고 있는 코끼리나 영양, 얼룩말들까지 찾아와 냅다 몸을 담그거나 자신만의 영역 표시를 하고 떠납니다.

 

사바나(Savannah)의 아름다운 석양이 마사이 지역을 덮을 무렵. 웅덩이를 찾아오는 마마(mama, 아줌마)들은 얼룩말의 소변과 코끼리 몸에 붙어 있던 흙, 그리고 소의 오물이 가라앉은 이 웅덩이에서 첨벙 첨벙 물놀이 중인 아이들을 불러다 한 명씩 한 명씩 씻깁니다. 그리고는 몸을 덮은 슈카(Shuka, )를 반쯤 들어 올린 후 자신도 몸을 씻지요. 목욕 후에는 미리 가져간 양동이 가득 물을 담아 오는 것도 잊지 않습니다.

 

개중 어떤 마마들은 숯을 태우고 남은 재(ash)나 모래를 이용해 전통적인 방법으로 물을 소독하거나 끓여 먹기도 하지만 실제로 그런 마마들은 100명 중 한 명이나 될까 말까, 대부분 하루 정도 물을 그대로 두었다가 더러운 것들이 가라앉으면 다음날 윗물을 퍼 사용하곤 합니다.

 

그래서 그런지 마을에는 배가 아프다 비명을 지르고, 멈출 줄 모르는 설사를 밤낮으로 하며 아메바성 병(ameba disease, 아메바 기생충 감염)에 걸려 신음하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약국이나 병원도 없는 오지 마을에서는 배를 움켜쥐고 소가죽 위에 뒹굴다 어찌 어찌 낫거나 죽을 수밖에 별다른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이들을 위해 정부가 하는 일이라곤 가끔 웅덩이마다 살충제를 뿌려주는 것뿐. 이런 마을일수록 이상하게 우물을 파도 물이 나오질 않습니다. 파 봐도 소금땅이거나 진흙땅이거나 둘 중에 하나입니다.

 

그런데 우연을 가장한 하나님의 섭리로 몇 달 전, 특별한 항아리를 알게 되었습니다. 탄자니아에서 활동 중인 한 NGO가 만든 세라믹 정수 항아리(Ceramic Water Filter Pot)’였는데요. 점토혼합물, 톱밥, 그리고 콜로이드 실버(은 용액, Colloidal Silver)을 적절히 배합해 섭씨 1,000도의 가마에서 구워내고, 시간당 2~4리터의 가량의 물이 정수되어 세균발육저지가 가능한 항아리였습니다. (출처: Safe Water Ceramics of East Africa http://www.safewaternow.org)

 

마침, 1월 말 탄자니아를 방문하실 캐나다 토론토의 박창우 장로님께서 한국 나주에 살고 계신 박용귀 장로님의 후원금을 보내주셔서 직접 그 NGO에서 운영하는 항아리 공장을 찾아가 제조 과정도 지켜보고, 항아리도 20개 주문할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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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곳이 아루샤(Arusha)에 위치한 Safe Water Ceramics of East Africa를 방문해 찍은 사진입니다

 

드디어 지난주 금요일과 안식일인 129일과 30.

 

저희는 우물을 파도 실패했던 두 지역, 카라오(Karao)와 음불룽구(Mbulungu)를 찾아 스무 가정에 항아리 정수기를 하나씩 나누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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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불룽구와 카라오 두 지역에 항아리 정수기를 공급하는 장면입니다

 

나누어 드리기 전, 실제로 음불룽구 마을에서 사용하는 웅덩이 물을 직접 퍼다 항아리 밑바닥에서 뚝, 뚝 정수되어 떨어지는 물을 받아 마을 사람들에게 보여주었는데요. 부족민들은 실제로 물을 손에 담아보고, 물병에 담아진 물을 들여다보며 마지 사피!(Maji Safi, 물이 정말 깨끗하네요)”하고 감탄해 마지않았습니다. 이름이 호명되면 한 분씩 받으러 나왔는데 어떤 마사이 음제(Mzee, 장로)와 마마는 덩실덩실 어깨를 들썩이며 춤을 추면서 나와 모여 있던 모든 사람들에게 기쁨을 선사해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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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웅덩이에서 받아온 물이 정수되는 모습

 

우리에게도 그렇듯 탄자니아 사람들에게도 마지 니 우하이(Maji ni uhai)’ , 물은 생명입니다. 육적인 목마름처럼 사람을 애태우는 것도 없습니다. 우물, 빗물저장, 항아리 정수기에 이르기까지... 이곳 부족들의 타는 갈증을 조금이나마 해결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시고 귀한 후원자들을 연결해 주신 하나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복음이 전해지는 곳곳마다 메마른 영적 갈증이 해소되듯, 진리의 기별이 들려지는 사역지 곳곳, 오지 마을마다 부족 사람들이 깨끗하고 시원한 물을 마실 수 있었으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 일을 위해 협력해 주신 박용귀 장로님과 허숙희 집사님 부부, 토론토의 Dr Mark Lin, 그리고 박창우 장로님과 박옥순 집사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오늘도 태양이 작열하는 모래 길을 걸어 웅덩이 물을 길어올 이곳 사람들을 위해 기도를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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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항아리 전달식 후, 수박 산지인 음불룽구에서 교인들이 주신 수박 선물을 안고 계신 박창우 장로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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