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웃나라 일본을 흔히 ‘ 다듬는 문화’라 일컫는다. 세련되고 대충 대충을 허용치 않기 때문이다. 인류 상품을 유지하는 비결이다. 중국은 ‘끓이고 달구는 문화’라 부른다. 아무리 끓이고 달구어도 결코 넘치거나 태우는 법이 없다해서다. 조정과 조화의 탁월성을 자랑하는 말이다. 그렇다면 우리 민족은 어떤 평가를 받고 있을까? 한국은 ‘빨리 빨리’ 문화로 통한다. 성격이 정말 급하나보다.

 

     우스꽝스런 '한국인의 급한 성질 베스트 10'이 있어 그 중 몇 가지만 소개하면 이렇다. ‘외국인은 자판기의 커피가 나오고 불이 꺼지면 컵을 꺼내지만 한국인은 자판기 버튼을 눌러놓고 컵 나오는 곳에 손을 넣어 기다린다. 외국인은 사탕을 빨아먹지만 우리는 이가 아플 정도로 깨물어 먹는다. 외국인은 인도(人道)에서 손들고 택시를 잡으나 한국인은 도로에 뛰어들어 손을 흔든다. 이런 조급증이 경우에 따라 독과 약이 된다. 세계 제 1의 교통 사고율, 냄비 근성과 사회 병폐, 외국과의 협상에서 성급함이 부른 손실, 압축적 성장, 너죽고 나살자병, 매사에 양 극단을 가지고 충돌을 부르는 흑백 판단증 등 이루 말할 수 없다.

 

    서두름은 아드레날린 분비량을 늘려 신경을 예민하게 하고 공격적 성향으로 유도한다. 건강에 해롭다 해도 쉽게 버리지 못한 습성이 되었나보다. 하지만 긍정적인 요인도 인정하자. 인터넷과 가전제품 분야에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강국을 만들었다. 속도 중시의 문화가 한국인의 소중한 무형자산임을 증명한 셈이다.

 

 

     이것이 전부는 아니다. 한국인은 속성 문화와 더불어 숙성 문화도 발전시켜왔다. 우리 사회 안에 숙성(熟成)문화가 생활 깊숙이 뿌리를 내리도록 일가견을 가졌다는 뜻이다. 집을 짓는 재목들도 물속에 오랫동안 넣어 썼고, 메주로 된장 간장을 만들 때나 고추장을 담글 때도 필수적인 숙성 과정을 밟는다. 김치만 해도 숙성의 정도에 따라 맛이 다르다. 오래 익힌 음식이 제 맛을 내는 것이다. 한민족의 문화를 이끈 아니 이끌 요소가 숙성과 속성이 아닌가 싶다. 이들의 창의적인 배열과 조화를 이끌어 내는 곳마다 활력의 에너지가 솟을 것이다.

 

 

     백성의 눈물을 기초하고 100만 명의 생명을 희생시키면서 이룩한 중국의 만리장성은 15년 만에 패망의 결과를 맞았다. 속공의 위대한 역사에 오점을 남긴 것이다. 열 명이나 되었을까 콧노래 부르면서 쌓아올렸을 신라의 다보탑은 1000년 을 이어오지 않는가?  번쩍이는 아이디어에 토의와 합의라는 숙성 과정을 접붙인다면 그것은 우리에게 자양분 있는 문화가 되어 우리를 지탱할 것이다. 

 

    봄이 왔다! 계획서에서 눈을 떼고 손과 발을 움직여 실행할 때다. 부족하고 미뤘던 부분에 속성의 속도를, 시행착오와 되풀이 되는 실패에는 숙성의 시간을 대입해 보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