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길

 

나무와 나무 사이에 길이 있다

바람이 건너다니는 길이다

새가 날개를 접었다 펴면서 건너면

길은 수많은 의문의 잎을 달고 생각에 잠긴다

그 옆으로 열열이 달려가는 전봇대가 보인다

그 길은 묶여서 자유롭지 못하다

흔들리지 않으려고 서로를 붙잡을수록

지독한 가슴앓이를 한다

서로를 묶는 일 나무들은 하지 않는다

놓아둘수록 길은 수많은 갈래를 만든다

어디든지 뿌리만 있으면 갈 수 있다.

늦은 봄까지 초록이 전염되는 것을 보면 안다

가을이 깊을수록 의문을 떨구어

길을 환하게 한다

어렵게 어렵게 살려 하지 않는다

가고 오지 못한 길 사람만이 만든다

 

문정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