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피니스(Happiness), 파일럿을 꿈꾸는 마사이 소녀

 

차 목사님, 마리아도(Mariado) 학교입니다. 이번 주 일요일, 학부모 회의에 와 주실 수 있는지요?” 밝은 햇살이 교정 곳곳을 따스하게 비추던 일요일 아침. 학교는 손님들을 맞을 준비로 분주합니다. 가지런히 머리를 빗어 넘기고, 깨끗한 교복으로 단장한 학생들. 아이들의 깔깔거리는 웃음소리가 학교 담장을 넘어갑니다. 정문 앞에 길게 늘어선 차량들. 먼 길을 마다 않고 달려온 엄마아빠들의 표정에선 자기 자식에 대한 자부심이 한껏 묻어납니다. 저희 부부 역시, 이날만큼은 마리아도 중학교 3학년에 재학중인 여학생, 해피니스 엘바리키(Happiness Elbariki, 이하 해피)의 부모 자격으로 오랜만에 학교를 찾았습니다. 

 

마사이(Maasai) 부족 출신의 해피를 처음 만난 건 지난 2012년이었습니다. 시장에서 봉지를 팔던 해피의 오빠 이싸(Issa)를 알게 되었는데 어느 안식일 오후, 올길레이(Olgiilei)라고 하는 산 중턱에 위치한 그의 집을 방문하게 된 것입니다. 당시만 해도 해피는 살림살이도 변변치 않은 외딴 집에서 할머니와 살던 10살짜리 어린 소녀였습니다. 일찍이 돌아가신 부모님이 남긴 것이라고는 지독한 가난과 후천성면역결핍증(AIDS)환자였던 그의 어머니가 해피를 출산하는 과정에서 남긴 HIV 바이러스. 삶을 두드리는 끊임없는 통증에도 불구하고 해피는 꽤나 공부를 좋아하고, 사근사근 다가와 정을 붙이던 사랑스러운 아이였습니다.

 

첫만남 이후, 저희는 자주 찾아가 라면을 끓여 먹기도 하고, 교회에 특별 부흥회가 있으면 초대해 함께 예배를 드리기도 했습니다. 몇 번의 안식일에는 다양한 오지의 사역지들을 함께 다니기도 했지요. 대게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두 세시간 거리를 여행하는 일조차 극히 드문 탄자니아 사람들이기에 해피와 이싸는 그 때마다 굉장히 행복해 했습니다. 다만, 해피는 조금만 멀리 나가도 차멀미 때문에 구토를 하는 바람에 나중엔 이싸만 데리고 다녔지만요.

어느 해인가, 딱 이맘때, 4월의 부활절 기간에 방학을 맞아 쉬고 있는 해피와 이싸를 데리고 가까운 아루샤 국립공원(Arusha National Park)에 소풍을 가기도 했습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보는 버팔로와 기린, 코끼리를 보며 연신 “와, !”하던 두 남매. 해피는 그날도 여지 없이 간식으로 싸간 딸기 우유와 감자칩을 먹고는 차 안에 죄다 토하고 말았습니다. 토사냄새가 진동하는 차 안이었지만 그래도 라이온 킹에 나오는 주술사 원숭이(흰 꼬리 콜로부스 원숭이)를 보겠다며 끝까지 국립공원을 다 돌았지요. 하루 종일 행복해 하는 모습에 딸기향 풍기는 구토 냄새도 그렇게 싫지만은 않았습니다.

그로부터 몇 년 후, 캐나다의 박창우 장로님 내외가 저희 탄자니아를 방문하셨고, 곧 중학교에 입학하게 될 해피가 동네 공립학교가 아닌 재림교회에서 운영하는 기숙형 학교에 진학할 수 있도록 도와주시기를 간곡히 부탁 드렸습니다. 또래 친구들과 어울리며 하나님을 배우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마음에서였습니다. 장로님께서는 흔쾌히 3년치에 해당하는 학비를 지원해 주셨고, 해피는 꿈에도 그리던 마리아도 사립 중고등학교에 진학할 수 있었습니다.

