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4일의 사랑체험

 

한국의 홍장로님께서 후원하시는 사역자 가운데 한 명인

제롬(Jerome)을 방문하였습니다.

그가 있는 은쿤다(Nkunda) 지역은 음바라라(Mbarara)에서 약 200km 떨어져 있으며 

치히히 지역(Kihiihi District)에 위치해 있습니다.

이곳은 콩고 국경과 가까운 곳이며 피그미 마을도 멀지 않은 곳에 있습니다.

또 이곳을 가는 길은 국립공원을 지나기 때문에 

인사를 나온 코끼리나 원숭이들도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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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역자 제롬에게는 특별한 배경이 있습니다.

그와 그의 아내는 콩고에서 태어나고 자란 콩고사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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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롬은 콩고에서도 교육을 잘 받았고

초등학교의 교장을 하고 교회를 위해 열심히 봉사했던 사람입니다.

그러나 콩고의 정세가 불안해지자 

그 모든 것들을 뒤로하고 오로지 평화를 찾아 우간다로 왔습니다.

그리고 우간다 남서쪽 콩고의 국경마을

키소로(Kisoro)의 한 학교에서 무급으로 교목을 맡아 봉사하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지금은 난민이 아닌 우간다 국민의 신분으로 살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는 우간다에 와서도 계속해서 복음사업을 하고 싶어 

평신도지도자 훈련학교에 입학해서 공부를 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던 중 홍장로님의 후원을 받으며 사역자의 일을 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

 

그러나 그는 배경만 특별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에게는 특별한 열심이 있었습니다.

저희와 함께 일하는 사역자가 된 후로 

매번 보고를 하는 날이면 일등으로 도착하였습니다.

시간을 지키기 위해 전날 여행을 시작하여 한밤중에 도착하면 

터미널에서 밤을 지새고 아침이면 가장 일찍 사무실 문을 두드렸습니다.

교회사정을 저희에게 보여주기 위해 개인 비용을 들여 사진을 찍어 가져오기도 하였고

1, 2, 3년의 장기계획을 세워오기도 하는 등 그의 열정은 남달랐습니다.

 

이번 방문에는 정기방문의 목적뿐만 아니라 침례식과 결혼식도 예정되어 있었습니다.

그 지역 지구장 목사님이 안수목회자가 아니기 때문에 

그동안 하지 못했던 침례식과 결혼식을 하기로 하였습니다.

남서우간다대회(South Western Uganda Field)는 안수목회자가 많이 부족합니다.

지구를 담당하는 목회자들 중에서도 안수를 받지 못한 목회자가 상당 수 있습니다.

그래서 다른 지역의 목사님이 

두 지역을 담당하는 예식목회자가 되어야 하기 때문에 굉장히 바쁩니다.

그리고 제대로 된 교통편도 없기 때문에 

안수 목회자의 사역은 시간과의 싸움이 되기도 합니다.

 

금요일 오후 은쿤다교회에 도착하였습니다.

여러 사람이 환영을 해주었고, 저희를 위한 음식도 이미 준비가 되어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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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한 23일을 어떻게 보낼지에 대한 프로그램까지 잘 짜여 있었습니다.

저희는 그의 준비성에 또 한 번 놀라고 말았습니다.

아프리카에서 시간을 포함한 계획을 세우고 

그 시간을 거의 지켜가는 것은 상당히 인상적인 일입니다.

그의 그런 모습에서 지도자와 리더로써 준비된 모습을 볼 수 있었습니다.

 

식사 후 첫 번째로 방문한 곳은 카마헤(Kamahe)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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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3명의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교회는 

조금 비좁아 벽돌을 쌓아 교회당을 늘리기 위한 공사를 진행 중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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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인들이 직접 벽돌을 만들고 공사를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두 번째로 방문한 곳은 비홈보롸(Bihomborwa)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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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은쿤다에서 12km떨어진 곳에 위치해있으며 17명의 적은 인원이 모입니다.

아직 교회건물은 없고 교회를 짓기 위해 기초를 다져 놓았고 

충분치는 않지만 벽돌을 만들어 놓은 상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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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얼마 전 교인 중 한 명이 벽돌 1000장을 헌금하여 

벽돌은 거의 다 준비되었지만 시멘트며 다른 재료들이 없어

건축을 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교회 기초를 만들어 놓은 곳 한 가운데에

천막을 치고 안식일마다 예배를 드린다고 하였습니다.

아프리카 사람들은 인내할 줄 알며 때를 기다릴 줄 압니다.

가진 것이 적어서 일수도 있지만 

가진 것들을 헌신하며 조금씩, 조금씩 앞을 향해 움직이고 있습니다.

 

다음으로 방문한 곳은 카빙고(Kabingo) 교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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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곳은 어린이를 포함하여 약 50명의 교인들이 예배를 드리는 곳이었습니다.

2003Roof of Africa 라는 단체의 도움으로

지붕을 후원받아 교회건축을 했다고 합니다.

여러 곳에서 아프리카를 돕는 손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이 교회 옆에는 교인 중 한 사람이 운영하는 초등학교가 있었습니다.

교회의 동의를 구하고 교회 땅에 목재를 이용하여 지은 볼품없는 학교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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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 학교에는 189명의 학생들이 공부를 하고 있다고 합니다.

 

방문이 끝나고 은쿤다 교회로 다시 돌아왔습니다.

제롬은 이렇게 4곳의 교회를 돌보며 은쿤다교회 사택에서 지내고 있었습니다.

