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교사와 자녀

  선교지에서 선교사를 고민스럽게 하는 것 중의 하나는 자녀교육이다. 장기적으로 사역하는 선교사는 말할 것도 없고 단기간 잦은 이동을 하는 경우도 마찬가지이다. 아이들은 자라온 환경과 문화가 다른 이국에서 문화충격을 이기고 어른들보다 쉽게 적응하기도 하지만 선교 사역을 마치고 귀국했을 경우 모국에서 또 다른 문화충격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와중에 정신적인 충격과 적응실패로 인해 한국사회에 미아처럼 방황하는 경우도 왕왕 있다. 한국교회의 본격적인 해외선교 역사가 15여년에 이르고 PMM(해외개척 선교사 파송운동)까지 시작되어 머지않아 선교사의 자녀 문제는 한국 교회의 큰 문제로 대두될 것이다. 이제는 선교사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세계 선교를 위해 해결해야할 문제의 한 부분으로 인식하고 해결해나가려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다. 그러면 어떻게 선교사의 자녀를 교육하고 양육하는 것이 최선의 길인가? 여기에서 몇 가지 중요한 점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먼저, 선교사 자녀들의 신앙생활과 품성, 인성계발에 적극적인 관심을 기울이고 이들의 교육과 훈련에 재정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는 것이다. 해외 선교 훈련원이나 전문적인 선교 교육기관을 통한 선교사에 대한 체계적인 교육과 훈련도 부족한 형편이지만 선교사 자녀에 대한 교육과 훈련은 거의 전무한 실정이다. 이런 상태에서 선교사의 자녀들은 아무런 사전 준비도 없이 부모에 의해 어쩔 수 없이 선교지행이 결정되고 선교지에서 겪게 되는 어려움들에 대하여 무방비상태로 노출되는 것이다. 혹은 다행히 선교지에서 무사히 적응하고 성공적으로 생활하다가 돌아와도 또다시 본국에서 이전보다 더 힘든 한국 문화에 대한 적응과 생활이 남아있다. 하지만 누구하나 전문적으로 도와줄 사람이나 기관은 없다. 일반 개신교에서는 이미 MK(Missionary Kids)라는 전문적인 용어까지 등장하여 선교사의 자녀들을 장래 선교사로 양육하는데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실정이다.
  다음으로 선교사의 자녀로서 자부심과 보람을 느끼도록 하는 것이 중요하다. 부모만의 선교사역이 아니라 그들의 사역도 되도록 배려하여 재능을 따라 선교 사역에 동참하고 선교의 사명과 특권을 공유하도록 해야 한다. 이런 의미에서 선교사의 가족은 모두가 선교사가 되어야 하며 선교사의 사역은 선교사 전 가족의 선교 사역이 되도록 노력하는 것이 필요하다. 이렇게 할 때 선교사의 고난과 함께 선교사의 영광도 그들의 것이 될 것이다. 아울러 자녀들에게 모국에서는 경험할 수 없는 선교지의 유익을 최대한 누리도록 만들어 주어야한다. 지속적인 관심을 가지고 선교지에서만 느낄 수 있는 천연계의 아름다움, 영혼들의 순박성, 관계의 다양성, 영혼 구원의 기쁨, 다른 문화와 예술 등을 체험하게 하여 선교사의 자녀로서 경험하는 특권에 감사하고 만족하게 만들어야한다.