 

드디어 입학 3년째가 되는 올해 2019 3 3, 반짝반짝 빛나는 동그란 눈동자로 생기발랄하게 인사를 건네는 해피를 만나러 간 것입니다. 이날 아침, ‘학부모 회의가 있던 강당으로 학우들과 줄을 지어 들어오다 사방을 두리번 두리번 살피는 해피를 보았습니다. ‘해피다!’ 저희 부부를 발견하자마자 하고 기분 좋은 미소를 날려 보내는 해피에게 손을 마구 흔들며 반가운 내색을 했지요. 오랜만에 아루샤 중앙교회의 수석장로님이자 마리아도 학교의 설립자 겸 교장선생님이신 쿠보자 마토(Kuboja Mato) 장로님과도 인사를 나누고, 연이어 해피의 성적을 위해 3학년 아카데믹 딘(Academic dean, 학업을 전반적으로 관리하는 수석교사)과도 개인 상담을 받았습니다. 해피는 지난해 10월에 치러진 국가학력평가에서 내신 1등급(Division 1)을 받았고, 올해 초, 학교에서 자체적으로 치른 평가고사에서도 학급 인원 58명 가운데 10등을 했다고 합니다. 어찌나 기특하고, 뿌듯하던지. 마치 제 딸이 대학에 들어간 것처럼 기분이 좋았습니다. 다만, 수학과 물리 성적이 조금 부족해서 보충 학습을 지도해 주시도록 요청을 드렸습니다.

 

한국 고등학교도 특성에 따라 문과와 이과로 분리되듯 이곳 탄자니아 역시 문과, 이과 그리고 상과(Business)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이과 과목을 다소 어려워하는 해피에게 상담을 도와주신 선생님이 문과 쪽을 택하지 그래? 아직 시간이 있는데?”하고 물어보니 해피는 아니에요. 저 잘하고 있어요. 성적도 오르고 있구요. 전 이과하고 싶어요.”라고 대답했습니다. 그러더니 잠시 후, “제 꿈이 파일럿이라서요.”하는 놀라운 답변을 들려주었습니다. 하늘을 나는 사람. 해피는 한번도 비행기를 타본 적은 없지만, 상공을 자유롭게 비행하는 조종사가 되고 싶다고 했습니다. 훌훌 날며 새로운 세상을 경험하고 싶은 해피의 마음을 조금이라도 알 것 같아 순간 마음이 먹먹해졌습니다.

 

마지막으로 해피가 1년간 쓸 용돈(방학 때 집과 학교를 오고 갈 차비며 빨래비누와 같은 비품구입비)을 학교에 맡긴 후, 함께 머리를 숙여 기도했습니다. 지금껏 인도해 주신 해피의 하늘 아버지. 앞으로 꿈을 이루는 그 날까지 건강을 지켜주시고, 지혜롭게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세요. 아멘. 눈을 떠보니 해피의 눈에서 닭 똥 같은 눈물이 뚝뚝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몇 가지 마지막 당부를 하자 해피는 , 고개를 크게 끄덕이며 감사합니다.”라고 꾸벅 인사를 했습니다.

 

한 사람을 위해 백년지계 (百年之計:먼 장래까지 미리 내다보면서 세우는 계획), 아니 영생(永生)지계를 갖고 계신 하나님을 의지하는 그리스도인의 삶이야말로 보증수표와 같은 삶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오늘도 이름 아침, 예배를 알리는 학교 종소리에 맞추어 하나님께 먼저 하루를 바치는 해피는 그런 의미에서 미래가 보장된 멋진 청소년으로 성장하고 있음이 분명합니다. 올해 들어 이런 유력한 어린 학생들을 도와 주신 후원자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를 드립니다. 해피를 도와주신 박창우 장로님과 더불어 우펜도(Upendo)와 프리다(Frida)를 도와주신 박미순 집사님, 데보라(Debora)와 에벤에자(Ebenezar)를 도와주신 최희경 집사님, 클레버(Clever)를 도와주신 임채순 집사님, 조슈아(Joshua)를 도와주신 한현숙 집사님, 웨마(Wema)를 도와주신 이소연 집사님, 마지막으로 조셉(Joseph)과 호세아(Hosea) 두 사역자의 신학 대학을 지원해 주신 김민자 집사님과 <하쿠나 마타타, 쌍둥이네 탄자니아 이야기> 책을 구입해 주신 독자 여러분(수익금으로 지원)들께 마음 깊이 감사의 인사를 드립니다.

 

지구 반대편의 불우한 이웃을 도와주셔서 희망의 날개를 달고 훨훨 날 수 있도록 힘을 보태 주신 모든 분들께 하나님의 크신 은총이 함께 하시길 진심으로 기도드립니다. 감사합니다


00000해피.jpg 해피.jpg

- 몇해 전, 해피와 이싸와 함께 한 아루샤국립공원 사파리 차안에서 그리고 해피의 집에서 라면을 함께 먹는 모습입니다.


000012019 돕는 학생들.jpg 000022019 돕는 학생들.jpg 000032019 돕는 학생들.jpg 

- 지난 3월 3일, 마리아도 학교를 찾았습니다. 몇년 전에 비해 훌쩍 큰 해피의 모습입니다.


2019 돕는 학생들.jpg



000002019 돕는 학생들.jpg 

- 올해 2019년 1~3월까지 도운 학생들의 명단입니다. 귀한 도움을 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를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