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스크랩]  [名士멘토의 열공특강] 송호영 서울 아산병원 교수 "영어, 1주일 1시간을 해도 습관이 돼야"   2008/12/08 09:56 추천 0    스크랩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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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태완 맛있는공부 기자 kimchi@chosun.com 기자의 다른 기사보기


외국어는 누구에게나 넘기 힘든 큰 산이다. 동네 산보 가듯 가볍게 공부할 수 없을까. 서울 아산병원 송호영(54·영상의학과) 교수는 지난 20년 동안 영어, 중국어, 일본어를 '자투리 시간'을 이용해 공부했다. 물론 해외에 장기체류했거나 어학원을 다닌 경험이 없다.

그는 오전 6시 30분쯤 출근, 밤 11시가 넘어 퇴근 무렵까지 공부와 연구, 환자진료에 매달려 왔다. 외국어 공부할 시간이 없어 그야말로 '틈틈이' 공부했다고 한다. 1988년 10월 1일부터 출근길, 점심시간, 해외출장길, 심지어 화장실 가는 짧은 시간을 이용해 외국어를 공부, 어느덧 3개 국어에 능숙하게 됐다는 것이다.

그 덕에 해외 학술대회나 외국 대학병원에서의 강의도 통역없이 진행할 정도다. 그의 외국어 공부법이 입소문을 타면서 영어논문 작성요령, 영어구연 방법에 대해 '훈수' 두는 일도 잦다.

■밥 먹는 습관처럼 영어도 '먹여줘야'

사실 송호영 교수는 영상의학 분야에 세계적 권위자로 꼽힌다. 그가 독보적인 영역을 구축한 '스텐트 시술'은 세계 최고수준이란 평가를 받는다. 스텐트 시술이란 식도와 위장, 눈물관, 혈관, 요도, 기도, 담도 등이 협착됐을 경우 치료형 금속장치인 '스텐트'를 삽입, 좁아진 부위를 넓혀주는 시술을 말한다. 관련 특허만 26건에 이른다. 올초 교육과학기술부로부터 '대한민국 최고과학기술인상'을 수상한 데 이어 대한의사협회에서 수여하는 '의협 100주년 기념 의학자상'을 받았다.
▲ 사진=이구희 객원기자
그가 이룬 연구성과는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외국어 공부가 큰 역할을 했다.

"영어공부를 하지 않았더라면 지금 제가 이룬 연구성과의 10분의 1, 아니면 그 이하의 업적에 그쳤을 지도 모릅니다."

송 교수는 한 해 7차례 정도 해외대학과 학회에서 초청을 받는다. 또 SCI 등재 학술지에 연간 15~18편가량 영어로 논문을 발표한다. 지금까지 국내외 유명 학술지에 게재된 논문만도 200여 편이 넘는다. 그의 논문덕분에 전 세계 많은 환자들의 질병을 치료했다. 영어로 논문을 쓰지 않았다면, 영어실력이 부족했다면 이룰 수 없는 성과였다.

"1주일에 1시간을 하더라고 습관이 될 때까지 10년 이상 꾸준한 배움과 반복이 중요해요. 그리고 외국어를 쓸 수 있는 기회를 자주 만들어야 합니다. 아무리 바빠도 걷는 시간, 화장실에 있는 시간, 전철 속이나 출퇴근 시간을 합하면 하루 1시간은 낼 수가 있잖아요."
그렇다면 어떤 방식으로 외국어를 공략했을까. 그는 학회에 참석, 외국인과 대화를 할 때 혹은 원서를 읽으며 새로 접한 좋은 표현을 발견하면 일단 메모부터 한다. 그리고 틈틈이 메모내용을 사전이나 외국인에게 물어 재차 확인한 뒤 영어공책에 옮겨 적는다. 20년 묵은 세월의 영어공책 두께가 무려 1000쪽이 넘는다(왼쪽 작은사진). 좋은 영어표현, 문장, 속담을 옮겨 적고 여기다 발음하기 까다로운 단어가 있으면 밑줄 쫙 긋고 발음기호까지 썼다.(오른쪽 작은사진) 또 일본어(98년부터 시작)와 중국어(2002년부터 시작) 공책도 각각 600쪽에 달한다.

