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대 같은 대나무가 설 수 있는 까닭은

곧아서도 단단해서도 그건 절대 아니다

뿌리들 땅속의 인연 놓지 않기 때문이다

 

알곡 여문 벼가 설 수 있는 까닭은

알차서도 결곡져서도 절대로 아니다

한 포기 함께해 온 어깨 서로 겯기 때문이다

 

하늘 아래 너와 내가 서 있을 수 있음은

힘, 능력 그 무엇 때문도 결코 아닐 것이다

때때로 서로 위해 흘린 눈물 그것 때문 아닐까

-이옥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