  셋째로, 선교사 자녀 그들 나름대로의 꿈과 희망을 깨뜨리지 않은 것은 필요하다. 선교사의 자녀는 사실 선교사인 부모를 따라 먼 이국에서 장기간 생활하게 되는 것이므로 선교 사역 자체에 대한 동일한 사명과 헌신을 기대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이다. 준비되지 않은 상태에서 선교사의 자녀로서 감수해야할 자기 상실과 포기는 어린 그들로서는 감당하기 어렵다. 이런 의미에서 선교사인 부모의 일차적인 책임이 막중하다고 볼 수 있다. 일방통행식의 강제적 교육이 아닌 그들 스스로가 선택하고 책임지는 교육이 되도록 노력해야 한다. 선교사인 부모의 인생을 동행하는 객체가 아닌 자신들의 인생의 주체가 되도록 해야 한다. 다시 말하면 자신의 교육에 대한 그들 스스로의 선택과 참여를 높여야 한다. 예를 들면 교육 받을 장소와 교육 환경에 대한 선택에서부터 장래 포부와 그 꿈을 이루어나가는 과정까지도 스스로의 선택과 책임이 강조되고 배려 되어야한다. 대체적으로 선교사의 자녀들은 부모와 함께 선교지에서 교육받는 경우, 부모와 떨어져 본국에서 교육받는 경우, 그리고 제 삼국에서 교육받는 경우 등이 있으며 선교사 개인 상황과 가정 형편을 따라 선택되고 있다.
  넷째로, 타 문화에 대한 체계적인 이해와 적응을 도와야 한다. 한번 시작한 이국 생활이 평생의 유익이 되기도 하고 해악이 되기도 한다. 내 것만을 고집하는 국수주의적 사고방식도 문제이지만 타문화에 대한 전적인 수용도 역시 문제이다. 한국인으로서 선교사로 사는 것에 대한 분명한 이해를 바탕으로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버릴 것은 버리는 합리적인 가치관과 신앙기준이 세워져야 한다. 타 문화에 대한 선별적 수용은 타 문화에 대한 장단점을 비교 선택하는 능력에서 시작함으로 문화에 대한 선별력을 갖도록 양육하는데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선교사인 부모가 합리적인 기준을 갖고 일정기간 지도해야할 필요가 있다.
  다섯째로, 선교지에 있을지라도 모국 문화와 모국어에 대한 최소한의 학습이 이루어져야 한다. 언젠가는 본국으로 귀국해야하는 선교사 자녀에게 한국에 대한 적응력을 사전에 갖는 것은 중요하다. 이 일을 위해서 정기적인 학습과 훈련이 있어야한다. 경제적인 여유가 있을 때는 정기적인 본국방문을 통해 규칙적인 적응훈련을 하는 것도 좋다. 여건이 허락하지 않을 경우 선교지인 현지에서 이루어지는 프로그램이나 개인 학습을 통해서라도 한국 문화와 한국어에 대한 친밀감을 갖도록 해야 한다.    
  끝으로, 선교사 자녀들만이 가지는 독특성을 인정하고 공감하는 이해심이 필요하다. 어린 나이에 감당하기 힘든 잦은 환경변화와 문화 충격은 그들만이 가지는 어려움이다. 선교지에 있을 때나 본국으로 귀국 후에도 적응에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한번 익힌 문화와 관습을 버리고 새로운 문화와 관습에 적응하는데 어려움을 겪는 이들을 사랑으로 인내하며 도와주어야 한다. 너무 앞서가는 기대나 또래집단에 대한 비교평가는 절망감과 좌절을 겪게 하여 자포자기 상태에 빠지게 한다. 이런 점에서 선교사 자녀들끼리의 캠프를 통한 이해집단 공유와 사회적응 훈련을 도울 수 있다면 좋을 것이다.
  선교사에게 자녀교육 자체가 목적이 될 수는 없어도 우선적인 배려정도는 되어야한다. 평생선교의 여건이 준비되지 못한 현실에서 출국과 귀국을 반복해야할 수많은 선교사들이 선교에 전념할 수 있도록 그들의 자녀들에 대한 효과적인 지원책이 마련되어야 한다. 아울러 선교사의 자녀들을 장래의 유능한 선교사로 양성할 수 있는 방안도 준비되어야 한다. 잘 키우면 선교를 위한 큰 재목이 되지만 가꾸지 않으면 우리 모두를 아프게 하는 가시나무가 되기도 한다. 이제는 세계 복음화를 위하여 선교사의 자녀에게도 관심과 사랑을 기울일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