"메모습관도 중요하지만 그 메모를 지겨울 정도로 반복해 읽어야 합니다. 외국어는 5년을 열심히 배우고도 1년간 놓으면 잊어버리게 돼요. 밥 먹는 습관처럼 영어도 '먹여줘야' 잘 합니다.(lt should become a habit as having meals) 적어도 일주일에 두 번은 공부를 해야 해요. 공책에 적은 내용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반복 사용하면 자연스럽게 입에 배게 되지요. 또 익숙지 않은 표현이 있으면 작은 메모지에 옮겨 적고서 호주머니에 넣고 다니며 꺼내 읽곤 하지요."

송 교수는 기자에게 호주머니에서 메모지를 꺼내 보여줬다. 깨알 같은 영어단어와 문장들이 촘촘히 박혀 있었다.

"반복하면서 어떻게 하면 자연스럽고 정확한 표현을 쓸 수 있을지 늘 고민합니다. 예를 들어 세미나장에서 빔 프로젝트를 이용하려고 '전등을 꺼 달라'고 청할 때 일반적으로 'Could you turn off the light, please?'고 표현합니다. 하지만 더 정확한 표현이 'Could you dim the lights, please?'입니다. 전등을 완전 소등하는 게 아니니 'turn off'보다 'dim'이란 표현이 맞지요. 또 전등이 여러 개이니 'lights'가 옳은 표현입니다. 이처럼 정확한 표현을 찾기 위해 항상 고민해 왔어요."

■자투리 시간을 투자하라

송 교수는 "어렸을 때부터 두 개 언어를 사용할 환경이 아니었다고 실망할 필요가 없다"며 "지금부터라도 시간을 쪼개 투자하면 된다"고 충고한다.

"자투리 시간이나마 피나는 노력을 해야겠지요. 그리고 틈만 나면 반복하되 즐겁게 공부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표현을 알았더라도 사용하지 않으면 내 것이 안 됩니다. 외국어를 연습할 수 있는 친구를 사귀고 직장에서 외국어를 사용하는 모임을 만들면 더 좋습니다."

그의 말대로 외국어 실력은 갑자기 늘지 않는다. 비약적으로 늘어나기보다 계단모양에 가깝다. 포기하지 않고 공부하다 보면 어느 순간 입과 귀가 열린다.

송 교수는 다른 의사들이 영어 학술논문 쓰기를 주저할 때 묵묵히 외국어를 공부했다. 또 비록 사소하게 보이지만 틈만 나면 좋은 영어표현법을 찾기 위해 고민했다. 사실 공부목표란 반드시 원대하고 가치 있는 게 아니다. 그러나 자투리 시간을 이용한 정성과 작은 습관의 변화가 오늘날 영상의학 분야에서 그의 명성을 배가시켰다.

"자투리 시간 1시간을 중단 없이 외국어 공부에 투자하면 10년 뒤 변화된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겁니다. 늦었다고 생각할 때 기회가 가까이 다가오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노력하다 보면, 어디선가 멘토가 당신을 기다리고 있을 겁니다. 궁하면 반드시 통하게 마련이니까요."

송 교수는 또 "힘들게 배운 영어를 도중에 중단하지 말고 성인이 될 때까지 꾸준히 배우고 사용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라"고 권한다.

"외국어를 배우다 보면 더 이상 실력이 늘지 않는 것 같은 '제자리걸음 시기'(plateau)가 와요. 그때 다른 외국어, 특히 중국어를 공부하면 금상첨화이지요. 물론 새로운 외국어 도전시기는 빠르면 빠를수록 좋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