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에서 처음으로 어린이 5분 설교를 시작한 동기는 어린이부장을 맡으면서 무슨 일이든 시도해 보아야 한다는 책임감 때문이었습니다. 용감하게 뛰어들었지만 여러 면에서 매우 서툴렀으며 설교를 이어가기도 쉽지 않았습니다. 거의 10년 동안 자리를 굳히면서 지금처럼 아름다운 열매를 맺게 되리라고는 상상하지 못했습니다. 단 5분간 진행하는 이 작은 일을 놓고도 크게 고민하고 그해로 끝내 버리겠다고 생각했습니다. 하지만 그 일을 붙들고 있는 사이, 눈에 보이지 않게 조금씩 운영 기술이 쌓이고 하나님과의 관계가 깊어졌습니다. 성경을 읽거나 생활하는 중에 어린이 설교의 소재를 찾는 일이 습관화되었으며 영적 교훈을 이끌어 내거나 자료를 준비할 때에 하나님께서 빛나는 아이디어를 떠올려 주셨습니다. 정말 어렵다고 느낄 때는 하나님께서 적절한 도우미들을 보내주셨습니다. 기억에 가장 많이 남는 도우미는 계획된 순서대로 설교를 잘 맡겨 주신 분과 한 달 동안 어린이 설교를 대행하겠다며 휴식의 기회를 주신 분이었습니다.

하지만 한 달이 되기 도 전에 저는 힘을 얻어 제자리로 돌아갔던 것 같습니다. 그런 다음에는 모두가 설교 맡기를 거절해도 혼자서 하겠다고 할 만큼 의지가 굳어졌습니다. 언제부터인가 내용이 좋았던 설교문은 따로 정리해 두면 좋겠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던 중 한 인터넷 선교사이트에 어린이 5분 설교란을 만들고 일주일에 한두 편씩 원고를 올리기 시작했습니다. 예상했던 것처럼 이 일은 우리 교회뿐 아니라 다른 교회들에도 유익이 되었습니다. 전국 어린이 강습회에 어린이 설교 홍보를 위해 참석했을 때 같은 방을 사용했던 강릉지역의 한 어린이 선생님은 인터넷의 어린이 설교문들이 갑자기 없어지기라도 할까 봐 올라오는 즉시 인쇄해 두고 사용한다며 감사 인사를 전해 주었습니다. 현재는 www.egw.org 사이트에 설교문 490여 개가 쌓여있습니다. 어떤 분은 전화나 이메일로, 혹은 직접 찾아와서 어린이 설교문과 시청각 자료를 전해 주는 분들이 계십니다. 어린이 설교란에는 설교문과 함께 관련 준비물과 전반적인 유의사항이 자세히 소개되어 있습니다. 설교문 종류도 성경 이야기와 천연계 이야기, 예화, 선교지 소식, 경험담, 짧은 연극 등 다양합니다.

어린이 설교를 통해 얻은 감격스러운 축복의 경험들은 5년이 넘어가면서부터 구체적으로 생기기 시작했습니다. 우선 교회 구성원들이 어린이 설교의 유익함을 전혀 의심하지 않는 분위기가 조성되었습니다. 교회의 전통으로 완전히 자리를 잡았다고나 할까요. 어린이들은 매우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기발한 반응을 보입니다. 집에서 어린이 설교 놀이를 하면서 놀기도 하고 엄마에게 그동안 읽은 성경 이야기들을 제시하며 자신이 도와줄테니 어린이 설교를 해 보라고 권하는 어린이도 있었습니다. 어린이 설교만 시키면 정색을 하던 분들도 의외로 잘 준비해서 어린이뿐 아니라 모든 교인을 집중시키고 감동받게 했습니다. 그 순간에 제가 느끼는 감격은 정말 뭉클하고 남다른 것이었습니다.

하나님을 알지 못하던 사람들이 하나님을 믿고 사랑하게 될때 느끼는 하나님 아버지의 감동을 이해할 것 같았습니다. 지금은 장년층이 거의 어린이 설교자로 활동하고 있습니다. 순서를 맡으면 모두 참여하는 자연스런 분위기가 형성되었음은 물론이요, 나이가 지긋하신 한 장로님이 자원하여 배정표를 본당입구에 붙여 놓고 순서를 확인해 주셔서 그런지 진행도 부드럽게 잘 되었습니다. 경험을 통해서만 배운 새로운 사실은 아무리 어린이 설교를 잘 하시는 분들도 표현이나 역량에 한계가있으며 또 아무리 언변이 부족해 보이는 분들이라 할지라도 그분들만의 영적인 통찰력과 감화력이 있다는 것입니다. 이것은어린이들의 단순한 설교 평가를 통해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한번은 한 여집사님이 교회에 들어서시는데 복장이 깔끔하고 눈망울은 반짝반짝 빛나며 양손에는 보따리가 한 아름이었습니다.

어린이 설교자임을 바로 알아채고 무슨 말씀을 하실까 기대했는데 긴 막대를 매단 숟가락 두 개와 넓은 그릇에 담긴 뻥튀기를 보이셨습니다. 그리고 두 어린이가 천국과 지옥에서 음식을 먹는 이야기를 행동으로 나타내게 했으며 나중에는 앞으로 나온 어린이들이 좌석에 앉은 어린이들에게도 긴 숟가락으로 떠먹이도록 유도했습니다. 설교자의 언변을 떠나서 교인들이 실질적인 설교 훈련을 꽤 잘 받았다고 느꼈으며 어린이들에게 는 효과적인 교훈이 되었습니다.

