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날 소낙비가 시원스레 쏟아질 때면

온 세상이 새롭게 씻어지고

내 마음까지 깨끗이 씻어지는 것만 같아

기분이 상쾌해져 행복합니다.

 

어린 시절 소낙비가 쏟아져 내리는 날이면

그 비를 맞는 재미가 있어

속옷이 다 젖도록 그 비를 온몸으로 다 맞으며

집으로 돌아왔습니다.

 

흠뻑 젖어 드는 기쁨이 있었기에

온몸으로 온몸으로

다 받아들이고 싶었습니다.

나이가 들며 소낙비를 어린 날처럼

온몸으로 다 맞을 수는 없지만

나의 삶을 소낙비 쏟아지듯 살고 싶습니다.

-용혜원