은쿤다교회의 교인 수는 113명이고

아드라의 도움으로 지은 초등학교가 교회 옆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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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회는 사역자 사택을 짓기 위해 건축을 시작하였습니다.

건물이 오래 되어 비가 오면 지붕에서 비가 새기 때문에 고생이 많다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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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사역자가 돌보는 네 곳의 교회가

모두 건축을 진행하고 있는 상황이었습니다.

그렇게 현장을 돌아보는 것으로 하루를 마무리했습니다.

저녁에는 이곳에서 23일을 보내기 위해 

학교 교실에 매트리스를 깔고 잠 잘 곳을 마련했습니다.

한국에서 가져간 텐트모기장과 휴대용배터리 덕분에

집만큼 아늑한 밤을 보낼 수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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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 아침 모든 지구가 모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교회가 작아서 교회 옆 나무그늘에서 예배를 드렸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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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지역 이장님과 존경받는 분들도 초대하여 함께 예배를 드렸습니다.

그 중 국경수비대의 지휘관도 참석하여 예배를 드렸습니다.

제롬은 새 지역으로 발령을 받은 후 

마을의 중요한 분들을 찾아가 인사를 하여 친분을 쌓았다고 하였습니다.

군인들은 밤과 낮 할 것 없이 저희들을 위해 경비를 서 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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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식일 예배 후에는 모두 18명이 침례를 받았습니다.

침례장소는 국립공원에 포함된 강이었는데 

하마나 악어를 볼 수 있을까 기대했지만 그런 경험은 할 수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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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류 쪽에 비가 많이 와서 그런지 물의 양이 많아

물살이 무척 세어 서있기도 힘들었습니다.

침례장소로 가는 길은 외길이라 모든 교인이 줄을 서서 한 곳으로 움직여야 했습니다.

그런데 그 모습이 꼭 하늘에 들어가는 시민들의 모습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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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례식을 하는 강 저쪽은 콩고 땅이었습니다.

그야말로 콩고와 우간다 사이 국경에 서서 침례식을 한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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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은 결혼식이 있는 날이었습니다.

결혼식 전에 교인들을 한자리에 모았습니다.

금요일부터 줄곧 이들을 어떻게 도울 수 있을 것인가를 고민하는 중이었습니다.

하나의 건축도 쉽지 않은데 사역자가 온 후로는 

각 교회마다 건축을 시작하였으니 큰 재정이 필요한 일이었습니다.

어떻게 하면 그들을 도울 수 있을까 알기 위해 

각 교회의 장로들과 직원들을 모아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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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 교회마다 건축을 하고 있으니 어떤 프로젝트를 시작하여 

수입을 남겨 건축을 돕는 것이 어떻겠냐는 쪽으로 생각을 모으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곡물을 빻는 기계를 구입하여 거기에서 나오는 수입으로 

각 교회의 건축을 돕는 것으로 결정을 하게 되었습니다.

모두가 기대와 설렘으로 새로운 프로젝트를 환영하였습니다.

 

드디어 결혼식이 시작되었습니다.

세 커플이 결혼식을 하였습니다.

이 예식은 함께 간 대회의 총무 부장이신 제임스목사님께서 인도해 주셨습니다.

세 커플 중 한 커플만이 신혼부부이고 

나머지 두 커플은 사정이 좋지 않아 식을 올리지 못하고 함께 살다가 

드디어 식을 올리게 된 것입니다.

원래는 세 커플의 결혼식을 한꺼번에 하기로 했습니다.

그런데 신부와 들러리가 입을 예복이 비싸서 세 가정이 모두 준비를 하지 못했습니다.

그래서 각각 결혼예식을 올리고 

첫 번째 신부와 세 번째 신부가 드레스를 번갈아 입기로 하였습니다.

첫 번째 커플은 그야말로 새신랑, 새신부였습니다.

기도를 하기 위해 신랑이 무릎을 꿇었는데 닳고 닳은 구두 밑창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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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신부의 표정은 유난히도 어두웠습니다.

오늘 아내를 맞이하여 웨딩마치를 올리는 신랑의 헌 구두에서 

그들이 살아온 인생과 앞으로 살아갈 인생을 보는 것 같아 안쓰러웠습니다.

케이크대신 식빵을, 결혼선물로는 검정대야를 선물하는 모습을 보면서 

한국의 화려한 결혼식과 비교가 되는 모습에 괜히 미안한 마음도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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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님께서 재물을 허락하신 이유를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이제 모든 예정된 일정이 끝나고 집으로 가려고 하는데 

사역자와 교인들이 하룻밤만 더 묶어가라고 사정을 하였습니다.

저희 가족과 함께 온 일행이 적은 숫자가 아니었기에 

음식을 준비하고 씻을 물을 준비하는 것이 쉬운 일은 아닐텐데 

간곡히 부탁을 하여 하룻밤을 더 보내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음날 아침 교인들이 정성껏 준비한 선물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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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쿤다는 이곳 말로 사랑이라는 뜻이 포함된 이름이었습니다.

교인들은 은쿤다에 사는 사람들은 사랑을 할 줄 아는 사람들이라며 

포장된 귀한 선물을 그곳을 방문한 우리 모두에게 선물해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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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이 있는 곳에서 보낸 34일은 

고국에서 멀리 있는 저희에게 사랑을 느끼게 해준 고향 같은 곳이었습니다.

우간다의 남쪽 끝 은쿤다에는 

오늘도 사랑을 하고 사랑을 받고 하나님을 사랑하는 사람들이 

각자의 처지에 맞게 부지런히 살아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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