몇 해 전부터는 어린이 설교를 동영상으로 찍어 자료로 보관하고 어린이 설교를 하지 않는 교회에서 시작할 수 있도록 인터넷에 게시하기도 합니다. 2007년 초에는 그 전해까지의 설교문을 정리하여 <얼굴 닮고 마음 닮고>라는 설교집을 펴냈습니다. 놀랍게도 일본 동경 한인교회에서 가장 먼저 자료를 요청해 왔으며 한국을 비롯하여 미국과 브라질, 필리핀 등지에 널리 자료를 퍼뜨렸습니다. 일산의 한 장로교회 목사님에게 주문을 받았을 때는 매우 기뻤으며 작은 일도 교인들이 꾸준히 정성을 모으면 널리 영향력을 미칠 수 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또 다른 뿌듯한 순간은 하나님께서 어린이 설교 사업을 기뻐하고 응원해 주신다는 뜻을 보여 주시는 때였습니다. 작년부터 몇몇 교회에서 어린이 설교 강습회를 했습니다. 어린이 설교에 대한 확신이 있어도 요청이 들어오면 우선 겁부터 나고 걱정이 앞섭니다. 어린이 설교의 중요성을 어떻게 설명할지 고민이 되었지만 가는 곳마다 하나님께서 적절하게 도와주셨습니다. 어떤 교회는 우리 교회에서 설교자 몇 명을 파견해서 한 달 동안 다양한 설교 시범을 보여 주었습니다.

설교자는 여집사님들과 70이 넘은 할아버지도 있었습니다. 우리 교회도 교인이 없어 허전한데 다른 교회에 사람을 파견하려니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다들 흐믓해하셨습니다. 가끔 일손이 많은 큰 교회에 다니고 싶은 마음도 들지만, 교인들 모두가 움직여야 유지되는 작은 교회가 달란트와 신앙을 더 성장시키는 면도 있다고 봅니다. 작은 교회는 무슨 일이든 하려고만 하면 누구에게나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만일 큰 교회에 다녔다면 어린이 설교자로 서기도 쉽지 않았을 것 같습니다. 어린이 설교 강습의 기회와 많은 경험을 통해 저는 어린이 설교의 중요성과 의의에 대해 좀 더 명확한 개념을 지니게 되었습니다. 어린이 설교를 하면 어린이들이 어린이예배에서 설교예배로 뛰어넘는 동안 겪는 갈등을 최소한으로 줄일 수 있으며 예배에 대한 즐거운 이미지를 가지고 설교예배에 적응하게 됩니다. 어린이들은 설교예배의 주변 인물이 아니라 중심 대상으로서 참여하며 어린이 설교자들 역시 긍지를 지니게 됩니다.

자칫 거룩한 예배 분위기가 흐려질 수 있는데 왜 굳이 대예배 시간에 어린이 설교를 하느냐는 질문도 있었습니다. 그 이유는 그 시간이 가장 많은 성도가 모이고 가장 집중도가 높은 황금 시간이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에는 타이밍이 매우 중요합니다. 비록 5분이라도 그 황금 시간에 모든 시선을 어린이들에게 집중시키는 것은 어린이 사업의 중요성을 인식시키는 데 굉장한 보탬이 됩니다.

그리고 교회가 어린이들이 전혀 없는 것처럼 조용하기만 하고 반응이 없다는 것은 긍정적이거나 건강한 상태가 아닌 것을 의미합니다. 어린이 설교는 여러 어린이 사업 분야 가운데 가장 운영하기 쉬우면서도 매우 효과가 크다고 하겠습니다. 어린이 설교를 알리는 신호 음악은 매주 동일한 곡을 사용하며 어린이 설교자는 모든교인이 잘 볼 수 있는 위치에 서는 것이 좋습니다. 쉽고 생생한 영적 교훈이 살아 있는 어린이 설교는 어린이뿐 아니라 어른에게도 귀한 교훈을 주기 때문입니다. 어린이 설교 시간 엄수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습니다. 설교자는 입장과 퇴장 시간을 고려하여 내용을 약 3분 정도로 준비하면 적당합니다.

설교 자료는 내용과 어울리게 준비하며 시선을 너무 여러 곳으로 뺏기지 않게 합니다. 어린이 설교가 정착된 후에도 어린이들은 쉽게 자세가 흐트러질 수 있기 때문에 교사들은 부모와 협력하여 꾸준히 지도해야 합니다. 때로 보조 설교자를 두어 함께 진행하면 각각 자신의 몫을 담당하여 더욱 효과적입니다.

설교가 끝나면 어린이들은 마치는 음악을 들으며 부모 옆으로 가서 예배를 드리게 합니다. 어린이 설교가 끝나면 특창 후에 대예배 설교가 이어짐으로 분위기가 잠시 자유스러웠을지라도 설교예배에는 방해가 되지 않을 것입니다. 대예배 설교를 요약하거나 주제를 미리 정하여 설교하는 것은 긍정적인 발상이지만 설교자와 긴밀한 사전 의논이 필요하며 어린이 설교자들에게 난해하고 한정적이 될 수 있습니다.

어린이 설교는 어린이 설교로서 독립적으로 진행하는 것이 자유롭고 창의적으로 운영되리라고 봅니다. 좋은 어린이 설교의 핵심 요소 중 하나는 ‘정성’입니다. 설교문이 좋다고 해서 꼭 설교를 잘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설교자의 ‘정성’만은 어린 청중에게 정직하게 전달됩니다. 두 해 전에 설교법 세미나 강사로 한국에 왔던 분의 설교를 들으면서 발전된 어린이 설교 같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설교 방식이나 구성, 준비물이 모두 어린이 설교를 길게 늘인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에 더 큰 용기를 얻었으며, 앞으로 많은 교회에서 이 귀한 어린이 설교의 축복을 함께 누렸으면 합니다.
- 송 은 영 동중한합회 새소망교회 어린이 설교 담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