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MM 1기 일본 가와사키교회 이진환 목사

 

작년, 교회에서는 앞으로 전도를 위하여 어떤 프로그램을 운영할까를 의논하였다. 사코씨가 빵을 잘 만들 수 있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제빵 교실을 열면 어떨까를 이야기했다. 그러나 전자레인지나 가스오븐레인지가 교회에는 준비되어 있지 않았다. 적어도 한 번에 두 판 정도를 구울 수 있는 레인지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고 시장을 조사하였다. 그러나 비용을 감당할 만큼 교회에 돈이 없었다. 결국 말만 꺼내 놓고 재정적인 부담으로 망설이면서 시간만 끌게 되었다.

얼마만큼의 시간이 지났을까? 한국어 교실의 학생을 모집하고자 전단을 돌려야 할 시기가 되었다. 일본에서는 현수막을 걸 수 있는 곳도 없고 포스터를 붙일 수 있는 곳도 없다. 결국 각 가정의 우편함에 전단을 일일이 넣는 일을 계속하고 있었다. 이번에는 좀 더 체계적으로 하기 위하여 시간과 지역을 달리해 가며 반응을 보기로 했다. 시간은 새벽, 오전, 오후, 저녁시간대로 나누고 지역은 아파트단지, 개인주택, 서민 주택단지, 부유층 주택단지 등 몇 곳의 표본이 될 만한 시간과 지역을 구별하였다.

가장 먼저 새벽 시간대의 부유층 저택들이 밀집한 지역을 선택하고 새벽 3시 집을 나섰다. 차를 몰고 목적지에 도착하여 몇 집 돌리기 시작하였다. 아직 캄캄한 어둠이 짙게 깔린 거리를 깊은 잠을 방해할 새라 조용조용 전단을 돌리고 있었다. 한 집 앞에 쓰레기를 수집하는 장소가 있었다. 보통 때라면 흰색 비닐봉지만 보일 텐데 몇 가지의 가구들과 가전제품들이 보였다.

2년 전, 치바에 살 때 몇 가지 버려진 가전제품을 주어서 재활용하고 있는 나로서는 관심을 두기에 충분한 물건들이었다. 뭔가 횡재를 한 기분으로 조심스럽게 물건들을 확인하였다. 그중에 전자레인지가 있었다. 그 순간 얼른 제빵 교실에 대한 것이 떠올랐다. ‘이 정도면 혹시 제빵 교실에 쓸 수 있지 않을까? 좀 작다고 해도 지금 쓰는 것보다는 훨씬 크니까 좋지 않을까?’ 그러나 어둠 속이라 레인지의 상태를 확인할 수 없었다. ‘우선 들고 교회로 가보자. 그리고 확인을 해야겠다.’라고 생각을 하고 전단 돌리는 것을 멈추고 레인지를 들고 교회로 돌아왔다. 그리고는 황급하게 전원을 꼽고 돌려 봤다. 레인지는 윙 소리와 함께 돌고 있었다. 레인지 안에는 빵을 구울 수 있는 판 두 개가 들어 있었다. 또 그 판을 꺼낼 때 쓰는 집게도 있어 레인지에 쓰는 모든 물건이 다 있었다. 레인지는 1991년1월에 출시된 도시바 제품이었다. 그래서 얼른 지금 쓰고 있는 레인지에다가 주어온 레인지 위에 붙어 있던 버릴 때 붙이는 스티커를 옮겨 붙이고는 주어온 물건이 있던 장소에 가져다 놓았다.

새벽 시간은 그렇게 지났다. 아내에게 주어온 물건을 보여 주고는 어떻겠냐고 의견을 물었다. 10여 년 된 제품이지만 상태도 중고 제품을 파는 곳에 진열된 것보다 좋아 보였고, 어느 정도 제빵 교실을 운영하기에도 문제가 없을 듯하다고 하였다. 그래서 레인지의 안과 밖을 열심히 닦았다. 때와 먼지를 벗기고 나니 정말 좋은 제품이었다. 여러 가지 다양한 기능들이 모두 제대로 작동하고 있었다. 그리하여 우리는 사코씨와 의논을 한 후 제빵 교실을 시작하였다.

하나님은 아주 특별한 방법으로 교회를 도와 주셨다. 보통 아침 8시 정도면 버려진 모든 쓰레기를 거둬 간다. 새벽 시간이 아니었다면 그 레인지를 내놓았었다 하더라도 내 눈에 뜨일 리가 없었다. 그리고 부유층이 아니라면 이 정도의 제품을 버리지는 않았을 것이다. 한 달에 한 번 있는 재활용 제품을 수거하는 날 그 시간에, 그곳에서 전단을 돌리도록 역사하신 하나님께 감사드린다.

지금은 이 레인지가 없어서는 안 될 만큼 활용도가 높다. 제빵 교실은 물론, 매 안식일 있는 파트락을 준비하기 위하여 적절하게 사용되고 있다. 이제는 이 하나님의 특별한 도움으로 시작된 제빵 교실에서 구도자가 나오기를 기도하고 있다.

 

3,교회3차침례식.jpg 1,교회2차침례식.jp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