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아침 로버트를 찾아가라.'

 

저녁부터 강하게 들려오는 성령의 음성을 따라 비가 내리는 아침, 집을 나섰습니다. 로버트(Robert)는 레마라 영어교실 개원부터 현재 렝기자베 영어교실에 이르기까지 1년 넘게 함께 일하고 있는 교사입니다. 그런데 지난 열흘간 수업도 3번이나 무단으로 빠지고 어제는 월급을 줄테니 만나자는 문자에도 전혀 대답이 없어 이상히 여기던 차였습니다.

 

그들 부부가 운영하는 작은 가게를 찾으니 눈물이 그렁그렁한  아내가 들려주는 말이 충격적이었습니다.

'남편이 그저께 랑기자베 수업 이후로 집에 안들어 왔어요. 침례 받은 후로 끊었던 술을 다시 마시기 시작해 노상에서 자는 모양이에요.'

 

로버트는 2년 전, 큰 구렁이가 밤마다 자신의 몸을 칭칭 감는 악몽에 시달렸습니다. 어두운 밤, 그 공포가 밀려올 때마다 그는 알지도 못하는 하나님을 목청 높여 부르며 가까운 우리 교회로 내달렸고, 그 때마다 신기하게도 안정을 되찾곤 했습니다. 로버트는 그 후, 제 발로 안식일에 교회를 찾아 침례를 받았습니다.

 

우린 그 때를 떠올리며 '교회로 가보자' 마음을 모았고, 로버트의 아내는 서둘러 가게 문을 걸어 잠궜습니다.

 

교회는 매우 조용했습니다. 그런데 고요함 가운데 어딘가에서 노랫소리가 흘러나왔습니다. 교회 뒷편, 한 작은 방이었습니다. 과연 그 곳에는 정신이 나간 듯 맨발로 웅크리고 누워있는 로버트가 있었습니다. 그의 주변에 레마라교회의 교인 세 명이 찬미를 부르며 서 있었습니다. 그를 보자마자 눈물이 왈칵 쏟아졌습니다. 사단이 사람을 어디까지 끌고 갈 수 있는지 보여주는 그 비참한 광경. 그의 아내와 5살난 어린 딸이 보는 앞에 쓰러져 있는 한 가장의 모습.

 

돌아가면서 간절히 기도를 드리고, 성경 말씀을 반복해 읽으니 한참만에 의식을 되찾은 로버트가 일어나 앉았습니다. 그러나 이번엔 그의 아내가 소리를 지르며 울기 시작했습니다. 그간 쌓였던 남편에 대한 원망을 털어 놓으며 "Sitaki!"(남편이 죽도록 미워요) "Naacha"(이제는 이혼하고 싶어요)하며 손을 내저었습니다. 결혼 후 계속되어 온 부부간의 갈등, 경제적인 어려움, 옛습관을 버리지 못하는 남편에 대한 원망... 이들 부부의 문제는 생각보다 깊고 컸습니다.

 

저희는 교우들과 함께 남편과 아내를 각 방으로 따로 따로 인도해 충분히 이야기를 들어주었습니다. 그리고 함께 기도했습니다. 등을 토닥이고, 다시 기도하고, 다시 들어주고, 또 함께 울고, 다시 무릎 꿇기를 3시간.

 

드디어 아내의 숨결이 잠잠해졌습니다.

이혼하겠다고 그렇게 발버둥치던 아내 입에서 '한번 더 살아보겠다'는 조용한 다짐이 흘러나왔습니다.

 

저희 부부는 로버트를 집으로 데려와 그 날 저녁을 함께 보냈습니다.

 

"로버트. 당신을 사로잡고 있는 것은 마귀가 분명하지만 당신으로 하여금 죄를 짓게 만드는 건 당신 자신이지 결코 마귀가 아닙니다. 당신에게는 하나님께서 부여하신 자유의지가 있습니다. 당신에게는 선한 일을 선택하거나 악한 일을 선택할 수 있는 자유가 있는 것입니다. 사단은 결코 당신으로 하여금 술잔을 들게 할 수 없습니다. 술병을 집어 입으로 가져간 건 당신 자신입니다. 착각하지 마십시오. 옳은 것을 선택하기 위해 당신의 의지를 사용해야 할 때 하나님을 부르고 하나님께 도움을 구하십시오." 자기가 이렇게 된 건 다 사단 때문이라는(Evil spirit)이라는 로버트의 말에 위의 말씀을 함께 나누며 기도했습니다.

 

다음날 아침, 잠에서 깨어난 로버트와 아침 예배를 드리는데 로버트가 이런 간증을 했습니다.

 

"목사님. 제가 어제밤에 자기 전 성경책이 펼쳐지는 대로 읽을 요량으로 말씀을 폈습니다. 이사야 66장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1절로 4절 말씀을 읽어보니 과연 같은 말씀이 나오더군요. “그들은 자기의 길을 택하며 그들의 마음은 가증한 것을 기뻐한즉”(사 66:3) 과연 제 의지가 하나님의 기뻐하시는 일을 택하지 않았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잠을 자는데 이러한 음성을 분명히 들었습니다. ''너는 처음 믿음 대로 충성하라" "

 

우린 그 말씀처럼 살 수 있도록 더욱더 주님을 의지하자고 서로를 격려했습니다. 그리고 집으로 돌아가는 그의 손에 '재림신도의 가정' 영문책을 들려주며 가정의 제사장 신분을 잊지 말고 아침마다 이 말씀으로 복된 가정을 세워가길 부탁했습니다.

 

성령이 개인을 구원하시기 위해 일하시는 기적의 현장을  볼 수 있었던 하루였습니다.

 

로버트 가정을 위하여 많은 기도를 부탁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